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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29화 최고의 장면은 끝부분의 덕만과 미실의 대화였다. 10 여 분 간 그들의 대화가 불러오는 긴장감과 인문학적 자극에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대사의 비유들은 현실 정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놓치기 아까운 인문학적 통찰을 쉴새없이 쏟아냈다.

월천대사는 덕만에게 "당신은 다릅니까?"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덕만이나 미실이나 권력은 다 똑같다는 것이다. 덕만이 월천이 한때 공모했던 미실과 다를려면 어떠해야할까? 권력을 잘 쓰겠다는 대답으론 부족하다. 그건 모든 권력자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다. 여기에 대한 덕만의 대답은 잘 통치하겠다가 아니라 권력을 백성에게 돌려주겠다이다.

이 대목은 여지없이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에게 부여된 신권을 백성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덕만은 검찰 등의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노무현의 판박이다. 권력을 쓰지않고 버리겠다는 덕만의 선언이 미실은 물론이고 그 내부에서도 충격을 불러일으키는데 1500년 뒤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서도 충격은 이 크기 그대로 재현된다. 

오늘(29화) 끝부분 대사에서 미실이 들려준 민중관도 노무현과 관련있다.  "그들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안다는 것은 피곤하고 괴로운 것"이라는 미실의 간파는 이 시대의 민중들도 피하기 어려운 혐의다. 미실의 대사는 노무현 대통령을 죽게 내버려둔 오늘날 민중들에 대한 꾸짖음으로 들린다. 
  
신권을 내려놓으려는 덕만에게 반칙이라는 미실의 대사는 미실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수긍할만한 대사다. 민중을 관리하고 통치해야할 집단으로 보는 미실로선 그 통치수단을 버리는 덕만이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파괴자로 보였을 것이다. 신권이라는 지배수단이 없다면 세상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건 결국 지배받는 민중을 괴롭히는 일이다. 미실은 덕만에게 힘도 속임수도 없이 넌 무엇으로 이 세상의 질서를 잡을 것이냐 묻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덕만은 희망이라고 답한다. 두려움이나 공포로 백성들에게 질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제시하여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환상을 만들어내야 통치할 수 있다는 미실에게 덕만은 백성들에게 진실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현실을 봤을 때 오늘날에도 여전히 덕만의 얘기가 이상적으로 들리고 미실이 현실적으로 들리는 게 사실이다. 미실은 덕만의 그 꿈이 자신이 민중에게 주는 환상보다 더 큰 환상이라는 점에서 덕만이 더 간교한 인간이라고 말한다. 미실이 백성에게 주는 환상인 자연은 격물로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있고, 앞으로 그 가능성이 계속 확대되지만 덕만이 말하는 희망은 인간에 관한 것으로 그것이야 말로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미실은 백성이 두렵다고까지 말한다. 

인간에 대한 기대가 자연에 대한 기대보다 환상이라는 미실의 이 말에 오늘날의 우리는 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어이없게 노무현을 잃은 지금의 우리가 인간에 대한 어떤 기대를 말하겠는가? 1년만에 세상은 천지개벽으로 역류했다. 지금의 한국은 1500년 전 미실의 시대처럼 인간에 대한 기대가 그 무엇보다 환상인 시대다.

노무현이 사라진 이 시대에 드라마 선덕여왕은 시청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노무현을 대리만족 하려는 사람들의 염원도 보태졌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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