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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교내 게시판 사진입니다. 공무원이 대학생 취업 1순위라고 합니다. 학자금대출 신용불량자는 이미 5,000명을 넘었습니다. 여대생들은 성형과 미용코스가 취업을 위한 필수과정이 된지 오래라고 합니다. 오늘 대학의 현실이 이 삼분된 게시판 하나에 그대로 담겨있는 듯 했습니다.


올해초 88만원 세대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20대를 만나면 호통을 쳐야지 하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취업에만 매달리며 사회문제는 이전 세대만큼 관심이 보이지 않는 그들이 못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전에 20대를 만나지 못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마터면 허튼소리 할뻔했습니다.


이 사회는 지금의 20대를 자본의 경쟁논리 속에서 키워왔습니다. 유럽의 20대처럼 경제적 정치적 독립 환경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정치구호 가득한 플랭카드와 덕지덕지 붙은 대자보가 붙은 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20대는 대학게시판도 자본이 도배하고 있습니다. 사회 일부에선 대학생이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그들에게 성년으로서의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과 관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요구가 20대로선 참으로 갑작스럽고 난감할 것입니다. 


설날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잘못한 건 아닙니다. 다 노무현 때문입니다. "젊은 애들이 뭘 안다고 노무현 뽑아줬냐" "인터넷에서 떠드는 것들 다 잡아들여야 한다" "노무현이 나라 만들어 논 꼬라지봐라" 만약 제가 88만원 세대를 읽기전 20대를 만났다면 그간 속에 벼렸던 소리들을 쏟아부었을 겁니다 "니들 민주주의 정말 모른다." "사회문제에 왜 그리 관심이 없냐" 그랬다면 나도 그들에게 그저 세대의 벽이 쳐진 앞선 세대였을뿐일 겁니다. 그들에게 하는 내 얘기는 벽에 대고 치는 큰소리였을뿐일 겁니다.


1월 25일 부산동의대에서 대학생 주최의 진보넷학교가 열렸습니다. 거기서 만난 부산대 학보사 최문석기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벽을 넘어 전해지는 88만원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10일쯤 뒤인 2월 5일 학교를 찾아갔고 최문석기자와 마침 학보사에 들린 그의 선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허락한 최문석사기자는 현재 25세의 예비역으로 정치외교학과 재학중입니다. 최문석기자의 학보사선배는 현재 대학원 재학중이고 29세입니다.


정치


커서(이하 '커')
: 20대에서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당선인의 지지가 통합신당 정동영후보보다 더 높습니다. 대학사회 정치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예전엔 대학생들이 보수후보 지지를 좀 숨기는 분위기인데 요즘은 좀 달라졌습니까. 한나라당후보에 대해서도 대학사회에서 드러내고 지지하는 분위기입니까.


학보사선배(이하 '선')
: 우리도 그 결과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사실 아직도 보수후보 지지를 대놓고 떠들만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자체가 혼재되어있는 거 같아요. 적잖은 학생들이 이명박을 진보로 인식한다는 거죠. 경제개발과 시장개혁, 한미FTA 등을 실용적 측면에서 진보로 받아들이는 거 같습니다. 예전과는 다른 틀에서 진보와 보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문석(이하 '최')
  : 제 또래와 얘기해보면 "이명박당선인이 CEO출신이니까 생각이 앞서 있을거다." "우리보다 더 나은 생각은 있을 거다"라며 조금은 안이한 의견을 말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 문국현후보에 대한 지지는 20대가 가장 많습니다. 어떤 학생들이 문후보를 지지했다고 보십니까.


: 운동권에게 실천적 목소리가 과도하다고 생각하거나 기존 좌파세력에 부정적인식을 가진 사람과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복지와 삶의 질을 고민해볼 때 지금의 시장정책을 좀 더 수정하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문국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20대가 문국현에게 지지를 많이 보낸 것이 보다 진보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략적지지를 못했다는 비판도 받을 수있는데.


: 그건 아주 박빙이거나 그럴 때 통용되는 거죠. 이번 선거엔 그런 해석에 무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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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련 대자보


부산대학교가 아직 한번도 비권으로 넘어간 적은 없습니다. 작년에 비권과 붙었는데 운동권이 20% 차이로 이겼습니다. 


학생회


: 한총련보다 민노당학생위원회가 더 활동이 활발해 보입니다. 1월25일 동의대에서 열린 강연회도 민노당학생위원회가 주최했던데.


: 그건 아닙니다. 그 모임이 마침 민노당학생위원회 주최였을뿐이죠. 민노당학생위원회는 한총련과 다른 정파가 아니라 교집합 중에 하나일뿐입니다.


: 부산대학생회는 한총련 소속입니까.


: 한대련 소속이라고 얘기되고 있죠.


: 한대련은 비운동권을 말하는 겁니까.


: 아닙니다. 한대련도 운동권입니다. 부산에 많은 대학들이 비권으로 넘어갔는데 부산대학교가 아직 한번도 비권으로 넘어간 적은 없습니다. 작년에 비권과 붙었는데 운동권이 20% 차이로 이겼습니다. 


: 학생들의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이전과는 많이 다를텐데.


: 2년째 투표율이 50%를 못넘겼습니다. 작년에 비권과 붙어 좀 이슈화 된다 싶었는데 그때도 50%를 못넘겼죠. 연장투표해서 50% 넘었습니다.


: 정치투쟁이 쉽지 않겠는데요.


: 예전같은 반정부투쟁은 많이 줄었죠. 지금은 교육문제 청년실업문제 그런 게 우선입니다. 등록금 등 학생들 문제를 먼저하고 사회적 문제는 그 다음이죠.


: 그래도 지난번 강연회의 학생들 질문은 날카롭던데요. 우리 때보다 더 구체적이고 도전적이더군요. 시간이 모자라 질문을 막을 정도였거든요.


: 아마 그 강연은 그런 정치성향 학생들이 많이 모여서 그럴걸요.(웃음) 과거보다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기 주장들을 펼치는 것이 더 능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엔 더 많은 정보를 자신이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등 보수논리의 강화에 활용하면서 보수성향을 더 고착시키기도 해요.


군대갔다와서 만나면 여자 애들 모습이 딱 틀려요. 얼굴 몸매 조금씩 달라져 있어요. 취업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거죠.

취업


: 취업은 어떻습니까. 국립대라서 다른 대학보단 조금 유리하진 않나요.


: 지금도 공대 상대는 괜찮은 편입니다. 대기업 중심으로 그런대로 가는 편입니다. 인문사회가 문제죠. 그래서 전과도 많고 복수경쟁률도 높습니다. 학교에서는 그걸 제한하기도 합니다. 취업하는 비율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겠지만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닌거 같아요. 문제는 예전엔 좀 설렁설렁 하면서 갔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노력하고도 예전만큼 가기는 힘들다는 것이죠. 스스로 못 놀아요. 다들 학원 하나쯤은 다니고 있습니다.


: 1학년부터 취업을 준비한다는 말이 있던데. 취업준비는 어떻게 합니까


: 그래도 1년은 좀 놀면서 여유를 가집니다. 이력서에 어학연수 유무여부가 표시 되니까 졸업하기 전에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한번씩 갔다 오죠. 여자들 경우엔 딱 코스가 있는 거 같아요. 남자들 2학년쯤 군대갈 때 여자들은 휴학을 하고 알바해서 모은 돈이나 집에서 보태주는 돈으로 어학연수를 갑니다. 군대갔다와서 만나면 여자 애들 모습이 딱 틀려요. 얼굴 몸매 조금씩 달라져 있어요. 취업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거죠.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취업문이 좁잖아요. 그렇게라도 해야 취업경쟁력이 높아지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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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게시판에 붙은 용모단정한 여학생 알바를 구하는 광고


이론적이고 기본적인 학문은 애들이 잘 안들어요. 비주류는 과목도 잘 개설 안돼요. 교수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어요. 경영은 벌써 다 주류로 갔죠. 노사관계론도 사측위주로 가르칩니다.


: 어학연수 비용은 얼마나 듭니까. 알바로 그 비용 다 모으긴 힘들고 집에서 어느 정도는 보조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 11 개월에 2, 3천만원정도듭니다. 알바로 힘들죠. 집에서도 보태주기 힘들면 국내에서 학원 듣는 수밖에 없죠.


: 학교에서 취업지원이 있습니까.


: 취업지원만 하면 되는데 취업위주라 문제입니다. 대학평가에 취업률을 넣어 평가 최하위는 지원금을 깍고 최우수는 더 지원하는 식이니 학문도 취업에 도움되는 실용적인 걸로 점점 바뀌고 있어요. 상대같이 계속 취업 잘되는데엔 지원금이 쏠리고 한문학과같이 취업이 어려운 과는 지원금이 적어지죠. 몇 년 정도 연구 하려고 해도 단기간 안에 성과가 없으면 딱 잘라버리니까 장기적 과제가 힘들어요.


과목도 취업위주예요. 경제학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시장 편향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커리로 바뀌어가고 있어요. 화폐금융, 주식 선물 이런 쪽 인기가 많아요. 이론적이고 기본적인 학문은 애들이 잘 안들어요. 비주류는 과목도 잘 개설 안돼요. 교수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어요. 경영은 벌써 다 주류로 갔죠. 노사관계론도 사측위주로 가르칩니다. 경제학도 예전에 4개 있었다면 지금은 2개 남아 있는 식이죠.


학교만 아니라 학생들도 취업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예전엔 사회과학 동아리가 많았는데 이젠 영어 등의 취업관련 동아리에 주로 사람들이 몰려요. 삼성이 비자금으로 언론 검찰 정계 관계 그렇게 다 뿌리며 해악을 끼치고 있잖아요. 그런데 삼성이 운영하는 영삼성에 대학생들 수십만명이 가입돼 있어요.(올해 영삼성은 회원 100만명을 돌파했다) 삼성 입사에 이점을 노리고 가입하는 거겠죠. 운동하다가도 삼성 들어가면 사람들이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삼성맨이 되버리는 거죠. 기득권에 들어가면 스스로 기득권 논리자체를 체화시켜 버리는 것 같습니다.


: 혹시 노조나 진보세력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까. 노조의 이기주의 때문에 취업이 어렵다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는데.


: 전 자본가들에게 불만이 많은데요. 노조원들이 투쟁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도 먹고 살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자기 자식들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에게 비정규직 부담을 나누자고 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죠. 기업에서 비용을 더 지불해야 된다고 보거든요. 자꾸 논의가 대기업노조 이기주의 이런 쪽으로 가버리니까 자꾸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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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노조 파업할 때 노조원의 진입을 학생들이 공부 방해한다며 막은 적이 있어요. 학생들은 그런 연대행동을 자신들은 안하고 살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등록금


: 올해 등록금은 얼마입니까.


: 190만원 정도입니다. 다행히 등록금이 동결될 것 같습니다. 신입생 가고지가 나갔는데 동결된 금액으로 나갔습니다. 올해 등록금투쟁이 성과가 거두었습니다. 다른 사립대들은 보통 300만원 넘는 거 같아요. 올해 인상되면 400만원 넘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최근 총학에서 학부모 1,000세대에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직접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여윳 돈 가진 곳은 별로 없고 거의 대출에 의존한다는 대답이 나왔어요. 학생회 발표에 의하면 지난 학기 등록금 못내서 제적 당한 사람이 스물명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 부산대 학생이 총 몇명이죠. 언제까지 못내면 제적인가요.


: 1만8천명입니다. 1/4수업일수 내에 납부해야 하죠.  


:[88만원세대] 읽어보셨습니까.


: 읽었습니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선진국들도 다 겪었던 일이고 우리도 그들처럼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냉철한 머리도 중요하지만 가슴이 움직이고 행동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파편화된 지금 20대가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의문도 듭니다. 이 책으로 토론회도 했는데 마지막에 나온 질문이 결국 "왜 못모일까"였습니다. 지하철노조 파업할 때 노조원의 진입을 학생들이 공부 방해한다며 막은 적이 있어요. 학생들은 그런 연대행동을 자신들은 안하고 살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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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보사 최문석기자



맺음말


대학수능시험 당일 가장 듣기 싫은 방송멘트가 있다. “수험생 여러분 시험 잘치세요” 이 소릴 듣고나면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면 모든 수험생이 시험 잘 치면 모두 좋은 대학 갈 수 있는 걸까? 방송이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고 있다. 모두 열심히 하면 커트라인만 높아질 뿐이다. 높아진 커트라인에 맞춰 더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서 경쟁의 악순환만 벌어진다. 과도한 경쟁환경은 참여자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가능한 모든 수단(부정한 수단까지)을 동원하여 자원을 낭비시킨다. 그 과정에서 또 구성원간의 불화가 발생하여 사회적 비용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일정수준 이상의 과도한 경쟁은 사회적협약을 통해 막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모든 문제를 경쟁을 통해 해결하려는 못된 습성이 있다. 집단의 경쟁 강조는 유능이 아니라 무능의 증거다. 공동체의 협약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는 집단은 모든 것을 개인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경쟁에 맡겨버리려고 한다. 집단적 무능이 개인의 치열한 경쟁을 부르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경쟁을 찬양히고 방송을 통해 시험 잘치라는 뻔한 거짓말까지 한다. 문제는 우리다. 사회 모든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합의능력이 없는 기성세대가 학생들을 막장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 20대의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약자인 20대 여러분들의 얘기를 직접 또는 메일을 통해 듣고 싶습니다. 저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실 분 아래 메일로 연락 주십시오.
po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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