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구덕운동장 근처 벼룩시장을 뒤지다 눈에 익은 책을 하나 발견했다. 80년대에는 집집마다 손 잘 닿는 구석에 이런 가요책이 쑤셔넣어져 있었다. 책방에서 500원이면 집어 들 수 있었던 이 책엔 최신가요의 악보에 가요계 최신 동향과 스타 브로마이드까지 실려 있다. 혜은이가 표지를 장식하고 조용필이 뒷표지를 장식한 걸로 대략 책이 발행된 년도가 짐작할 수 있다. 1983년도 판인데 그 해 최고의 이슈는 단연 ET였다. 가요계도 이 세계적 이슈를 외면할 수 없었다. 유치함을 무릅쓰고 책의 한면에 ET를 크게 그려 넣었다. 우리의 심각하신 창완이 형도 이 때 ET가요를 발표하며 유행에 편승하셨다. "반짝이는 작은 별~~ 멋진세상"하며 마이클잭슨의 소년 때 노래를 번안해 부르신 작은별 가족도 이 ET를 불렀다...
윤이 입양아란 말에 복수를 단념하는 무혁이. 그리고 어머니에게 가장 큰 복수가 자신의 출현이란걸 알고도 그 복수를 피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라면하나 대접받고 무혁은 죽어간다. 은채나 윤은 무혁이 죽음으로서 이뤄낸 어머니에 대한 그 마지막 사랑을 감히 훼손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오들희에게 무혁이 아들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자식을 잃고 오직 윤에게만 광적으로 매달리는 불쌍한 오들희에게 또 감당못할 상처를 주고 싶어 하지 않은 무혁의 뜻을 받들어. 무혁의 존재는 아이러니하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복수가 되버리는 고통스런 존재다.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존재의 비극이고 모르는게 좋았을 진실이다. 무혁은 쓰레기처럼 살다가 가야 한게 맞았다고,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독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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