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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km로 부산 걷기


1. 반달계단, 소라계단, 40계단


시속 1km로 부산 걷기 2번째 기사입니다. 반달계단과 소라계단을 지나 이제 계단 동네의 마지막 40계단에 왔습니다.




계단에 도착해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옆에서 한쌍의 남녀가 40계단의 40개에 대한 진위 여부를 놓고 가벼운 논란을 벌입니다.
 
"정말 맞나? 함 세어 보자. 하나 둘 셋..."

지켜보니 40계단이 맞습니다. 아코디언 켜는 아저씨 아래와 위로 딱 20계단이 나눠져 있습니다.




40계단 하면 중장년 세대는 "사십계단 층층대를 앉아 우는"으로 시작하는 노래 '경상도 아가씨'를 떠올립니다. 1951년 나온 이 노래가 그 시절 피나민들의 애환을 달래주었습니다. 유행가 가사에 등장할 정도로 당시 40계단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습니다. 40계단 앞은 항구에서 쏟아지는 구호물자로 장터가 열렸고 피난 중 헤어진 가족들의 상봉 장소로도 유명했다고 합니다.




젊은 세대는 40계단을 영화로 기억할 겁니다. 이명세 감독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명장면이 여기서 촬영되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계단 중간의 포장마차에서 아주머니가 나오는 장면입니다. 살인 현장과 오뎅 아줌마의 태연한 모습이 충돌하여 재밌는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제 기억이 확실하다면 아코디언 켜는 아저씨 왼쪽의 이발소 램프 아래에 그 포장마차가 있었습니다.




영화 속의 40계단입니다. 안성기가 상대를 타격하고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오는 장면입니다. 예전에는 중간에 가로등이 있었군요. 지금은 없습니다.




여기서 계단 얘기를 좀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계단 동네라 이름붙인 이 동네엔 왜 이렇게 경사가 가파르고 넓은 계단들이 많은 걸까요?

앞서 첫번째 기사에서 말한 것처럼 40계단 아래쪽 중앙동은 100년 전 해변 또는 바다였다가 일제가 매립하면서 평평한 육지가 된 지역입니다. 그런데 이 곳은 매립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위쪽엔 산을 깍는 착평도 있었다고 합니다. 과거 영선산이라는 산이 40계단 위쪽 부근에 있었는데 일제가 그 산을 깍아 중앙동 지역을 매립했다고 합니다. 평평해진 산과 매립된 아래 쪽을 계단이 연결하게 된 것입니다.




40계단 위입니다. 중간에 옛날 옛날식 나무 전봇대가 서있고 왼쪽 위 팻말에 인쇄골목이라고 써있는 게 보입니다. 이 곳 위쪽은 인쇄소가 모여있는 걸로 유명한 동광동 인쇄골목입니다.




조금 내려왔습니다. 아래쪽으로는 바다로 향하는 길이 넓직하고 시원하게 뚫려있습니다. 이것도 매립의 흔적이죠. 새롭게 얻은 땅이라 계획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야는 큰 건물에 막혀버립니다. 지금은 막혔지만과거엔 40계단 앞에서 항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피난민들은 여기 모여 구호물자를 싣고 들어오는 배를 보며 기다렸을 겁니다.

그런데 저 앞에 여자 한 분이 저를 찍고 있네요. 오호! 서로 카메라를 마주보고 있는데요. 제가 카메라를 내려놓자 여자분이 눈길을 살짝 돌립니다. 절 찍은 건가요?




40계단을 완전히 내려왔습니다. 40계단 앞엔 2004년 조성된 40계단 문화의 거리가 있습니다. 옛날 나무 전봇대와 195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아주 사실적인 조형물들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40계단 문화의 거리에 대해선 다음 기사에서 다루겠습니다.





40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지켜봤습니다. 관광객들은 기본입니다. 아코디언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갑니다. 계단 위로 용두산공원과 복병산 공원이 있어서 그런지 한가로이 올라가는 노인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커피 배달하는 아주머니도 이 계단을 자주 왔다갔다 하셨습니다.




식사를 배달하는 아주머니도. 커피와 밥이 길을 잇고 있군요.




조금 떨어져서 본 40계단입니다. 오른쪽 옆에 "라미넥스" 저 집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도 상호가 나옵니다.




계단 위쪽에서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계단 올라서자 마자 왼쪽입니다. 왼쪽 끝에 40계단 중간에 버티고 있는 나무 전봇대에 옛날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고 앞쪽 분식점의 간판은 '추억의 40계단'입니다.




40계단과 오른쪽입니다. 저 길로 한번 살짝 들어가봤습니다. 따라오시면 놀라운 걸 볼 수 있습니다.




20m 쯤 걷자 고색창연(?)한 건물이 나타납니다. 70년대 어디 쯤에서 멈춘듯한 건물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은지 오래되어 보입니다. 뒤에 있는 집도 이 집이 보여주는 시대와 조화를 이룹니다. 좀 오래되어 보이죠.

더 놀라운 건 이 건물 맞은 편입니다.




집들 사이에 아주 작은 계단이 낑겨 있습니다.




40계단과는 20m정도 떨어진 곳이고요. 전봇대 보이는 곳이 40계단입니다.




계단도 울퉁불퉁 올라와 있습니다.




이 초라한 계단을 왜 이렇게 길게 보여주냐고요? 이게 바로 원래 40계단입니다. 앞에서 우리가 본 40계단은 50년대 사진에서 보던 계단이 아닙니다. 이 계단이 사진 속의 그 계단입니다. 원래는 4m 폭이었는데 집들에 의해 잠식되어 지금은 이렇게 된 것입니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요? 찾아보니 원래 40계단은 지금의 계단에서 북쪽으로 20m정도 떨어지 폭 1m 작은 계단이라고 합니다. 폭이나 거리는 몰라도 되더군요. 40계단과 소라계단 사이에 북쪽으로 난 계단은 이거뿐이더군요.



다음엔 40계단 앞의 문화의 거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너무나 사실적인 조형물의 모습이 재밌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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