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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쓸 게 없으면 대화 상대를 찾는다. 그리고 일부러 말을 많이 해본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말하면서 나도 생각지 못한 것들이 술술 튀어나오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자판 앞에선 머리를 쥐어뜯어도 안나오는 것들이 말을 몇마디 풀어내면 막 쏟아진다. 너무 많이 쏟아져 대화 중 급히 수첩을 꺼내 담아내기도 한다. 이게 왜 그럴까? 왜 대화를 하면 창조적 영감들이 많이 떠오르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3가지 정도를 생각해본다.

첫째, 귀가 집중적 기관이기 때문이다. 듣기가 뇌에 주는 자극은 확실히 다른 기관과 차별적이다. 음악을 들으면 뇌가 마사지 받는 느낌이다. 조용한 새벽 귀를 파고드는 음악은 시원후련하다. 멜로디와 리듬들이 그대로 뇌의 주름 사이사이의 뇌지(귀지?)를 닦아내는 느낌이다. 기막힌 경치를 보고 아름다운 명화를 감상해도 이런 느낌까지는 아니다.

눈은 초속 30만키로 속도의 빛에 반응하고 귀는 초속 340미터의 소리에 반응한다. 눈은 반사적이고 귀는 집중적이다. 눈은 순간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즉각 반응한다. 하지만 귀는 눈보다 상황판단력이 부족하다. 소리를 더 들어보거나 다시 눈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상황에 더 집중을 해야한다. 소리를 듣고 궁금한 귀는 상상을 하고 예측을 한다. 이러면서 귀는 집중하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다.

둘째, 언어자체가 문자가 아니고 소리이기 때문이다. 쓰기보다 말하기가 언어의 본성에 더 가깝다. 따라서 우리는 쓸 때보다 말할 때 더 언어를 잘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화의 리듬과 발음에 맞춰 언어가 구성되었을 것이고 노래처럼 어떤 리듬이나 운율이 우리가 쓰는 언어엔 분명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이 내재된 리듬이 쓰기보다 말하기에서 언어의 고리를 더 깊이 자극할 수 있는 것이다.

쓰기는 눈을 통해 뇌로 접근하지만 말하기는 귀를 통해 뇌로 접근한다. 쓰기는 모니터에 출력된 문장을 보면서 다음 말을 생각하고, 말하기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귀로 듣고 다시 뇌에서 그 다음 이어질 단어들을 끄집어낸다. 앞서 말한 귀의 집중적 기능은 타인의 말뿐 아니라 자신의 말하기에서도 그 집중성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말하기가 쓰기보다 더 급박한 상황을 앞에 두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쓰기는 상대가 바로 앞에 있지 않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이건 창작에서 단점이 된다. 여유로운 상황에선 뭔가 잘 쏟아지지 않는다. 말하기는 상대를 바로 앞에두고 한다. 표현이 급박한 것이다. 쫓긴 두뇌는 무언가를 끌어내려고 애쓰게된다. 뭐라도 하나 나오는 것이다. 밤샘한 학생이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거두 것과 같은 이치다.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눈은 경계의 기관으로 발달시키고 귀는 소통의 기관으로 발전시킨 것 같다. 언어가 발달하면서 귀의 그런 기능은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눈보다는 귀가 뇌를 더 자극하게 되었을 것이다. 귀를 통한 자극이 창조적 반응을 더 많이 이끌어내었을 것이다. 라디오를 듣는 게 더 창의력을 키우준다고한다. 대가들의 경우 책의 서문을 보면 누구와의 대화가 책의 집필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자료에 다 나오는 내용을 포럼이니 세미나니 하며 굳이 만나서 얘기 듣고 말하는 것도 다 귀에 대한 자극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럴 듯하지 않나. 망구 내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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