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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인데 마땅히 놀거리가 없어 영화관에 갔다. 그런데 영화들이 너무 많아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 그럼 고민하지 말고 그냥 '국가대표' 처보길 권해드린다. 다보고나면 아마 내가 막말로 권한 것도 고마운줄 아는 '이거뜨라'가 되어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애들은 방학이고 나는 쉬는 날이었는다. 물가로 가자니 일식 뒤부터 날이 너무 시원했다. 아침을 먹으며 고민하다 그냥 영화나 한편 보기로 했다. 방학시즌을 맞아 많은 영화들이 개봉했는데 국산영화도 블록버스터급이 3개나 있었다. 부산에 살아서 그런지 왠지 해운대는 끌리지 않았고 차우는 특이한 웃음의 영화란 말이 있어 나 혼자 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게 '국가대표'였다.

영화 '국가대표는 한마디로 2009년 국가대표 영화라 할 수 있다. 바로 반응케하는 정통파 웃음에 눈가로 새나가는 눈물을 참을 수 없는 감동을 얹은데다 묵직한 생각할 꺼리까지 던져넣는다. 각 배역들의 사연과 감동의 강도는 잘 계산되었다. 나중에 영화가 끝났을 때 어떤 배역도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그 중 어느 하나도 빼는 걸 생각해볼 수 없을 만큼 각 배역들은 영화를 조직하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5개월 남은 2009년 올해 최고의 영화로 뽑는다해도 그리 성급한 결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국가대표'는 웰메이드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이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감독이란 걸 영화가 끝나고 자막을 보고서야 알았다. 미녀는 괴로워도 영화관에서 보고 그 오락성에 감탄한 영화이다. 김용화는 그 다음 영화 '국가대표'로 자신이 스필버그급 재능이 있음을 관객에게 알린 것이다. 마침 영화의 카메오로 출연한 강제규감독이 한국영화의 지난 10년을 책임졌다면 김용화는 앞으로 10년을 책임질 감독이다. 그러니까 김용화감독은 영화 '국가대표'로 앞으로 10년 간 국가대표 영화감독이 된 것이다.

배우 하정우도 이 영화로 국가대표로 인정받았다고 봐야 할 듯 하다. 그의 매력은 어느 영화에 갖다놔도 통한다는 게 이 영화로 입증되었다. 그가 나오면 화면이 꽉 차는 느낌을 받는데 그건 영화와는 상관없는 그만의 매력이다. 하정우는 등장 자체가 기대되는 매력적인 배우임을 이 영화를 통해 완전히 각인시켰다. 마지막에 유치위원장으로 분한 김용건의 흐믓한 웃음은 아들 하정우를 향하는 듯 느껴졌다.

또 눈에 띄는 배우는 칠구의 동생 봉구로 분한 이재응이다. 감독 딸에게 빠진 흥철, 밥(하정우)의 신파, 칠구(김지석)의 궁상은 멍한 표정과 천진난만한 행동으로 배경 연기를 한 봉구에 의해 용해되어 하나의 감동으로 흘러갔다. 들쑥날쑥한 이야기들을 가지치며 마지막 감동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이재응은 자연스럽게 해냈다. 영화의 마지막 그래서 봉구가 강하게 눈에 띄게 된다. 




감독(연출)과 배우에 이어 이 영화가 성공한 또 다른 부분은 묵직함이다. 국가대표는 오락영화로서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내는데 성공한 많지않은 영화 중 하나이다. 괴물이 재밌었지만 봉준호는 묵직함에서 시작한 감독이다. 반대로 이 영화는 오락에서 시작해서 묵직함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 성공의 의미는 더 크다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묵직하게 던져주는 것은 두개, '반미'와 '국가'이다. 

먼저 반미코드. 97년 월드컵대회에서 한국팀은 미국대표팀과 패싸움을 벌인다. 그리고 그 경기 마지막날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한국이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에 패한 장면이 나온다. 나가노의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을 가소롭다는 듯 처다보고 IMF KOREA를 외치며 조롱한다. 하정우의 친엄마는 가정부로 일하며 주인 딸에게 영어를 못한다고 구박을 당하고 살고있다. 그 딸을 하정우는 똑같은 방법으로 마트에서 영어도 못하냐며 모욕준다. 영화는 우리 내부의 사대의식과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조롱을 같이 보여준다. 

영화가 국가를 건드린 부분은 신선했다. 여자를 밝히는 흥철, 가난한 칠구, 아버지가 무서운 재복이도 모두 국가대표가 되면 군대를 빼준다는 한마디에 동작그만이 되어 감독을 처다본다. 그들에게 국가대표는 바로 군대이다.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감동을 준 그 자랑스런 선수들이 사실은 군대 때문이고 야구월드컵의 감동스런 장면도 다 군대 덕분이다. 이렇게 영화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치부를 건드린다. 군대 때문에 국가대표가 아닌 사람들도 많았다고 할지 모르는 사람에겐 밥(하정우)을 들이댄다. 국가대표가 된 이유가 메달이 아니라면 아파트인 것이다.

국가대표가 군대인 그들에게 그렇다면 국가는 무엇일까? 국가의 영역에 속한 인간들은 이용의 대상이다. 밥(하정우)은 태어나서 국가에 의해 버려져 미국이 그를 대신 키웠다. 감독은 그런 국가를 니가 이용해보라며 밥을 국가대표로 만들지만 오히려 밥은 국가에 이용만 당하고 다시 버려진다. 국가에게 개인은 소모품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우리는 국가의 소모품이 된 걸까? 재복의 아버지가 재복을 때리며 이렇게 말한다. "지 자신도 대표 못하는 놈이 무슨 국가를 대표해"(정확하진 않다. 거의 이런 의미) 군대를 빠지기 위해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에게 국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에게 국가는 외부의 강제적 힘일 뿐 자율적 구성체가 아니다. 왜? 재복의 아버지 말대로 우린 우리 자신을 대표한 적이 없다. 개인이 되어보지 못한 우리가 어떻게 개인이 자율적으로 모여 이룬 국가를 형성할 수 있겠는가. 그건 국가가 아니라 집단이다. 헌법에 적힌 공화국이 아니라 기득권자들의 국가, 영어를 잘하고 미국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그들의 국가인 것이다.

마지막 설탕 바른 토마토 장면은 참 감동적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신 토마토의 마지막 남은 달달한 국물을 형제끼리 서로 먹으려고 싸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밥은 토마토를 보면서 몇십년 만에 어머니를 다시 느낀다. 국가라하면, 그것이 그들의 국가여서 국가의 영역에 있는 인간의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낮은 수준의 국가라해도, 기본적인 국가의 역할을 해야하는데 바로 우리의 아이를 팔지않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수천달러에 자식들을 팔고 있는 나라이다. 밥에게 달콤한 토마토국물을 빼앗은 대한민국은 국가 중에서도 아주 낮은 최악의 수준의 국가라 할 수 있다.





* 스키점프 장면 쥑인다. 그것만으로도 볼만한 영화.

* 카메오의 활약이 좋았다. 특히 솔약국집 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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