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쉽 부재가 부른 영화산업의 위기 송강호는 그런데로 재미를 주긴했다. 뒤뚱거리며 뛰어가는 모습이 웃겼다. 그러나 그 테잎을 너무 많이 틀어 나중엔 짜증이 났다. 영화를 보고난 후 기억나는 건 송강호가 뒤뚱거리는 모습뿐이다. 이병헌처럼 힘을 준 연기는 배설이 한번 있어야 한다. 도대체 쟤가 뭐 땜에 저러나 하는 관객의 궁금증에 답을 줘야 하는 것이다. 온갖 악랄한 짓에 폼까지 잡아 감정이입을 시켜놓고는 '손가락 짤려서 그랬는데요.' 하니 관객이 뻥찌지 않을 수 없었다. 느끼한 정우성은 그 느끼함을 가셔줄 포인트 하나 없이 그냥 끝났다. 치즈만 든 치즈버거를 먹은 느낌. 출연 분량도 작아 마적단 병춘과 세번째 '놈'을 놓고 다툴 정도였다. 도무지 정의롭거나 용감해보이지 않을 것 같은 만길이는 수십명의 부하..

애덤은 무릎이 10센티 이상 찢어졌다. 그러나 그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의 무릎을 꿰메는 건 애덤 바로 자신이다. 릭은 작업 중 손가락 두개를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의사는 약지 봉합에 12만 달러, 중지는 6만 달러를 불렀다. 릭은 약지를 선택했고 중지는 버렸다. 릭과 애덤, 이들은 미국의 의료보험가입자가 아니다. 미국에는 이런 미가입자가 5천만명 있다. 그럼 그렇지. 보험을 안들었으니 그 모양이지. 나라에서 보험까지 들어주랴? 그런데 영화 식코는 5천만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보험을 가입한 2억5천만에 관한 얘기다. 래리와 도나는 얼마전까진 편집장과 기계공으로 그런대로 안정적인 삶을 누리던 중산층이었다. 그러나 래리가 심장발작을 일으키고 도나가 암에 걸리면서 두사람은 살집마저 잃고 파산했다. 딸의..

추격자, 혹시 대본이 급수정 된건 아닐까. 주인공 엄중호는 근본이 악인이다. 미진이 휴대폰에 그의 호출명을 쓰레기라고 붙였을 정도다. 이 악인이 갑자기 일말의 선의를 가지고 미진을 찾는데는 정교한 연기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김윤석은 영화 내내 쓸데 없는 욕설을 날리고 폴리스 라인 앞에서 몸싸움하는 안이한 연기로 엄중호를 표현했다. 엄중호로 체화되어 차올라 펼치는 연기가 아니라 연기자 김윤석이 대본의 엄중호를 꾸역꾸역 메꾸는 연기였다. 엄중호가 전직형사여야 할 이유도 없다. 지영민을 잡아내는 수사실력은 주인공이 형사가 아니라도 관객은 받아들인다. 전직형사는 포주의 수사능력만을 위해 도입하기엔 너무 과도한 설정이다. 이 정도의 무게감 있는 설정이라면 그에 맞는 사연이 나와야 하고 그 사연이 사건에 개입되어..

가족제도에 대한 희의 마지막 생존자 네빌 중령이 영화에서 회상하는 장면은 인류의 멸명이 아니라 가족의 죽음이다. 탈출하려고 매달린 사람들 때문에 휘청거리는 헬기가 네빌중령의 가족이 탄 헬기를 덮치고 그의 과거 회상은 거기서 끝난다. 네빌은 전형적 중산층이다. 중산층에게 가족의 의미는 다른 계급보다 더 각별하다. 빈곤층처럼 가진 게 너무 없으면 가족의 구심점이 사라져 가족은 해체된다. 부유층처럼 너무 많이 있으면 가족은 각자 따로 누린다. 가족간의 유대가 형성되기 힘들다. 증산층은 가족이 함께 누리기에 적당한 물질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네빌에게 더 중요한 것은 세계가 아니라 가족이다. 어둠 속에서 샘(개)을 부르는 네빌의 애타는 목소리는 아이를 찾는 아버지의 목소리다. 마지막 가족인 샘이 죽자 네빌은 자..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