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한 대학교 학생회관 정문입니다. 펀드광고와 취업광고가 출입문 양 옆에 버티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다니던 때와는 많이 다른 환경입니다. 그때는 학생회관 앞에 펀드광고가 서있기는 힘들었습니다. 학생화관 정문엔 집회와 투쟁을 고취하는 대자보가 덕지덕지 붙어있었습니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입니다. 펀드광고를 보고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겐 아무래도 자본의 논리가 침투하게 되고 그런 학생들은 자본에 쉽게 설득될 것입니다. 반대로 투쟁대자보를 보고 학교 다닌 저같은 사람은 저항의 논리에 더 솔깃할 겁니다. 학생에게 어떤 환경이 더 낫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자본의 논리에 익숙한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이 빠를 것이고 저항의 논리에 익숙한 사람은 불평만 늘어놓는다고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저항의 논..
길동은 서자다. 그의 형과 그는 같은 지붕 아래 같은 아버지 밑에 살지만 한 가족이 아니다. 그는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 아버지도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다. 말하자면 형은 정규직이고 길동은 비정규직이다. 사장님을 사장님이라 부르지 못하고 동료를 함부로 부르지 못하는 비정규직과 길동은 비슷한 처지다. 길동이 아버지 뒤에서 '호형호제'에 사무쳤다면 오늘날 비정규직은 '호사호우'에 울부짓는 꼴이다. 길동을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만든 건 그의 아버지 이판대감이다.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길동이 세상에 나왔을리 없다. 그리고 지금의 길동을 챙겨주지 못한 것도 아버지다. 사실 오늘날 비정규직을 만드는 데 일조한 세대도 바로 20대의 아버지세대인 기성세대다. IMF 이후 비정규직이 급증했고 당시 주역은 지금 20대의 ..

88만원 세대를 말한다. 1. 88만원 세대가 88만원 세대를 말한다 2. 20대, 빈부차에 따라 정치성향도 다르더군요. 2월19일 한 대학가 앞에서 본 구인광고입니다. 2008년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3,770원입니다. 그런데 이 구인광고는 버젓이 그것보다 660원이나 낮은 시급을 써넣고 알바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광고에 의하면 하루 5시간 일하게 되어있습니다. 제시하는 알바비로 계산하면 일당 15,500원입니다. 몇몇 대학가 구인광고를 살펴보니 보통 한달에 2일 정도 휴무더군요. 그럼 대략 알바로 벌 수 있는 돈은 한달 28일 근무해서 45만원이 못됩니다. 여기에 차비와 식사비를 5천원(최하죠) 정도로 잡아 보면 15만원이 빠지고 알바대학생이 실제로 자기비용 빼고 벌게 되는 돈은 30만원이 됩니다. ..

부산대학교 교내 게시판 사진입니다. 공무원이 대학생 취업 1순위라고 합니다. 학자금대출 신용불량자는 이미 5,000명을 넘었습니다. 여대생들은 성형과 미용코스가 취업을 위한 필수과정이 된지 오래라고 합니다. 오늘 대학의 현실이 이 삼분된 게시판 하나에 그대로 담겨있는 듯 했습니다. 올해초 88만원 세대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20대를 만나면 호통을 쳐야지 하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취업에만 매달리며 사회문제는 이전 세대만큼 관심이 보이지 않는 그들이 못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전에 20대를 만나지 못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마터면 허튼소리 할뻔했습니다. 이 사회는 지금의 20대를 자본의 경쟁논리 속에서 키워왔습니다. 유럽의 20대처럼 경제적 정치적 독립 환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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