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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에 철물거리라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공구상들이 모여 형성된 곳인데 시내 중심가라는 위치가 무색할 정도로 허름한 모습의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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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제가 가끔 들리는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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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에 식탁3개가 간신히 들어가는 아주 작은 식당입니다. 방 한쪽은 주방을 겸하고 있는데 손님이 몰리면 식탁에 있던 음식 재료 등을 치워내면서 손님을 앉힙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아 여 앉으소." 하면 손님들은 군말 없이 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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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때 없이 대충 수납되어있는 찬합들은 딱 80년대 식당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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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보면 곳곳이 어수선합니다. 무늬도 없는 하얀 종이가 울퉁불퉁 도배되어 있고 등을 펴면 옷걸이에 걸린 옷들이 머리에 닿기도 합니다. 방구석에 걸린 싸리빗자루가 눈에 전혀 거슬리지 않는 건 너무 당당해서(?) 그럴 겁니다. 격식에 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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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도 좀 어수선하십니다. 가족을 물었더니 음식준비하시다 갑자기 달력을 살짝 뒤로 밀어 귀여운 손녀 사진을 보여주십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데 한글도 다 하고 그렇게 똑똑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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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다섯개인데 대부분의 손님이 주로 시키는 메뉴는 명태탕과 청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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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이상이 가면 보통 청국장과 명태탕 두개 같이 시킵니다. 처음 갔을 때 뭘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충분히 줄테니 같이 시켜 먹으라고 합니다. 정말 다 먹고나면 청국장과 명태탕이 남을 정도로 많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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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체상차림입니다. 밥에다 무나물, 콩나물 등을 넣고 위에 청국장을 듬뿍 얹어 비빕니다. 그걸 한입 넣고 두어번 씹다 시원한 동태국물을 몇 숟가락 뜨면 이런 진미가 따로 없습니다. 거기다 보너스로 고등어에 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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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따라 떨어질라 조심스럽게 젓가락질 해서 입에 넣을 정도로 동태의 결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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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열무와 콩나물만으로도 밥한그릇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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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식당 사장님이십니다. 뭐 싸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젓갈이라고 합니다.

"아줌마 이 청국장 맛있네요."

"그거 강원도에서 가져온거다."

"명태도 좋네요?"

"그건 부전시장에서 사온거고."

"여긴 점심에  손님 많데요. 젊은 아가씨들도 만던데요."

점심 때면 유니폼 입은 20대 여자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몇번 봤습니다. 허름한 식당과 조금은 안어울리는 모습이라 떠올려봤습니다

"은행가시내들인데 맛있다고 먹는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육십."

"우리 아들은 하이닉스 다닌다."

"사진 속에 손녀는요?"

"우리 딸. 딸도 둘 있다."


제일식당에서 밥을 먹고나면 누군가의 삶을 한웅큼 베어먹는 느낌입니다. 수납되지않은 찬합과 볼품 없는 도배의 격식없는 식당이 밥속에 들어와서 비벼진 것 같습니다. 아주머니 삶의 즙들이 입안 가득 베어드는 느낌입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을 느끼면서 먹는 음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삶이 버무려진 음식은 고급 호텔의 그 어떤 요리사도 흉내낼 수 없는 음식입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음식이 그렇게 맛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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