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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웃찾사는 7.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창 때와 비교했을 때 시청률은 반토막도 더 나버렸다. 그런데 이 시청률도 목요일로 방송대를 옮긴 이후 5%까지 떨어지다 반등한 감지덕지한 수치이다. 한때 개그콘서트를 따라 잡을 정도로 기세를 올렸던 웃찾사로서는 참담한 상황이다.  


반면 개그콘서트는 12월 16일(일) 18.2%의 시청률로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 나오는 코너마다 대박 행진이다. '어떻게 하는 것마다 웃기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kbs연예대상에서 누가 코미디부문 상을 받을지 모를 정도로 코너간 경쟁이 치열했고 끼있는 신인들도 많이 쏟아졌다.  


개그프로그램의 양대산맥을 이루었던 두 프로그램이 왜 이렇게 차이가 벌어지게 된걸까. 웃찾사가 처지고 개콘이 계속 승승장구를 하는 이유는 뭘까.




웃찾사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독특한 행동과 대사를 친다.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리마리우는 복잡한 액션이 유행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요즘 인기 있는 퐁퐁퐁도 캐릭터만의 재미난 행동과 대사를 한다. 반면 개콘의 캐릭터들은 웃찾사처럼 독특한 행동과 대사가 없다. '사랑이 팍팍'에 등장하는 한민관은 약골 캐릭터다. 그가 눈에 띄는 행동과 대사를 하진 않는다. 그의 신체적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한다. 범죄자 캐릭터로 나오는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의 곽한구도 자신의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연출하는 행동과 대사가 없다.


개콘에도 캐릭터만의 행동과 대사가 안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콘에서 연출되는 캐릭터만의 행동과 대사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한 의미가 있다. 변선생에서 변기수의 수다는 수다스럽고 시끄러운 그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쓰인다. 같은 코너에서 송병철의 꽃가루는 그의 왕자병 캐릭터를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웃찾사에서 캐릭터만의 독특한 행동과 대사는 캐릭터 구축이 아니라 캐릭터를 구분하는 표식이다. 웃찾사는 캐릭터를 더 우스꽝스럽게 하기위한 장치로 행동과 대사를 입히는 것이다.


개콘의 캐릭터들은 코너를 넘나들지만 너무 많이 입혀져 무겁고 특수한 웃찾사의 캐릭터들은 코너 안에 갖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함께 운명을 맞이한다. 이때문에 개콘은 새로운 캐릭터 창출에 대한 스트레스가 웃찾사보다 덜하다. 그동안 코너를 통해 쌓인 캐릭터를 활용해 새로 만들다 보니 여유가 있다. 단신 캐릭터의 이수근과 정명훈을 결합해 단신을 소재로한 개그를 만들기도 하고, 진상경찰서로 인기를 끈 김원효와 범죄자 캐릭터의 곽한구를 결합해 인질극 코너를 만든다. 보이지 않는 왕따로 시청자에게 각인된 이종훈도 앞으로 활용가능성이 아주 높은 캐릭터다. 제대로 된 캐릭터 10여개만 있어도 그걸 조합하면 무한대의 코너를 만들 수 있다.


웃찾사가 매번 새코너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시청자에게 항상 낯선 배경과 상황에 맞닥뜨리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 약점이다. 개콘은 익숙한 캐릭터로 새로운 코너라도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는 상황과 정서를 제공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웃찾사의 새코너에 적응하긴 쉽지 않다. 계속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새 코너에 대한 기대감이 크겠지만 가끔 보는 사람은 바뀐 코너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찾기 힘들다. 개콘은 시청자가 익숙한 상황과 정서를 약간 비틀어주면서 웃음을 이어가는데 이 전략은 언제라도 유효한 웃음의 기본 전략이기도 하다. 개콘이 비슷한 캐릭터를 몇년째 써먹고도 식상다하는 말을 듣지 않는 것만 봐도 그걸 알 수 있다.


캐릭터를 발굴하고 익히는데엔 시간이 필요하다. 코너만을 위한 캐릭터야 순간적인 아이디어로도 가능하지만 개콘의 캐릭터처럼 시청자에게 각인이 되는 캐릭터는 시간이 필요하다. 계속 노출시켜 시청자가 나중엔 그들을 반사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곽한구가 웃긴 범죄자의 캐릭터를 얻은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였다. 개콘에서 캐릭터가 익혀지고 발굴되고 활용되는 것을 볼 때 개콘에는 상호 신뢰가 토대가 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시스템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웃찾사는 코너가 없어지면 아무 것도 살아남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들은 자신을 낭비해서라도 코너의 생명 연장에 매달리고 결국 온갖 우스꽝스런 것들을 덮어쓴 캐릭터들은 생명력을 잃어 버렸다. 캐릭터들을 희생시켜가며 몇년째 질질 끌며 방영되는 형님뉴스는 이런 웃찾사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만약 개콘이라면 형님뉴스는 벌써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코너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은 다른 코너를 통해 익혀지면서 나중에 다시 빛을 발했을지 모른다.


안다고 다 따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천엔 시스템이 필요하다. 웃찾사가 개콘의 캐릭터 전략을 따라할려면 시스템도 개콘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웃찾사가 개콘을 이기고 싶다면 개그맨들에게 아이디어를 닥달하지 말고 개콘의 시스템과 웃찾사의 차이점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한다. 개콘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웃찾사가 개콘을 이기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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