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40계단에 아코디언을 켜는 조형물이 있습니다. 부산을 방문한 외지인들이 이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며 즐거워 합니다. 뒤에 버튼을 누르면 당시 아코디언으로 연주했을 법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주변의 옛스런 이발소와도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조형물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조형물의 발 밑에 보면 이렇게 조형물의 제목과 설치 작가의 이름을 써놓았는데 문제는 그 밑에 함께 쓰인 2004년 당시 중구청장 이름입니다. 작품에 이렇게 지자체장 이름까지 박는 경우가 있나요? 설령 설치자를 적는다 하더라도 설치기관 정도지 이름까지 박는 경우는 못 본 거 같습니다. 과연 지자체장이 이 조형물에 작가와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있는 건가요? 더 짜증나는 건 '중구청장 이인준(20..
시속 1km로 부산 걷기 1. 반달계단, 소라계단, 40계단 2. 원조 40계단을 아십니까? 지난 두 번의 기사에서 동광동과 중앙동 사이를 이어주는 계단들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기사에선 그 계단 앞에서 바다를 향해 펼쳐진 공간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계단을 내려서면 아주 넓은 평지가 펼쳐집니다. 꼬불꼬불한 길과 높낮이가 불규칙한 계단 위와는 아주 판이한 공간입니다. 건물과 길들이 평지 위에 아주 반듯하게 잘 구획되어 나타납니다. 이에 대해선 이미 말한 바 있습니다.계단 위와 계단 아래가 이렇게 단절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래 평지가 100년 전 매축에 의해 생겨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100년 전엔 40계단 부근은 해안이었습니다. 동광동의 가파른 절벽들이 해안을 접하고 있었습니다. 40계단은 해안이 매축된..
시속 1km로 부산 걷기 1. 반달계단, 소라계단, 40계단 시속 1km로 부산 걷기 2번째 기사입니다. 반달계단과 소라계단을 지나 이제 계단 동네의 마지막 40계단에 왔습니다. 계단에 도착해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옆에서 한쌍의 남녀가 40계단의 40개에 대한 진위 여부를 놓고 가벼운 논란을 벌입니다. "정말 맞나? 함 세어 보자. 하나 둘 셋..." 지켜보니 40계단이 맞습니다. 아코디언 켜는 아저씨 아래와 위로 딱 20계단이 나눠져 있습니다. 40계단 하면 중장년 세대는 "사십계단 층층대를 앉아 우는"으로 시작하는 노래 '경상도 아가씨'를 떠올립니다. 1951년 나온 이 노래가 그 시절 피나민들의 애환을 달래주었습니다. 유행가 가사에 등장할 정도로 당시 40계단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습니다. 4..
시속 1km로 부산 걷기 부산을 걸어보는 취재기획을 시작합니다. 제목은 '시속 1km로 부산 걷기'. 사람이 걷는 속도는 시속 4km입니다. 시속 1km면 그 반에 반의 속도입니다. 부산 '걷기'가 아니라 부산 '기어가기'가 맞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만큼 부산의 공간들을 하나하나 느껴가면서 걸어볼 것입니다. 마음으로 부산의 공간들을 더듬고 음미하면서 가면 시속 1km도 빠른 속도가 될 수 있습니다. 한 공간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다 뒤지다보면 끝도 없죠. 부산, 그중에서도 '중구'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제가 '중구를 먼저 걸어보겠다'고 하지 않고 '중구를 걸어보겠다'고 한 것은 다른 지역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구만 걸어도 1년이 넘게 걸릴 듯 합니다. 몇년이 넘는 기획을 함부로 약속할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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