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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표정의 키작은 아저씨가 전파상 가게문을 여는 것이 첫 장면이었다. 그리고 특별한 부부의 얘기라는 자막이 흘렀다. 대략적인 스토리가 예상되었다. 왜소증에 걸린 아저씨와 비장애인 부인이 같이 살아가며 겪는 애환을 다루는 내용이겠다 싶었다. 그쯤 짐작하자 손가락이 모니터의 채널 버튼으로 옮겨졌다. 그 순간 아저씨 부인의 얼굴이 나왔는데 그만 소스라치고 말았다.

그건 도저히 사람의 모습이라 할 수 없었다. 뼈에 피부만 붙어 있는 정말 살아있는 사람일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부인의 몸은 분명 움직이고 있었다. 이불 속에서 천천히 뼈만 남은 몸을 일으켜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아이들을 돌아봤다.

아이들은 표정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 "아빠 저 아줌마 왜 저렇게 빼빼해?" 놀라는 기색 없이 내게 물었다. "응 좀 아파" 아이들이 내 반응을 배우면 안된다는 생각에 나도 태연한 척 했다. 자연스럽게 다른 채널로 돌려야지 생각하며 다시 티브이를 주시했다.

그러나 특별한 부부의 이야기를 나는 끝까지 보고 말았다. 인간 존재의 한계를 보여주는 이런 내용을 나는 잘 버티지 못한다. 나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하게되면서 스스로 불편해져서 이내 채널을 돌려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세상에 이런 일이'의 박상기·장미향부부 얘기를 계속 시청했던 것은 남편 박상기씨의 편안하고 차분한 눈빛때문이었던 것같다.

아픈 사람 하나만 있어도 집안 식구들 눈빛이 불안으로 가득차게 된다. 그런 불안과 공포의 눈빛 때문에 더는 지켜보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저씨에게서는 불안과 공포의 눈빛이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의 맑은 눈빛과 밝은 피부 덕분에 고역스런 삶의 얘기를 보는 게 힘들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상에 이런 일이 홈페이지 캪춰


채널파워 조형기
신정환웃음의 비밀



장미향씨는 원인 모를 이유로 살이 계속 빠져 현재 24kg이다. 장미향씨는 이제 부억칼을 들기도 힘들 정도다. 아픈 이후로 집안 일은 아저씨가 다 하고 있다. 젖가락질을 못하기 때문에 반찬도 아저씨가 먹여준다. 하루에 2 번씩 부인의 머리를 감기고 온 몸을 씻긴다. 저녁엔 종기투성이의 장미향씨 몸에 소독약을 발라준다. 이렇게 해온지가 10년째다.

이런 생활을 견디고 계신 아저씨에게 제작진은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제작진의 질문에 아저씨는 웃기만 하고 "그렇죠"라는 대답만 할뿐이다. 가장 길게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가전제품과 씨름하고 아내와 씨름하다보면 이렇게 다 가요”

처음 무섭기만 했던 미향씨의 얼굴에도 이제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 얘기할 때마다 미향씨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병원에서 해주는 거보다 신랑이 더 잘해요” "다른 사람은 난로 이렇게 못만들어요" 남편을 자랑스러워 하는 미향씨의 표정을 보고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방송이 끝날 때 쯤 밑바닥부터 차 올라오는 눈물을 느꼈다. 그건 왈칵하며 전염되듯 흘리는 사정하는 눈물이 아니었다. 서서히 잠겨서 주체할 수 없이 흘러 넘치는 눈물이었다.

말 없는 박상기씨가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인간이란 이렇게 아름답고 숭고한 존재야. 이게 바로 인간의 가치야"

인간이 이렇게 문화를 꽃피우고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 지켜왔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인간의 가치를 하찮게 여겼다면 세상은 아직도 노예가 존재하고 폭력이 아무 곳에서나 난무했을 것이다. 문명의 최우선적 조건은 바로 '인간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다.   

박상기씨는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한계에 서 계신 분이다. 자신이 왜소증도 모자라 부인의 지독한 병까지 떠 안고 살아가고 있다. 만약 박상기씨가 인간의 가치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인간의 가치는 낮아지고 그와 함께 우리 문명의 질도 낮아진다.

내가 박상기씨 같은 분의 삶을 똑바로 처다보길 두려워 하는 것은 경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내가 저 경계에 섰다면 과연 박상기씨처럼 인간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 박상기씨의 밝은 표정을 보면 부끄러움까지 느낀다.

영웅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한계에 서서 인간의 존엄함과 가치를 지키는 그들이 바로 진정한 슈퍼맨이다. 박상기씨는 장미향씨 한 여자만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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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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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어 2007/12/29 0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더라구요..말씀하신대로 회피라고 할까.내가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면 난 어디까지 할수 있을까 하는....

    • 커서 2007/12/29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아저씨처럼 절대 못했을 겁니다. 노력을 했겠죠. 그 노력이 어디까지일지는 저도 자신 못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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