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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당거래를 보면서 맨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김길태 사건이다. 연이어 터지는 아동성폭행에 국민적 여론이 들끓고 이에 압박을 받은 경찰이 총출동 하면서 며칠만에 김길태를 검거하였다. 영화 부당거래 속의 경찰도 이와 같은 압박을 받는다.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청와대까지 개입하자 경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 결국 경찰은 최준기 반장에게 맡겨 사건을 해결한다. 그런데 그들이 잡은 범인은 가짜 범인이다. 그리고 경찰도 그걸 알고 있다. 그쯤 보고나면 관객은 다시 김길태 사건을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국가가 그렇게 쉽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순진한 믿음이다. 거짓말을 은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일 수록 거짓말은 더 쉽다. 영화 부당거래는 국가에서 어떤 식으로 거짓말이 발생하는지 보여준다. 여론을 움직이고 싶어하는 권력은 여론에 맞춘 상품(이벤트)을 요구하고 여기에 누가 더 권력의 구미에 맛는 상품을 만들어내냐는 조직 내외부의 경쟁이 더해지면서 거짓은 묵인되고 진실은 귀찮은 것이 되어버린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일부 또는 전부의 거짓이 만들어진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알아"

영화 속 주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시하면서 부하에게 한 말이다. 그러나 정작 이 말을 새겨야 할 사람은 바로 주검사 자신이다. 사회에서 계속 떠받들여지면서 검사들은 자신들이 부리는 권력이 자신들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권리라고 생각하니 부정한 짓은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행동으로 돌려버리고 만다. 호의가 야기하는 더 근원적인 문제는 아래의 최반장이 아니라 좀 더 위쪽의 주검사다. 권력에 대한 호의를 거두어야 주검사 같은 안하무인의 권력을 바로 잡을 수 있다.




"겁이 많아 검사했다"

"겁이 많다"는 주검사의 말은 사실이다. 영화 속 주검사는 저 혼자 살겠다고 죽어가는 사람을 내팽겨치고 골프장 카트를 몰고 달아날 정도로 아주 겁많고 비열한 인간이다. 주검사의 이러한 야비함은 한국 권력의 성격이기도 하다. 직접 나선 내외부의 전쟁을 통해 권력을 쟁취한 서구권력과 달리 한국의 권력은 외세에 빌붙어 비열한 생존을 통해 권력을 넓혀갔다. 주검사의 야비함이 바로 한국권력의 본질이다.




영화는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을 대부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주검사의 스폰서인 태경 회장이 제일 먼저 죽고 그의 라이벌이자 최반장의 스폰서인 장석구와 부하가 죽고 잘못 휘말린 최반장의 부하가 죽고 끝으로 최반장이 죽는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주검사에겐 "일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라는 꾸지람만 있다. 

장석구는 최반장에게 자신들은 목숨걸고 이 일을 한다며 능글거렸다. 최반장은 자신의 경찰직을 걸고 가짜범인 만들기에 나섰다. 그러나 주검사는 아무 것도 걸지 않았다. 6명이나 죽음으로 몰아넣은 게임이 주검사에겐 장난꺼리였을 뿐이다. 한국의 권력이 그렇다. 겁이 많은 이 나라의 권력들은 게임비도 걸지 않고 게임에 참여한다. 거짓이 드러나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물러났다 조용해지면 나중에 다시 권력으로 등장한다. 참 비겁한 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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