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을 연기한 프랭크 란젤라의 실룩거리는 표정연기는 후련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건 그의 연기가 영화를 관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란젤라가 멋지게 완성한 닉슨이란 캐릭터는 영화의 줄기이고 나머지 캐릭터는 그 줄기에 붙은 가지처럼 보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다른 캐릭터는 줄기를 만난 가지처럼 살아났다. 닉슨이 영화에 나오는 게 아니라 영화가 닉슨에 얹혀서 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역시 연기가 '컨테츠어브컨텐츠'임을 실감하게 하는 영화였다. 프로스트&닉슨의 박진감 넘치는 표정연기는 관객의 뇌리에 수천억원을 들인 액션장면보다 더 강한 자극을 남겼다. 닉슨은 토론하기 전에 상대를 불편하게 만든다. 프로스트의 구두를 시비걸고 그의 바람기를 둘러친다. 그러고는 의뭉스런 표정을 지어버리면서 입을 싹 쓸어닦는다. 프로..
봉하마을에 있는 노전대통령 생가입니다. 방명록을 쓰고 오른 쪽 방에 고개를 들이밀어 봤습니다. 오래된 녹음기가 있더군요. 올해 이사간 생가의 전주인 물건으로 보입니다. 완전 골동품이네요. 호기심이 좀 더 생겼습니다. 밑에 서랍을 열고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었더니 김종필씨 얼굴이 나옵니다. 이게 무슨 잡지지? 분리된 앞부분을 보니 월간조선입니다. 아이고 이거 노전대통령 생가에 월간조선이라니. 보니 2002년 6월호입니다. 16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로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대선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할 때입니다. 역시 표지기사는 노전대통령 기사입니다. 월간조선이 좋게 썼을리 없죠. 노전대통령 장인의 남로당 전력을 물고늘어졌습니다. 얼마전 문근영양 외조부가 빨치산 출신인 걸로 문근영양에게 색깔론을 제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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