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아들이 기침이 하도 심해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의사가 폐렴이라며 입원을 얘기했습니다. 애들 폐렴이 흔하고 쉬운 병이라 들었지만 그래도 입원을 얘기하니 잠시 '덜컥'했습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잠은 집에서 자는 게 낫지 않냐며 살짝 저항을 해보았는데 의사선생님이 보여준 엑스레이에 곧 두손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폐렴엑스레이가 다 그런지 모르겠는데 육안으로도 안좋은 부분의 폐상태가 확실히 구분되었습니다. 다행히 입원 다음날 아이를 본 의사가 많이 좋아졌다는 진단을 했고 어제는 토요일 쯤 퇴원해도 좋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오늘 오후엔 아들의 유치원 선생님 두 분이 병문안을 오셨습니다. 선생님들은 책과 퍼즐을 선물로 들고 오셨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책을 보던 아이가 제게 물었습니..
77년 3월에 찍은 사진입니다. 포즈 잡고 있는 두 녀석은 제 동생들입니다. 당시 6살, 4살. 사진 속의 터는 아이들이 매일 모이는 장소였습니다. 학교 갔다 오면 여기 모여 금을 긋고 '다망구'나 '라면땅' '오징어달구지'같은 놀이를 했습니다. 여기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것은 순전히 공장 덕분이었습니다. 뒤에 보이는 공장이 차량 진입로 덕분에 아이들이 놀만한 조그만 터가 생긴 것입니다. 트럭이 들어올 때면 놀이를 중지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유니폼에 '빵떡모자'를 쓴 여공누나들이 저 문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른들은 이 공장사장이 일본사람이라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문설주 맨 위에 빨간 글자로 '멸공'이 쓰여져 있는데, 저땐 아주 흔한 구호였습니다. 다른 쪽 문설주에..
온가족이 모여서 송편을 만들었습니다. 민호야 송편은 요렇게 하면 되는거야. 만들 수 있겠지. 재밌다며 웃는 민호. 할머나 따라서 해봅니다. 한 숟가락 퍼서 집어넣고. 잘 오므려 끝을 붙입니다. 그런데 송편 모양이 이상합니다. 터져버린 송편을 보고 울어버리는 민호. 할머니가 다시 해주께 울지마. 누나는 송편을 잘만듭니다. 동그랗게 만들어 둥글게 펴주고 한 숟가락 가득 넣습니다. 그래도 송편은 터지지 않습니다. 앞에누나도 예쁜 송편은 저렇게 많이 만들었습니다. 하나도 못만든 민호는 누나들이 부럽습니다. 아무리해도 모양이 안나오는 민호 송편 다시 울먹거리는 민호. 송편은 거의 다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민호가 안보입니다. 복도에서 저렇게 입을 삐죽 내밀고 앉아있군요. " 민호야 송편 만들어야지." "안할거야"..
반갑다 친구들아! 우리가 올해로 사십대구나. 키야! 세월 참 빠르다. 국민학교 때 88 올림픽이 언제 오겠냐며 그 땐 대학생이네하며 낄낄댔는데 벌써 20년 전이고, 21세기엔 도시에 우주선이 날라다닌다 했는데 그 새 7년이 지났다. 설날에 본가에 가니 마누라와 동생들이 40대라며 막 놀리는데, 이거 뭔 감회라도 있어야 약이 오르지. 생활비, 애들 유치원비 투덜대는 동반자가 옆에 있어, 30대잔치가 끝났다는 거 정도 느끼겠더라. 우리가 태어났던 68년이 보통 해는 아니었어. 새해 초부터 참 시끄러웠지. 정초에 북한에서 남파한 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하는 바람에 남한사람들 깜짝 놀랬었구, 또 68학생혁명이라는 학생운동이 절정기에 달해 세계적으로도 많이 시끄러웠다는구나. 그 해 10월 음력으로 9월에 내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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