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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봉의 모든 연기가 볼만하지만 특히 이녹이 궁에 들어왔던 부분은 몇번을 봐도 탄성이 흘러 나오는 장면이다.

똑바로 처다보는 이녹에게 광휘(조희봉)는 짐짓 호통을 치다, 갑자기 코웃음을 소리를 낸다. 길동의 등장을 알리는 내시의 전언에 표정이 싹 바뀌고, 아쉬운 듯 이녹을 보며 입술을 손으로 훔치면서 눈을 살짝 찡그린다. 길동이 들어서자 쭈구린 채 고개만 살짝 돌려 양아치 같은 웃음이 밴 얼굴로 처다보다 서서히 일어선다.

그의 연기의 밀도가 엄청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많은 표정 변화와 득특한 몸짓을 1분 여도 안되는 시간 안에 다 보여주는 연기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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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녹 앞에서 입술을 손으로 훔치다 왼쪽 눈을 살짝 찡그리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 몇초의 창의적인 장면으로 광휘의 카리스마가 한 번에 설명되었다.

다른 연기자가 한 신에 하나의 패턴만으로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여러가지 연기의 강약조절과 계산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희봉은 각 표정과 몸짓 눈껌벅임까지 계산하고 강약조절하면서 이 많은 연기들을 한 신에서 소화해낸다.

조희봉은 연기의 한 차원을 더 소유한 듯 보인다. 그와 함께 카메라에 비추어지는 순간 다른 출연자는 인형처럼 뻣뻣해진다. 그들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다. 조희봉이 연기의 4차원적 공간을 넘나드니 같이 서 있는 그들은 공간의 배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가 4차원적 연기자로 보이는 건 분절적 연기를 하는 다른 연기자와 달리 연속적이고 리듬 있는 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분절적 연기를 하는 연기자 사이로 연속적 연기를 하는 조희봉이 마음껏 활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될려면 연기동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조희봉은 연기계의 루니다. 동작 후에 다음 동작을 하는 데 전혀 힘들어하지 않는 맨체스터의 루니처럼 조희봉은 남들은 한번 하기도 힘든 파워풀한 연기를 연속적으로 이어간다. 그 질주에 시청자들은 숨막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연속적이고 리듬을 타니까 그의 연기는 노래같기도 하다. 정말 뮤지컬의 한 부분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고개를 떨구는 그의 모습 뒤에 한줄기 노래가 나올것만 같다. 그래서 "아버지는 왜 그 칼에 창휘야 잘해라라고 쓰지 않았을까"라는 대사는 꼭 노래처럼 들렸다.

드라마의 재료로서만 존재하는 다른 출연자의 연기와 달리 조희봉의 연기는 또 하나의 컨텐츠다. 홍길동이란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보지 않고 따로 떼놓고 봐도 그의 연기는 훌륭한 작품이다. 홍길동이란 컨텐츠 안에 또 하나의 컨텐츠가 있는 셈이다.

조희봉도 대단하지만 그를 캐스팅한 홍자매도 대단하다. 대한민국 드라마 사상 가장 왕같지 않은 왕을 캐스팅한 그들의 시도 덕분에 우린 홍길동 안에서 또 하나의 컨텐츠를 조희봉을 만날 수 있었다.

연기를 이렇게 독립적인 컨텐츠로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연기자의 경우 이렇게 따로 떼놓으면 정말 봐주기 힘들다. 리듬감 없는 연기엔 민망함만 느낄뿐이다.

조희봉의 너무나 밀도 있는 연기 때문에 홍길동을 보는 사람은 시청자가 아니라 관객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시청자들은 티브이 드라마의 연기는 이야기의 재료일뿐 컨텐츠로서의 연기가 되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희봉, 가장 기대되는 연기자다. 앞으로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와 영화는 몽땅 보게될 것 같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보는 것은 두개의 컨텐츠를 보는 셈이니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 그런데 조희봉을 정두홍 무술감독으로 착각했다. 무술감독이 연기를 저렇게 잘할 수 있나 10회 정도까지 감탄하며 드라마 봤다. 무술감독이 갑자기 연기 잘하게 된 거 보고 놀라고 조희봉이 그 정도홍 아니란 거 알고 또 놀랬다. 이럴수가 정말 너무 똑같다. 보고나서도 계속 구분하지 못할 정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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