제 동반자가 가끔 제가 모르는 말을 씁니다. 어릴 때 집에서 친할머니와 같이 살았는데 아랫묵에서 할머니들 나누는 대화들을 많이 듣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상도 지방에서 쓰는 옛말을 왠만한 어른들보다 더 잘알고 있습니다. 한번은 가족오락관에서 지금도 잘 안쓰는 경상도사투리 맞추기 게임을 하는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다 맞추어 온가족이 놀래기도 했습니다. 동반자는 할머니에게 배운 말을 그냥 알고만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자주 써먹습니다. 애들에게 할머니들 쓰는 말로 나무라는데 가끔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저도 모르게 웃기도 합니다. 그 중 딱 5개 생각나는데 소개해보겠습니다. 예 : 아가 니는 '뒷손'이 없노. 털팔아! 털팔아! 설명 : 초등학교 1학년 딸이 좀 꼼꼼하지 못합니다. 둘째가 좀 빠리빠..
뭔가 쓸 게 없으면 대화 상대를 찾는다. 그리고 일부러 말을 많이 해본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말하면서 나도 생각지 못한 것들이 술술 튀어나오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자판 앞에선 머리를 쥐어뜯어도 안나오는 것들이 말을 몇마디 풀어내면 막 쏟아진다. 너무 많이 쏟아져 대화 중 급히 수첩을 꺼내 담아내기도 한다. 이게 왜 그럴까? 왜 대화를 하면 창조적 영감들이 많이 떠오르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3가지 정도를 생각해본다. 첫째, 귀가 집중적 기관이기 때문이다. 듣기가 뇌에 주는 자극은 확실히 다른 기관과 차별적이다. 음악을 들으면 뇌가 마사지 받는 느낌이다. 조용한 새벽 귀를 파고드는 음악은 시원후련하다. 멜로디와 리듬들이 그대로 뇌의 주름 사이사이의 뇌지(귀지?)를 닦아내는 느낌이다. 기막힌..
지난 화요일 아들이 기침이 하도 심해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의사가 폐렴이라며 입원을 얘기했습니다. 애들 폐렴이 흔하고 쉬운 병이라 들었지만 그래도 입원을 얘기하니 잠시 '덜컥'했습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잠은 집에서 자는 게 낫지 않냐며 살짝 저항을 해보았는데 의사선생님이 보여준 엑스레이에 곧 두손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폐렴엑스레이가 다 그런지 모르겠는데 육안으로도 안좋은 부분의 폐상태가 확실히 구분되었습니다. 다행히 입원 다음날 아이를 본 의사가 많이 좋아졌다는 진단을 했고 어제는 토요일 쯤 퇴원해도 좋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오늘 오후엔 아들의 유치원 선생님 두 분이 병문안을 오셨습니다. 선생님들은 책과 퍼즐을 선물로 들고 오셨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책을 보던 아이가 제게 물었습니..
77년 3월에 찍은 사진입니다. 포즈 잡고 있는 두 녀석은 제 동생들입니다. 당시 6살, 4살. 사진 속의 터는 아이들이 매일 모이는 장소였습니다. 학교 갔다 오면 여기 모여 금을 긋고 '다망구'나 '라면땅' '오징어달구지'같은 놀이를 했습니다. 여기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것은 순전히 공장 덕분이었습니다. 뒤에 보이는 공장이 차량 진입로 덕분에 아이들이 놀만한 조그만 터가 생긴 것입니다. 트럭이 들어올 때면 놀이를 중지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유니폼에 '빵떡모자'를 쓴 여공누나들이 저 문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른들은 이 공장사장이 일본사람이라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문설주 맨 위에 빨간 글자로 '멸공'이 쓰여져 있는데, 저땐 아주 흔한 구호였습니다. 다른 쪽 문설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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