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일노동자등반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한일노동자 등반대회는 해마다 양국을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행사인데 올해는 제주도에서 열렸습니다. 한라산을 등반한 다음날 한국과 일본 노동자들은 함께 제주 4.3 유적지를 돌아봤습니다. 제주 4.3 학살에 관해선 신문 등의 미디어를 통해서 접했을 뿐 유적지는 처음입니다. 역시 학살의 현장을 직접 보는 것과 미디어를 통해 전달받는 것은 공명하는 감정의 층위가 달랐습니다. 유적지를 맨눈으로 돌아보면서 한 가지 생각을 확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950년 6.25전쟁이 터진 후 대전과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수도를 옮겨가던 정부는 8월18일 예비검속자 처형 명령을 전국에 내립니다. 이 명령에 따라 모슬포 경찰서는 8월 2..
제주도 모슬포에 '백조일손지묘'라는 4.3 유적지가 있습니다. '백조일손'은 백 할아버지의 한 자손이란 뜻입니다. 4.3 당시 이 지역에서 학살된 사람 149명의 유해를 수습했는데 학살되고 수년이 지나서 대부분의 유해가 구별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시신을 확인할 수 없는 유해 132구를 다 같이 공동 묘역에 안장하면서 백조일손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묘역의 묘비 바로 옆에는 돌 조각이 유리관 안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돌 조각은 과거 묘비의 파편입니다. 132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1959년 묘비를 만들었는데 1961년 6월 15일 5.16 쿠데타세력이 이 묘비를 덩어리 하나 남기지 않고 파괴해 버렸습니다. 잔인하게 학살 당하고도 수년 동안 땅에 묻혀 수습되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군사정권은 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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