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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방태식은 낙방의 달인이다. 5년 간 숱하게 입사원서를 써왔지만 그를 뽑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그 이유는 사진 속 그의 모습에서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남들과 다르다. 신장 뿐 아니라 얼굴도 한국사람 같지가 않다.




그래서 취직을 위해 그가 택한 길은 외국인 노동자로의 위장취업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단 세명만 있다는 부탄 사람. 다른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행세를 하니까 취직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가짜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의 경우 관객들은 재미를 기대하면서도 무리한 설정과 어설픈 디테일에 오그라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선 그런 걱정을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방가방가는 철저히 에피소드에 집중하면서 그런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너무 웃겨서 방가가 부탄사람인지 아닌지 신경 쓸 겨를도 없다.




이 영화를 진하게 만드는 건 노래다. 요즘은 노래가 대세인가 보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남자의 자격 합창단 편도 팀원들이 합창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감동을 주었다. 영화 방가방가의 노래가 남격보다 더 깊이 다가온다. 남격이 멜로디의 아름다움을 알게했다면 방가방가는 노래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방가방가가 더 깊이 다가오는 것은 남격처럼 노래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노래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쉴 때면 휴대폰 속 아내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알반장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른 방가에게 노래에 영혼이 없다고 질책한다. 똥그랗게 눈을 뜨고 처다보는 방가에게 알반장은 너의 조국 부탄의 노래를 해보라고 한다. 방가는 한오백년을 발음을 살짝 뭉개어 부르는데 나중엔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진 걸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노래에 몰입한다.




외국인 노래자랑에 나가기로 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선택한 곡은 찬찬찬이다. 그런데 용철이 이 곡을 가르치는 방법이 신선하다. 용철은 노래의 기교  전에 먼저 찬찬찬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를 설명한다. 왜 가사가 그라스와 립스틱을 그렇게 애절하게 부르는지 눈 앞에 보여준다. 그 정서를 이해하지 않고 노래가 살 수 없다는 게 노래에 대한 용철의 생각인데 이건 알반장이 방가에게 해준 "노래에 영혼이 없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외국인 노동자들의 찬찬찬은 추방 직전의 자신들을 구해낸다. 노래자랑에만 나가게 해달라는 방가의 간곡한 부탁에 호응하여 유치장 안에서 부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찬찬찬은 법무부 공무원의 마음을 흔든다.




드디어 노래자랑 대회장 앞에 선 방가의 팀. 그러나 추방을 앞에 두고 노래할 기분이 아니다. 거기다 선창해야할 알반장은 갑자기 가족 걱정까지 생겨 입을 못 뗀다. 그때 방가가 노래를 시작한다. 찬찬찬이 아니다. 방가가 부르는 노래는 알반장이 휴대폰 속 아내의 사진을 보며 부르던 방글라데시 노래다. 




방가의 노래에 알반장의 입술이 떨린다. 영혼의 노래를 관객들은 숨죽여 듣는다. 그리고 내 눈엔 눈물이...




이 영화를 보고 분명히 하나는 깨닫는다. 왜 우리는 노래자랑 대회에서 흉내내는 우리의 노래만 강요하고 영혼이 실린 그들의 노래를 들으려 하지 않았을까. 찬찬찬을 부르는 그들을 보며 우리가 느낀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폭력은 노래자랑에서부터 시작한 건 아닐까. 

이번 설날 노래자랑 땐 방그라데시 파키스탄 필리핀 우즈벡키스탄..... 그들의 영혼이 담긴 노래를 듣고 싶다. 근데 알반장 노래는 어디서 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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