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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상렬 김구라는 독특한 ‘표현’으로 많이 어필한다. 두 사람의 독설과 막장스런 표현에 사람들은 웃는다.


개콘의 강주희는 기가막힌 성대‘묘사’로 웃긴다. 심형래씨는 주요개그맨의 특징을 잘 ‘묘사’해서 배를 잡게 만든다.


탁재훈은 절묘하게 ‘포착’하고 예리하게 ‘관찰’한다. 같이 자리한 연예인들은 탁재훈이 방금전의 자기모습을 말해주면 자지러진다.


또 탁재훈은 ‘연기’를 잘한다. 영화 <김관장대김관장대김관장>에서 마지막에 탁재훈의 무에타이 연기가 없었다면 관중난동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조형기는 어렸을 때의 세세한 기억들을 들추어내 ‘맞다맞어’를 연발케하며 웃음을 준다. 쭈쭈바와 쪽자 등의 옛날 얘기에 당시의 주변상황까지 들추어내는 그의 기억력엔 웃지않을 재간이 없다.


우연찮게 던져진 소재로 프로그램 내내 갖고 노는 개그도 있다. 만약 핸드폰이란 단어가 던졌다면 출연자들은 행동과 대사에서 핸드폰과의 연관성을 찾아 드러낸다. 이건 ‘묘기’개그라 해두자.


마지막으로 개인기가 있다. 위의 자연스런 개그요소들이 바닥났을 나오는 게 ‘개인기’다. 이건 개그의 요소라기보다 보충재라고 봐야한다. 그러나 개그의 요소는 아니지만 개인기는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엔터테이너도 주어진 시간을 채울 수는 없다. 또 넘어오는 모든 공을 제대로 받아치기 힘들다. 가끔은 개인기로 메워야 한다. 어쩌면 롱런을 결정 짓는 것은 가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빈공간을 채울 수 있는 개인기가 있냐 없냐 일수도 있다.


신정환은 이 중에서 어떤 요소를 활용하여 웃길까. 나쁘진 않지만 ‘표현’이나 ‘묘사’는 신정환의 웃음요소 중 비교우위에선 밀리는 것 같다. 신정환의 조어 중에 기억나는 것이 없고 그의 성대묘사나 행동묘사는 어색해서 웃기는 정도다. ‘연기’는 솔직히 형편 없다.


‘포착’이나 ‘관찰’은 수준급이다. 예전엔 탁재훈에 비해서 딸려보였는데 요즘은 비등하다. 탁재훈과 신정환은 서로를 포착하고 관찰하는데 최근엔 탁재훈이 포착당해서 웃음대상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이 느껴질 정도다.


‘묘기’개그도 잘한다. 얼마전에도 상상플러스에서 스스로 소개했던 ‘알러뷰개’를 계속 연관된 상황과 대사에 끼워내면서 웃음을 만들어냈다.


개인기는 확실히 좋다. 컨츄리꼬꼬 초기 능수능란한 탁재훈 옆에서 존재감을 만들어내며 버텨냈던 것도 신정환의 독특한 몸놀림 개인기였다. 만약 그때 신정환이 개인기를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지금의 신정환은 없었지 모른다.




탁재훈과 비교하면 어떨까? 탁재훈은 밀착형이고 신정환은 포인트형이다. 탁재훈은 상대가 긴장감을 느끼지 않도록 붙어 소곤소곤 거리면서 웃긴다. 신정환은 상대와 거리를 두며 긴장감을 유지하다 허파를 찌른다. 긴장 뒤의 웃음이 큰 법이다.


탁재훈은 웃고나면 같이 맞장구 치고 친근해진다. 그러나 신정환의 개그에 웃은 상대는 신정환을 멀찍이 한번 처다보게 된다. 탁재훈의 개그엔 몸이 실리는 스킨쉽 같은 느낌이고 신정환의 개그엔 내공만 실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가 상상플러스에서 신정환은 도사 같은 모습이다. 얼렁뚱땅흥신소의 이민기가 상상플러스에서 신정환을 멀뚱거리며 처다봤던 것도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탁재훈은 외모가 좋고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좋다. 이런 사람들은 말과 행동이 주목받기 때문에 개그를 잘할 확률이 높다. 자신감에 차 있고 공격적인 개그를 한다. 신정환은 외모, 노래, 연기력......... ^^;;  상대의 눈길을 끌 외모나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일단 수비에 치중한다. 수비형 개그는 상대를 관찰하고 타이밍을 노려서 한포인트 한포인트 올리면서 점차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


‘불후의명곡’에 루베이다가 나왔을 때 신정환은 이런 수비개그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신정환은 루베이다의 과장된 제스처에 미동도 안하고 수비만 했다. 당장 초면에 루베이다에게 맞상대하면 당장 매력을 발산할 수 없는 신정환으로선 이성으로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탁재훈이었다면 루베이다의 과장된 제스처를 받아주었을 것이다. 일단 신정환은 수비하면서 유리한 포인트를 찾았다. 때가 왔다. 탁재훈이 둘의 입술 사이에 있던 종이를 빼면서 키스를 시켰을 때 신정환은 벌떡 일어나 “형 고마워”하는 한 유머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후부터 신정환의 몸놀림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고 루베이다의 제스처는 수위가 낮아졌다.


신정환이 반가운 것은 그가 별 재능이 없는 보통사람을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특출한 능력이 없고 부끄럼도 많아 머뭇거리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장난기 어린 모습도 딱 내가 아는 후배의 그 모습이다.

그런 그가, 탁재훈에게 눌려 한때 꼽사리 취급받던 그가 이제는 탁재훈보다 더 웃긴다는 말을 듣고 있다. 어떤 공을 넘겨도 다시 넘겨주는 몇 안돼는 능력의 엔터테이너가 되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별 재능도 없고 부끄럼 많은 그러나 남에게 주목받고 싶어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투사할 수 있어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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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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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2007/12/28 1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신정환씨가 크게 두 가지로 웃긴다고 생각합니다. 외모와 말장난. 외모의 포인트로는 큰 머리, 특이한 머리 스타일, 광대, 좁은 어깨. 그리고 말장난은 주로 남의 대사를 재료로 꼬투리를 잡거나 조어. 요즘 기막힌 타이밍에 기막힌 대사로 물이 오른 거 같습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또 한가지가 있다면 본인의 과거(?). 그런데 아주 최근 조금 개입이 너무 과한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더군요. 게스트의 매력을 끌어내기보다는 본인의 말장난에 열을 올리는듯한 모습이 조금 엿보여서요. 그냥 지금처럼 항상 즐거운 모습을 보였주셨음 좋겠습니다. 한창 재밌던 시점에서 불미스런 사건으로 활동을 잠시 접었던 것처럼 항상 정점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겸손함도 잃지 않고 오래 활동하셨음 하네요.

  2. 꼭 집을것은 아니지만,,, 2007/12/28 2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대"묘사" 가 아니라 "모사" 입니다. 모사 [模寫] : 원본을 흉내낸다는 뜻이 되겠네요...
    개그에 관한 글 잘 봤습니다. 신정활씨가 탁재훈씨 보다 요새 더 인정받게 된 데에는 "독자생존" 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일전에 신정환씨가 물의를 일으켜 방송에 출연할 수 없게 되었을때 상상플러스의 탁재훈 캐릭터가 빛을 잃었었죠. 탁재훈씨는 신정환씨를 소재로 웃음을 유도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거든요, 그걸 신정환씨가 잘 받아주기도 했구요.... 요새 신정환씨는 어디에 가도, 자기만의 비슷한 개그를 잘 하면서 인정을 받는데, 아직도 탁재훈씨는 홀로 웃기기에는 그 파워가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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