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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해피투게더 프렌즈를 봤다. 순전히 조형기 때문이었다. MC 유재석이 출연자 조형기를 소개하는 순간 리모콘을 내려 놓았다. 이후 채널고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했다. 역시 웃음의 보증수표 조형기였다. 그렇게 시원하게 웃은 것도 참 오랜만이다.

“아이 이 아저씨 왜 이렇게 웃겨?” 어! 그러게 말이다. 혼잣말을 내뱉고 스스로 그런 의문이 들었다. 개그맨도 아닌 사람이 정말 어떤 개그맨보다 더 웃긴다. 연예인을 통 털어 가장 재밌는 것 같다. 갑자기 조형기의 웃음이 궁금해졌다.

시간차 반전

조형기 동생이 늘씬한 미인이라는 말에 유재석이 결혼은 했느냐고 묻는다. 여자 얘기가 나오면 시청자의 호기심을 대변해서 사회자들이 자주 물어보는 흔한 질문인데 조형기는 이 뻔한 질문을 이용해 웃음을 만든다. “예 했어요”라고 담담하게 대답하더니 바로 이어서 “그럼 나이가 50인데”라며 유재석을 빤히 처다본다. 순간 스튜디오엔 웃음보가 터진다.

반전도 반전이지만 순순히 수긍하는 척 하면서 질문자가 기다렸던 반응 순간을 한 타임 끊어주고 다음 순간에 들어가는 시간차 반전이 웃음을 배가한다. 상대의 스파이크를 예상하고 공을 넘겨주었지만 시간차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mc도 웃음을 못참는데 시청자가 어찌 참는 단 말인가.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웃긴다. 공부 잘하는 애들 안 괴롭히고 그냥 잠만 잤단다. ‘안 괴롭힌다’라는 말 뒤에 예상했던 ‘착하다’가 안나오고 엉뚱한 ‘잠’ 얘기로 웃음을 유발한다.
   
이런 반전들은 조형기만의 능청스런 표정에 얹어지면서 뱃가죽이 땡길 정도의 깊은 웃음으로 증폭된다. 반전에 머뭇거림도 없고,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들도 수시로 툭툭 던져댄다. 조형기의 예의 그 난감해 하는 표정만 나와도 시청자는 웃음의 신호로 받아들여 일제히 웃을 정도다. 웃음의 이유는 주변에 물어 나중에 확인하곤 한다.


기억력

반전은 입심좋은 연예인이라면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웃음의 방식이다. 조형기라는 방송계의 해결사가 그것만으로 웃음에 매달렸다면 이미 한계를 맞이했을 것이다. 그에겐 또 다른 웃음의 소재가 있다. 그것은 그의 비상한 기억력이다.

조형기는 친구들을 찾으면서 비상한 기억력을 보여주었다. 친구들 이름은 물론이고 담당 선생님까지 기억하며 가짜 친구들을 여유 있게 패스했다. 다른 연예인은 친구들이 기억을 떠올려 주었는데, 조형기는 반대였다. 조형기의 기억에 친구들이 가물가물해하는 표정이었다. 

기억도 개그의 좋은 소재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 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일을 세세하게 들추어 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줄 수 있다. ‘어쩜 그런 걸 다 기억하니’ 하며 다들 한바탕 웃게 된다. ‘이력서’를 ‘광복절’이라 읽은 친구의 에피소드도 조형기의 기억력이 이끌어낸 웃음이다. 이럴 때마다 김용만이나 유재석은 “그걸 어떻게 기억해요?” 하면서 자지러 진다.

조형기의 기억력은 개인적 경험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과거의 시대상까지 정확하게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곤 한다. “그거 있잖어 왜 아이 그거 말야” 하면서 그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옛날의 모습들에 시청자는 ‘맞다 맞어’를 연발하게 되고, 거기다 ‘앞태’ ‘뒷태’ 하며 고어스런 말투까지 보태지면 웃음은 주체하지 못하게 된다.

해결사 조형기

흔히 지나치는 일상을 예리하게 찝어내는 것도 조형기의 장점이다. 한국식 발음으로 팝송을 고쳐 부를 때 대부분 가사를 잘 매치시키지 못하는데, 조형기는 그 장면을 두고 “가사가 남기도 한다”라는 식으로 말해버린다. 팝송의 멜로디와 영어 가사를 매치시키지 못한 장면의 지적도 웃긴데 거기다 마저 못 부르는 가사를 ‘남는다’고 표현하니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곱씹을 때마다 키득거리게 되는 유머다.

이러다 보니 마무리는 항상 조형기의 몫이다. 그의 후렴구가 떨어져야 웃음이 터지고 한 단락이 끝난다. 수습이 안되면 다들 조형기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넘겨버리고 멀뚱 멀뚱 처다만 보는데, 조형기는 그걸 열이면 열 다 마다 안하고 마무리 시켜준다. 가끔 군소리도 궁시렁 거리긴 하는데 그것마저도 기막힌 마무리가 된다. 한마디로 방송계의 해결사다. 조형기 없었으면 한국 mc 들 밥 어떻게 벌어먹나 싶다. 조형기가 출연하는 만큼 MC들의 수명이 연장된다 보면 된다. 아마 유재석은 그날 방송이 많이 편했을 것이다.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방송하지 않았나 싶다. 

어제(4월6일) 방송분에서 신세대 여가수 아이비와 함께 나왔는데 카메라는 아이비보다 조형기를 더 자주, 크게 잡았다. 내가 편집자나 카메라맨이라도 그럴 것 같다. 화면을 꽉 채운 조형기의 모습은 편안하고 안정돼 보였다. 웃음을 참지 못해 키득거리는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친구들과 선생님에게로 뒤뚱거리며 달려가는 모습은 정말 친근했다. 지켜보는 사람을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조형기는 탁월하다.  

채널파워

50대 이상에게 조형기는 추억의 상자다. 그의 말과 행동에서 몇 십년전의 추억을 느낀다. 나같은 30, 40대에겐 친근한 형님이다. 이경규나 김용만처럼 막 까불어도 엄격하지 않고 받아줄 것같은 행님이다. 20대 이하 세대에겐 아버지의 일상을 느끼게 한다. 우리 아버지랑 똑같다 하며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한마디로 만인의 연예인 조형기다.

최근 영화를 개봉한 송강호를 두고 티켓파워라고 부른다고 한다. 난 조형기를 채널파워라고 부르고 싶다. 채널로 다투던 가족들이 조형기 앞에선 채널일치를 결정한다. 아버지도 삼촌도 자식도 모두 오케이다. 과연 한국에 이만한 채널파워가 있을까?

그런데 조형기씨는 월드컵 언제까지 나갈까? 2020년까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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