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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방자전에서 의외의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는 변학도다. 춘향전의 포악한 변학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범생이 같은 모습과 말투는 먼저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의외의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잔인함은 변학도를 관객의 뇌리에 강하게 새겨버린다. 

방자전의 변학도는 몸만 성장하고 인격은 성장하지 않은 인물이다. 몸이 크면서 성욕이 생긴 변학도는 그 욕구를 참는 방법도 어른스럽게 해소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했다. 변학도는 자신의 성욕이 제지당하면 아이처럼 떼를 쓰는데 그 떼쓰는 방법은 조폭이다. 주전자로 이마를 내리 찍어버린다. 

변학도는 이몽룡에게 자신은 여자를 가지기 위한 단 하나의 일념으로 공부했다고 털어놓는다. 성욕에 떼쓰는 아이 변학도가 찾아낸 성욕의 근본적인 해결법은 바로 권력이었다. 아이가 떼쓰면 혼나지만 권력자가 쓰는 떼는 아래에서 받들어 모셔진다. 변학도는 권력을 얻음으로써 성욕에 떼를 쓰는 포악한 아이로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자를 가지기 위해 현감이 되었다는 변학도의 말은 오늘을 꿰뚫는 명대사이다. 변학도만 성욕을 위해 학업에 동기부여를 하는 건 아니다. 대학을 준비하는 남자 아이들이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공부 열심히 해서 예쁜 마누라 얻으라"는 소리다. 현재의 우리도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서 아이들의 성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성욕의 자극이 학업의 동기부여에만 그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부를 해서 권력을 얻은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권력을 쓴다. 바지를 내리고 권력을 들이밀면서 세상을 향해 떼를 쓰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처리해준다. 피디수첩이 2번에 걸쳐서 파헤친 성접대 검사 편은 바로 오늘의 변학도들이 어떻게 활약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광주항쟁 당시 군인들이 여자의 유방이나 음부를 도려냈다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 실제로 확인하진 못한  거 같은데 그럴 개연성은 과거의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제주 4.3항쟁 때 대검으로 여자의 성기를 쑤시고 난자했다는 실제 기록이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총이라는 무한권력을 지닌 남자가 여성에게 가지는 그 욕구의 잔인함이 어떤가를 보면 광주항쟁 당시 떠돌았던 그 유언비어들이 터무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로 전쟁위기가 고조된다는 뉴스가 나올 때였다. 이러다 전쟁나면 어쩌냐는 말을 하자 옆에서 듣던아내가 펄쩍 뛰었다. 무섭다며 '전쟁' 말도 하지말라는 것이다. 한번 더 꺼내자 이제는 표정이 사색이 되어 제발 그만하라고 사정까지 한다. 아내의 반응을 보면서 여자들이 전쟁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전쟁이 난다면 총을 들거나 완력이 센 남자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여자에게 권력자가 될 기회를 가지게 되는데 이때 권력을 가진 남자들이 여자들을 어떻게 대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전시가 아닌 평화시에도 이러한 무한권력을 가지는 자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검사들이다. 기소독점권을 가지고 자의적으로 법해석권을 휘두르는 검사들은 보통 사람들에게 무한권력자이다. 총같은 법을 든 그들이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은 벗으라면 벗고 빨라면 빨아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상대에게 주는 모멸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인데 어떤 사람들은 그 모멸감을 죽음으로 씻어내기도 한다.

날이 어두워지면 그들에게 학업동기를 부여했던 성욕이 눈을 뜨고 검사들의 무한권력은 여자들을 향한다. 낮에 보통사람들을 모멸했던 검사들의 권력은 이제 여자들의 몸을 모멸하기 시작한다. 제주4.3항쟁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 무한권력은 특히 여자들에게 잔인하고 비열하다. 춘향이가 변학도에게 당할뻔했던 것을 여자들은 겪을 것이다. 

노무현이 당한 건 검사들의 이 밤의 권력을 빼앗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욕을 제지당한 변학도가 안절부절하다가 주전자로 방자를 내리 찍은 것처럼 그들도 노무현을 그랬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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