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인데 마땅히 놀거리가 없어 영화관에 갔다. 그런데 영화들이 너무 많아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 그럼 고민하지 말고 그냥 '국가대표' 처보길 권해드린다. 다보고나면 아마 내가 막말로 권한 것도 고마운줄 아는 '이거뜨라'가 되어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애들은 방학이고 나는 쉬는 날이었는다. 물가로 가자니 일식 뒤부터 날이 너무 시원했다. 아침을 먹으며 고민하다 그냥 영화나 한편 보기로 했다. 방학시즌을 맞아 많은 영화들이 개봉했는데 국산영화도 블록버스터급이 3개나 있었다. 부산에 살아서 그런지 왠지 해운대는 끌리지 않았고 차우는 특이한 웃음의 영화란 말이 있어 나 혼자 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게 '국가대표'였다. 영화 '국가대표는 한마디로 2009년 국가대표 영화라 할 수 있다. 바로 ..
시작하자마자 자말이 성공한 이유를 물은 영화는 끝에 그 정답을 'D(운명)'라고 답한다. 그러나 실제 정답은 'C(원래 천재다)'에 가까워 보인다. 자말은 비상한 기억력과 어릴 때 헤어진 라띠까를 끝까지 찾아갈 정도로 강한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자말의 평범하지 않음은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회사의 간부는 자말에게 최근의 연예정보를 브리핑하게 하고는 왜 '차심부름꾼' 청년도 아는 걸 모르냐고 직원들에게 핀잔을 준다. 사실 굴곡많은 삶에서 퀴즈의 답을 떠올려 정답을 맞힌다는 건 빈민가에 살아남은 한 청년의 삶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영화의 장치이다. 그런 설정 덕분에 자말의 빈민가 삶이 더 효과적으로 드러났을 뿐, 그 설정이 영화 내용이나 전개 상에 어떤 포인트로 작용한 건 없다. 오히려 자말이 퀴즈의 정..
닉슨을 연기한 프랭크 란젤라의 실룩거리는 표정연기는 후련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건 그의 연기가 영화를 관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란젤라가 멋지게 완성한 닉슨이란 캐릭터는 영화의 줄기이고 나머지 캐릭터는 그 줄기에 붙은 가지처럼 보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다른 캐릭터는 줄기를 만난 가지처럼 살아났다. 닉슨이 영화에 나오는 게 아니라 영화가 닉슨에 얹혀서 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역시 연기가 '컨테츠어브컨텐츠'임을 실감하게 하는 영화였다. 프로스트&닉슨의 박진감 넘치는 표정연기는 관객의 뇌리에 수천억원을 들인 액션장면보다 더 강한 자극을 남겼다. 닉슨은 토론하기 전에 상대를 불편하게 만든다. 프로스트의 구두를 시비걸고 그의 바람기를 둘러친다. 그러고는 의뭉스런 표정을 지어버리면서 입을 싹 쓸어닦는다. 프로..
여자에게 20대는 가장 찬란한 시기이다. 남자에게 20대는 풋내기 시절이다. 풋내기 20대 남자는 또래의 찬란한 20대 여자에게 압도 당한다. 자신 앞에서 욕구를 감추지 못해 어쩔줄 몰라하는 또래의 20대 남자를 보고 여자들은 재밌어 한다. 20대 연인 사이에서 연애권력은 여자에게 있다. 그래서 20대의 사랑 얘기는 어김없이 남자의 여자에 대한 복종과 충성의 얘기다. 권력자인 여자는 또래의 이성에게 명령을 내리고 그들이 아직은 어리다며 불평을 한다. 그러나 이런 연애권력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다. 여자는 나이가 들면서 20대 연애권력을 지탱한 육체의 아름다움을 잃게 되는 반면 남자는 사회권력을 쌓아 육체가 상실한 것 이상의 연애권력을 얻게 된다. 30대 어디 쯤에 남자와 여자의 연애권력에서 역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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