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봉의 모든 연기가 볼만하지만 특히 이녹이 궁에 들어왔던 부분은 몇번을 봐도 탄성이 흘러 나오는 장면이다. 똑바로 처다보는 이녹에게 광휘(조희봉)는 짐짓 호통을 치다, 갑자기 코웃음을 소리를 낸다. 길동의 등장을 알리는 내시의 전언에 표정이 싹 바뀌고, 아쉬운 듯 이녹을 보며 입술을 손으로 훔치면서 눈을 살짝 찡그린다. 길동이 들어서자 쭈구린 채 고개만 살짝 돌려 양아치 같은 웃음이 밴 얼굴로 처다보다 서서히 일어선다. 그의 연기의 밀도가 엄청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많은 표정 변화와 득특한 몸짓을 1분 여도 안되는 시간 안에 다 보여주는 연기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이녹 앞에서 입술을 손으로 훔치다 왼쪽 눈을 살짝 찡그리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 몇초의 창의적인 장면으로 광휘의 ..

사인검의 반전이 즐겁다. 기가 막힌 반전이다. 사인검을 반전의 재료로 삼을 줄이야. 이건 콜롬부스의 달걀과도 같은 반전이다. 이야기의 뼈대로 알고 있던 것이 툭 떨어져 나가 반전의 소재가 된 것이다. 사인검은 창휘 얘기의 기둥이었다. 창휘는 그 사인검이라는 기둥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다. 사인검에서 창휘가 왕이 되어야 하는 숙명이 나오고 그 숙명을 놓고 고민하면서 창휘는 명분뿐인 왕에서 진정한 왕으로 만들어져 가는 것이 이야기였다. 사인검은 창휘의 숙명성을 더 두드러지게 하는 그런 장치로만 보였다. 그런데 그 사인검이 가짜라니. 거짓 명분에 20년을 살아온 창휘는 그렇다면 그간 헛짓거리를 했던 것이다. '가짜사인검'은 힘빠진 드라마에 마지막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궁여책인가? 이제 보여줄 건 없는 작..

쾌도 홍길동 21부를 보기 전에 권하는 나대로 설명서 쾌도 홍길동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존재는 길동의 아버지 이판대감이다. 그는 권력을 잡기 위해 자신의 절친한 친구와 그 가족들을 몰살했다. 그리고 살인을 우습게 아는 폭군 광휘가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인품은 그가 속한 위치와는 너무나 다르다. 일체의 뇌물은 거절하고 왕에게 직언도 서슴지 않는 강직한 선비의 모습이다. 이판은 건전보수를 상징하는 걸까? 그러나 그렇게 보기엔 그의 원죄가 너무 크다. 많은 사람을 희생시켜가며 끝까지 지키려는 폭군 광휘의 난행이 도저히 그에게 '건전'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이판이 광휘의 측근을 넘어서 멘토 수준임을 볼 때 이판의 위치와 성향의 불일치는 이념이 아니라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