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신문에 자주 등장한다.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내부 분란과 정권의 외압으로 인한 문제들이다. 정권의 핵심 인물들과 논쟁이 오가고 스님 간에도 찬반 토론이 벌어진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음에도 그리 나쁜 이미지가 아니다. 오히려 권력을 훈계하는 모습에서 종교 본연의 자세를 엿보고 내부 문제를 두고 토론하는 모습에선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요즘 언론에 등장하는 스님들의 모습이다. 탄압에 저항하며 고뇌하는 모습, 자연을 지켜내겠다는 결연한 모습, 그러면서도 잃지않는 밝은 모습.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마케팅 측면에서 보자면 불교는 지금 성공하고 있다. 과거 5, 6공 정권에서 조폭스님으로 망가졌던 스님들의 이미지를 벗어나 저항의 종교, 자연의 종교, 희망의 종교로 국민에게 다가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찾아간 부산 근교의 용궁사입니다. 입구부터 12간지를 상징하는 동물 석상들이 방문자들을 반겼습니다. 그런데 석상마다 앞에는 쇠통이 하나씩 놓여져 있었습니다. 쇠통의 정체는 불전함입니다. 12간지이니 이 곳엔 총 12개의 쇠통이 놓여있습니다. 불전함은 12간지 석상만이 아닙니다. 눈에 띄는 장소나 조형물 앞에는 거의 불전함이 놓여져 있습니다. 용궁사 다리 위에서 사찰 방문객들이 다리 아래의 보살이 들고있는 소원성취 바가지에 동전을 던져넣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불전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이해하기 힘든 게 이 황금돼지입니다. 불교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황금돼지 금상 두개가 절 중간에 딱 놓여져 있습니다. 그 앞에는 여지없이 또 불전함을 두었습니다. 용궁사를 돌아..
며칠전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다가 목격한 장면입니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두 남자가 지하철객차 중간에 서더니 가방에서 성경책을 꺼냅니다. 둘 다 젊었습니다. 한 사람은 40대 초반 쯤 되보이고 다른 사람은 30대 중초반 정도로 보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아주 멀쩡하고 말쑥한 사람들입니다. 성경을 손에 펼치더니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읽기 시작합니다.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그건 이런 사람들이 항상 그렇듯이 통보에 가까웠습니다. 선교를 시작하니 알고있으라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날 이분들의 선교는 순탄치 못했습니다. 지하철에 성경구절이 떠들어지자 곧 짜증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분들 바로 앞에서 듣고 있던 건장한 아저씨 한분이 먼저 시작했습니다. 성질 죽인 듯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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