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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km로 부산 걷기


부산을 걸어보는 취재기획을 시작합니다. 제목은 '시속 1km로 부산 걷기'.

사람이 걷는 속도는 시속 4km입니다. 시속 1km면 그 반에 반의 속도입니다. 부산 '걷기'가 아니라 부산 '기어가기'가 맞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만큼 부산의 공간들을 하나하나 느껴가면서 걸어볼 것입니다. 마음으로 부산의 공간들을 더듬고 음미하면서 가면 시속 1km도 빠른 속도가 될 수 있습니다. 한 공간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다 뒤지다보면 끝도 없죠.
 
부산, 그중에서도 '중구'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제가 '중구를 먼저 걸어보겠다'고 하지 않고 '중구를 걸어보겠다'고 한 것은 다른 지역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구만 걸어도 1년이 넘게 걸릴 듯 합니다. 몇년이 넘는 기획을 함부로 약속할 수는 없죠.

17세기부터 일본인들을 위한 초량왜관이 중구지역에 들어섰는데 그 범위가 현재의 중구 지역과 거의 일치합니다. 초량왜관은 일본과의 무역이 한중일 삼국 중 가장 활발한 지역이었습니다. 개항 후엔 부산이 조선의 대표 항구가 되면서 중구는 일본 등의 해외문물이 유입되는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제가 부산 걷기의 취재 대상으로 중구를 선택하고 그 취재 기간을 1년 넘게 잡은 이유는 중구의 공간에 쌓인 역사의 두께 때문입니다. 중구는 초량 왜관 이래로 400년의 활발한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17세기 이래로 부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지역입니다. 공간 곳곳에 쌓여 있는 역사와 이야기들을 들어보려면 1년을 다녀도 모자랄 것입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여기서 끊고 일단 걸어보겠습니다.




집에서 50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중앙동역 17번 출구에 내렸습니다.



걷기 전에 지도 펴놓고 잠시 설명 좀. 제가 앞으로 걸어볼 중구는 대략 하얀 색 네모 지역입니다. 오늘 돌아볼려는 곳은 하얀색 타원입니다.




그림지도 하나 더 보죠. 이날 제가 걸었던 지역입니다. 오렌지색 동그라미가 바로 중앙동역 가장 북쪽(위쪽)에 위치한 17번 출구이고요 저기서부터시작해서 왼쪽 윗 부분을 훑고 지나가려고 합니다. 여긴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유명해진 40계단이 자리잡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림지도에 표시된 '현위치' 앞에 난 길로 들어갔습니다. 가로수의 은행잎이 한창이었습니다. 영화 인정사정 볼것없다를 보면 안성기가 은행잎이 날리는 40계단에서 유유히 청부살인을 저지릅니다. 아마 영화의 촬영도 이때 쯤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긴 40계단이 아닙니다. 40계단은 좀 더 걸어야. 그런데 계단이 좀 특이하죠. 이건 무엇을 형상화 한 걸까요? 40계단 문화관에 물어보니 반달계단이라고 합니다. 계단 이름을 알기 전까진 배를 형상화 한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모양도 그렇고 항구의 상징성도 있으니 배가 분명하다 생각을 했죠.




항구를 떠나는 배에 오르는 기분 아닌가요?




원들이 겹쳐져 보이는 풍경이 예쁘네요.




둥그런 원 앞에 서면 갑판 맨 위에서 바다를 달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않을까요?




이 예쁜 계단 옆에 사는 기분은 어떨까요?




계단이 끝났습니다. 위쪽이 살짝 궁금해집니다.




계단을 올라가서 북쪽을 바라봤습니다. 그러니까 아까 본 지도의 오른편입니다. 빽빽이 들어선 집들 뒤로 일본식 성 모양의 건물이 보이죠? 좀 더 다가가 보겠습니다.




이것도 독특한 풍경이죠. 저 건물은 코모도호텔입니다. 79년에 지어진 부산의 대표적인 호텔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장소로도 많이 비추어진 곳이죠. 저긴 나중에 한 번 가볼 생각입니다.




올랐던 반달계단을 다시 내려왔습니다. 계단 바로 앞에 지나가는 골목길을 걸어 40계단 쪽으로 갔습니다.




부산의 중심지인 중구인데 건물들이 대체적으로 낡은 편입니다. 이 지역은 중심지에서 좀 떨어진 곳입니다. 거기다 시청이 이전한 뒤에는 경기가 예전보다 침체되었습니다. 건물들이 낡은 채로 관리되지 않거나




결국에는 헐려 주차장으로 쓰이기도.




엘지 위에 엘지, 엘지 위에 삼성? 에어콘 환풍기가 삼층으로 포개져 있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골목길 한 구획을 다 지나와 뒤돌아 봤습니다.




또 신기한 계단이 보입니다. 이게 40계단? 음~ 이건 소라계단입니다.




이 소라계단과 바로 오른쪽 옆 건물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끼워 맞춘 테트리스같은 느낌이...

바로 뒤에 있는40계단 문화관에 가면 40계단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습니다. 이건 다음에 한 가보죠.




계단은 나선형으로 돌아갑니다. 보이는 것만 따지면 4층입니다. 4층 반인가?




저 본 반달계단도 그렇지만 소라계단도 이렇게 동화에서나 볼 것 같은 예쁜 계단 바로 옆에 흔히 보는 이웃집 뒤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재밌습니다. 쓰레기 모아놓은 봉지와 대야가 보입니다.

예전의 계단은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합니다. 여기 그냥 보통 계단을 세우면 경사가 너무 높아져버립니다. 지그재그형이었을까?




위에서 본 계단 모습입니다.




소라계단에서 보면 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좀 더 땡겨 볼까요?




멀리 컨테이너도 보입니다. 여기를 북항이라고 합니다. 영도 대교 넘어서면 남항이라고 하고요. 북항은 무역운송 역할을 맡고 있고 남항은 고기잡이 중심지입니다.




이쯤에서 설명을 좀 더 드려야 겠습니다. 다시 아까 봤던 그림지도 보시죠.

여기 지도의 40계단길 아래쪽 대부분은 원래 100년 전엔 지도에 없던 곳입니다. 1902년부터 차차 매축된 곳으로 당시 매축 후 이 일대를 '새마당'이라고 불렀습니다. 일제는 새마당에 부산역, 부산세관, 부산우편국 등 서구 건축 기법에 따른 아름답고 우람한 3대 건물들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새마당(현 중앙동)은 당시 부산의 명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매축 이전 중앙동 지역의 모습을 알려주는 사진과 그림입니다. 육지 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습니다. 초량왜관 지도의 왼쪽편이 40계단 등이 위치한 지역인데 현재 육지 지역이 바다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소라계단에서 반달계단 쪽을 봤습니다. 저기서부턴 산자락에 곡목길이 막혀 있습니다. 저쪽부터 둥그스럼한 해변이 시작되었을 겁니다.




40계단 쪽을 봤습니다. 여기서 한 구역만 가면 40계단입니다



과거의 40계단 모습입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40계단은 다음에 보여드리겠습니다.

* 과거 사진들은 중구청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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