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서면에 철물거리라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공구상들이 모여 형성된 곳인데 시내 중심가라는 위치가 무색할 정도로 허름한 모습의 거리입니다. 여기에 제가 가끔 들리는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홀에 식탁3개가 간신히 들어가는 아주 작은 식당입니다. 방 한쪽은 주방을 겸하고 있는데 손님이 몰리면 식탁에 있던 음식 재료 등을 치워내면서 손님을 앉힙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아 여 앉으소." 하면 손님들은 군말 없이 앉습니다. 본때 없이 대충 수납되어있는 찬합들은 딱 80년대 식당 분위기입니다. 둘러보면 곳곳이 어수선합니다. 무늬도 없는 하얀 종이가 울퉁불퉁 도배되어 있고 등을 펴면 옷걸이에 걸린 옷들이 머리에 닿기도 합니다. 방구석에 걸린 싸리빗자루가 눈에 전혀 거슬리지 않는 건 너무 당당해서(?) 그럴 겁니다..

며칠전 부산 용두산공원에 올랐습니다. 뒤쪽에 처음 보는 샛길이 있어 함 내려 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유적같은 작은 구조물을 봤습니다. 가만보니 동상 받침대입니다. 이런데 왠 동상이지? 여긴 사람들도 거의 없는 협소하고 좁은 샛길입니다. 상식적으로 동상이 있을데가 못됩니다.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라는 구절로 보아 아마 어머니상을 모셨던 것 같습니다. 거참 희안하네 하면서 내려오는데 또 이런 동상이 나타납니다. 40대 이상이라면 너무나 잘 아는 이승복 동상입니다. 바로 옆에는 국민교육헌장비가 나타납니다. '여가 뭔가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였습니다. 동광초등학교이름과 상징이 박힌 탑이 나타나서야 알았습니다. 98년 학교가 없어지고 터만 유적으로 남은 부산의 초등학교입니..

계절을 알려주는 집 앞 보호수 집앞에 있는 보호수입니다. 올해 2월에 찍은 모습입니다. 도로 한가운데 시커먼 가지를 쭉 뻗치는 고목의 모습이 지날 때마다 눈에 들어와 찍어 두었습니다. 이 나무가 하늘에 시커먼 가지로 그려내는 그림이 멋있었습니다. 실핏줄 같은 잔가지가 하늘의 여백을 하나 남겨두지 않고 채웠습니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 만끽하고는 한동안 이 나무는 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오늘 집을 나서는데 내 앞에 커다란 것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나무였습니다. 어젯밤 비에 씻은 몸을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햇빛에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대변신입니다. 석달 전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앙상했던 가지들엔 가지가 지탱하지 못할 만큼의 잎을 붙였습니다. 이 나무가 언제 이 많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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