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부활을 추진했으며 그 목적은 대체 무엇입니까?" 첫마디부터 터져나온 공격적 질문에 진호가 멈칫했다. 항상 머금고 있던 웃음기가 얼굴에서 사라졌다. "커서님 살기 싫으십니까? 예전에 어머니한테 왜 낳았냐고 묻고 그랬습니까? 안그러셨잖아요? ㅎㅎ" 진호는 금새 웃음기를 되찾았다. 보란듯이 웃음은 더 커졌다. "정책이나 프로젝트에 대해선 사실 단순한 답변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거기엔 여러가지 사연과 맥락이 얽혀있죠. 때론 주체가 명확하지도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설명이 필요합니다. 커서님은 짧게 던진 질문이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길 수 밖에 없습니다." 진호의 뒤에 앉은 남자가 계속 허공을 응시하면서 검지를 까딱거렸다. 그가 응시하는 공간엔 가늘고 희미한 빛의 잔상이 보였다. 남자는 ..
20세기 말 풍미했던 신자유주의는 21세기 초 서서히 역풍 조짐이 보였다. 한때 세를 넓혔던 유럽과 일본의 극우세력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오바마를 필두로 진보세력이 집권하면서 50년 간 전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장막은 걷히기 시작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2년 대선을 마지막으로 보수진영은 2050년까지 40년 동안 불임세력이 되었다. 2056년 집권도 중도 정당과의 연대로 간신히 집권한 것이었다. 한국은 2030년 개헌으로 의원내각제로 바뀌었다. 한국의 진보로의 정치지형 변화가 전세계 어디보다 가장 짙었던 것은 신자유주의 역풍에 정치세대의 역전이 보태어진 덕분이었다. 노무현 퇴임 후 이명박과 박근혜의 연속 집권은 진보진영을 절망에 빠뜨렸다. 진보진영은 한국사회의 고령화로 ..
"커서님 어떤 불편함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괜찮아지겠죠. 어제보다는 나아진 거 같습니다." 자영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보통 사람들도 그럴 때가 있죠. 200년만에 오셨는데 새로운 육체에 적응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요. 힘드실 때마다 저희들에게 말씀해주세요." "제가 처음인가요?" "아니요. 기록에 첫번째 등장하는 부활자는 예수님이시죠. 커서님은 두번째예요." 진호가 생글거리는 얼굴로 재빠르게 말을 받았다. 미소가 지어졌다. 다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어본 웃음이었다. 난 살아있을 때 기독교도가 아니었다. 기독교도가 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독교가 말하는 '영생'을 수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과학성이 문제가 아니었다. 영생 자체가 끔찍했다. 도대체 어떻..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다. 그런데 사람은 영원히 죽을까. 무한한 시간은 이 대답을 머뭇거리게 한다. 깨진 유리컵이 다시 붙을려면 유리 입자들이 붙을 수 있는 위치로 배열하고 그것들이 결합할 수 있는 적절한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제로는 아니다. 제로가 아니라면 무한한 시간 앞에서 그 사건은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사람이 부활할 확률은 깨진 유리컵이 다시 붙을 확률보다 높다. 과학이라는 도구가 그 가능성을 훨씬 더 높이기 때문이다. 이미 23세기의 과학은 나의 기록을 바탕으로 육체를 만들고 정신을 재생했다. 과학이 좀 더 발달하고 과거에 대한 자료가 더 쌓이면 기록이 없는 사람도 과학의 힘으로 부활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영원히 산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수 있지만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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