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경주를 다녀왔습니다. 선덕여왕 때문이죠. 드라마에 나온 인물들의 왕릉과 유적들을 실제로 보고 싶었습니다. 네비게이션에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이 입력시켜놓고 자동차로 일박이일을 돌았습니다. 그런데 이동하면서 보니 자전거로 관광지를 돌아디는 사람도 꽤 많이 보였습니다. 유적지 간의 거리가 멀지 않았고 무엇보다 경주가 평지인 분지지형이라 자전거를 타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몇 시간 돌아다니다 보니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파란 가을 하늘을 덮어쓰고 시원하게 질주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만약 차를 안가지고 기차나 버스를 타고 경주에 간다면 어땠을까? 집으로 돌아와 관광했던 유적지를 지도상에서 찾아봤습니다. 유적들은 모두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외버스터미널이나 기차..
하늘을 찌르고 서 있는 이 돌기둥은 당간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당간이란 : 사찰 입구에 세우는 깃대의 일종으로 찰간(刹竿)·장간(長竿)·정간(旌竿)·기간(旗竿)·치간(幟竿)·번간(幡竿)·범장(帆檣)이라고도 한다. 거대한 당간 아래에는 보통 연꽃무늬를 새긴 받침돌이 있고 그 좌우에 지주(支柱)가 있다. 넓은 공간에 이 당간만이 홀로 우뚝 섰습니다. 저 멀리 인가의 지붕만 가뭇거리는 이 곳은 신라시대 사찰 황룡사터입니다. 말 그대로 절 터입니다. 절은 없고 그 흔적들인 주춧돌만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 선덕여왕은 신라시대 대표적 건축물인 9층 목탑을 세웠습니다. 지금은 소실되어 없고 이렇게 그림으로만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절이 남았으면 정말 좋았겠죠. 그러나 절이 사라진 황룡사터는 또 다른 볼만한 풍경..
선덕여왕 29화 최고의 장면은 끝부분의 덕만과 미실의 대화였다. 10 여 분 간 그들의 대화가 불러오는 긴장감과 인문학적 자극에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대사의 비유들은 현실 정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놓치기 아까운 인문학적 통찰을 쉴새없이 쏟아냈다. 월천대사는 덕만에게 "당신은 다릅니까?"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덕만이나 미실이나 권력은 다 똑같다는 것이다. 덕만이 월천이 한때 공모했던 미실과 다를려면 어떠해야할까? 권력을 잘 쓰겠다는 대답으론 부족하다. 그건 모든 권력자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다. 여기에 대한 덕만의 대답은 잘 통치하겠다가 아니라 권력을 백성에게 돌려주겠다이다. 이 대목은 여지없이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에게 부여된 신권을 백성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덕만은 검찰 등의 권력기관을..
드라마 선덕여왕은 현 정국을 생각나게 하는 대사들이 많다. 미실이 두려워 주저하는 부모님 앞에서 유신은 "정치가 먼저가 아니라 분노가 먼저"라고 말한다. 유신이 말하는 분노는 현 서거정국에서 민주시민들이 가지는 분노를 떠올리게 한다. 두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분노를 정치와 분리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신을 빌어 말하는 듯 하다. "우리 집안의 이(利)가 먼저가 아니라 분노가 먼접니다. 정치가 먼저가 아니라 분노가 먼접니다. 미실의 수를 생각하기 전에 분노가 먼저입니다." 천명공주가 죽은 후 마야부인이 미실 앞에서 터뜨리는 분노는 여지없는 노무현 대통령 유서의 인용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당한 것과 똑같은 방식의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저주처럼 들린다. 네 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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