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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쉽 부재가 부른 영화산업의 위기


송강호는 그런데로 재미를 주긴했다. 뒤뚱거리며 뛰어가는 모습이 웃겼다. 그러나 그 테잎을 너무 많이 틀어 나중엔 짜증이 났다. 영화를 보고난 후 기억나는 건 송강호가 뒤뚱거리는 모습뿐이다.

이병헌처럼 힘을 준 연기는 배설이 한번 있어야 한다. 도대체 쟤가 뭐 땜에 저러나 하는 관객의 궁금증에 답을 줘야 하는 것이다. 온갖 악랄한 짓에 폼까지 잡아 감정이입을 시켜놓고는 '손가락 짤려서 그랬는데요.' 하니 관객이 뻥찌지 않을 수 없었다.

느끼한 정우성은 그 느끼함을 가셔줄 포인트 하나 없이 그냥 끝났다. 치즈만 든 치즈버거를 먹은 느낌. 출연 분량도 작아 마적단 병춘과 세번째 '놈'을 놓고 다툴 정도였다.

도무지 정의롭거나 용감해보이지 않을 것 같은 만길이는 수십명의 부하까지 끌고온 막강 창이에게 처절하게 저항하다 죽고 이청하는 놀라는 모습 두어번 잠깐 보여주러 나왔다. 민망한 독립군 엄지원은 특별출연이라 그렇다 치자.

영화의 허술함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다. 이야기는 연결되지 않고 배역들은 뜬금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출연 분량은 조절되지 않았다. 아예 완성도는 신경 안쓰고 만든 영화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개봉하기 직전 김지운감독은 한국영화의 부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안될 영화가 되고 될 영화가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같은 영화인이 봐도 부끄러운 영화들이 흥행이 되면서 관객들에게 실망을 준거다.”(한겨레신문 7월9일)

영화를 보기 전엔 김지운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난 후엔 어떻게 저리도 누워 침뱉는 소리를 잘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놈놈놈> 제작자와 감독은 트랜스포머식 성공을 기대하는 것 같다. 요즘 헐리우드는 영화적 완성도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볼거리로 승부하는 경향이 있다. <놈놈놈>도 영화적 요소들은 거의 무시하고 볼거리 컨텐츠로 다가가는 작품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런 흥행전략이 잘 먹혀들까? 솔직히 비관적이다. 한국식 볼거리가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까? 볼거리라면 헐리우드다. 기술력과 자본력에서 한국은 헐리우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그들에겐 없는 독특한 이야기나 완성도가 필요하다. 볼거리만으로 승부한다는 것은 비교열위를 더 심화시키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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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일색인 <추격자>를 비평가의 말만 믿고 보러갔다 캐실망을 하고 돌아왔다. 그럴듯한 평도 보이지 않는 <강철중>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양치기효과를 의식해서인지 놈놈놈에서는 언론 등의 호평 강도가 좀 더 세어졌다. 낚시에 걸려 그만 17일 조조로 영화를 보고 말았던 것이다.

한국영화계에 인질마케팅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국영화가 몰락한다는 위협 앞에 모두들 한국영화를 살리기 위해 올바른 평을 쏟아내길 꺼리고 있다. 평론가들은 떠받들거나 입닫기 둘 중 하나의 선택권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몇년전 한국영화가 흥행가도를 달리 때 호기롭던 비판은 온데간데 없고 이렇게 궁색한 모습이라니.

영화도 하나의 산업이다. 산업에서는 '좋고 나쁘고'보다는 '되고 안되고'의 관점이 필요하다. 산업적 측면에서 본다면 영화는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가 있는 게 아니라 살릴 영화와 죽일 영화가 있다. 한국영화산업이 위기에 처한 것도 김지운의 말처럼 될 게 안되고 안될 게 되었기 때문이다. 애써 만든 의미있는 영화가 죽고 대충 만든 영화가 잘 나가니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될 영화가 되고 안될 영화가 되지 않기 위해선 다른 산업처럼 영화산업에도 리더쉽이 작동해야 한다.  한국영화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산업 내에서의 합의에 의한 리더쉽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거대한 헐리우드에 맞설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

정말 영화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한국영화산업의 여건에서 쉽지않은 성과를 거둔 작품에 대해 의미를 주고 살려나가는 리더쉽은 비평가들의 비평의 질과 일관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처음부터 리더쉽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비평가들이 이렇게 위기 앞에서 비평의 수위를 제한당하며 양치기 소년이 되는 굴욕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안스런 인질마케팅마저 다하면 한국영화산업은 어떻게 될까? 어서 인질마케팅이 다하기 전에 영화인들이 제대로 된 리더쉽을 만들어 내기 바란다. 관객을 속여 시장을 떠받칠려는 수작은 그만 부리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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