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거래를 보면서 맨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김길태 사건이다. 연이어 터지는 아동성폭행에 국민적 여론이 들끓고 이에 압박을 받은 경찰이 총출동 하면서 며칠만에 김길태를 검거하였다. 영화 부당거래 속의 경찰도 이와 같은 압박을 받는다.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청와대까지 개입하자 경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 결국 경찰은 최준기 반장에게 맡겨 사건을 해결한다. 그런데 그들이 잡은 범인은 가짜 범인이다. 그리고 경찰도 그걸 알고 있다. 그쯤 보고나면 관객은 다시 김길태 사건을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국가가 그렇게 쉽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순진한 믿음이다. 거짓말을 은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일 수록 거짓말은 더 쉽다. 영..
주인공 방태식은 낙방의 달인이다. 5년 간 숱하게 입사원서를 써왔지만 그를 뽑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그 이유는 사진 속 그의 모습에서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남들과 다르다. 신장 뿐 아니라 얼굴도 한국사람 같지가 않다. 그래서 취직을 위해 그가 택한 길은 외국인 노동자로의 위장취업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단 세명만 있다는 부탄 사람. 다른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행세를 하니까 취직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가짜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의 경우 관객들은 재미를 기대하면서도 무리한 설정과 어설픈 디테일에 오그라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선 그런 걱정을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방가방가는 철저히 에피소드에 집중하면서 그런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너무 웃겨서 ..
최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방자전에서 의외의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는 변학도다. 춘향전의 포악한 변학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범생이 같은 모습과 말투는 먼저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의외의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잔인함은 변학도를 관객의 뇌리에 강하게 새겨버린다. 방자전의 변학도는 몸만 성장하고 인격은 성장하지 않은 인물이다. 몸이 크면서 성욕이 생긴 변학도는 그 욕구를 참는 방법도 어른스럽게 해소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했다. 변학도는 자신의 성욕이 제지당하면 아이처럼 떼를 쓰는데 그 떼쓰는 방법은 조폭이다. 주전자로 이마를 내리 찍어버린다. 변학도는 이몽룡에게 자신은 여자를 가지기 위한 단 하나의 일념으로 공부했다고 털어놓는다. 성욕에 떼쓰는 아이 변학도가 찾아낸 성욕의 근본적인 해결법은 바로 권력이었다..
혹시 스포일러에 경기 일으키는 분은 안보시는 게 좋습니다. 스토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리뷰입니다. 세상은 멸망했다. 나무는 불타고 동물들은 사라졌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바다는 파란 빛을 잃었다. 세상에 남은 건 가장 지독한 동물인 인간 뿐이다. 인간만 남은 세상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까? 남은 음식으로? 그것이 떨어지면? 폐허가 된 세상에서 인간은 남아있는 인간을 먹고 산다. 부모가 자식을 먹고 덜 굶주린 자가 더 굶주린 자를 먹는다. 약자인 아이들과 여자는 이 세상에서 거의 사라졌다. 아이를 본 노인이 정말 오랜만에 봤다며 놀라워할 정도이다. 그 폐허의 세계에 아버지와 아들이 길을 간다. 이들은 착한 사람이다. 왜 착한 사람이냐면 아직 사람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은 사람을 먹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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