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있었던 12월 10일 의원회관입니다. 객석 앞이 들썩거리면서 지팡이를 짚은 한 노인이 부축을 받으며 무대로 걸어갑니다. 천천히 무대의 중앙을 향해 걷는 그의 걸음에 객석은 퍼포먼스를 보는 것처럼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5미터 거리의 걷기 퍼포먼스를 마치고 노인이 객석을 향해 섰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단상에 선 이분이 바로 대한민국 사상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이영희 선생입니다. '전환시대의 논리'나 '우상과 이성' 같은 이영희 선생의 책은 70, 80년대와 20대, 30대를 걸쳤던 사람들에겐 필독서 중에 필독서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의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변명하자면 시대적 불일치가 긴장감을 떨어뜨린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1997년 대히트를 친 강준만의 김대중 죽이기를 ..
밤에 잘려는데 동반자가 갑자기 키득거립니다. 왜 그러냐니까 낮에 본 딸아이 숙제가 너무 웃겼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의 숙제는 '가족이 자주 쓰는 말'이었습니다. 딸의 숙제는 이랬습니다. 먼저 엄마. 엄마 : 민지야 숙제 있나? 애가 오면 동반자는 일단 가방을 열어보고 숙제를 확인합니다. 애들 공부에 그리 꼼꼼한 성격은 아니지만 선생님에게 애들 숙제 못챙겨주는 엄마란 소리는 안들어야지 싶어 꼭 물어본다고 합니다. 민호 : 엄마 카트라이더 빨리 해라. 둘째 민호는 요즘 카트라이더에 빠졌습니다. 혼자 하면 이해못하는 단어도 있고 또 엄마랑 번갈아가며 시합하는 게 재밌어 자꾸 엄마를 불러 같이 하자고 합니다. 민지 : 엄마 안방에서 자도 돼? 확실히 딸은 딸인가 봅니다. 동생은 안그러는데 첫째인 딸은 가장..

가족제도에 대한 희의 마지막 생존자 네빌 중령이 영화에서 회상하는 장면은 인류의 멸명이 아니라 가족의 죽음이다. 탈출하려고 매달린 사람들 때문에 휘청거리는 헬기가 네빌중령의 가족이 탄 헬기를 덮치고 그의 과거 회상은 거기서 끝난다. 네빌은 전형적 중산층이다. 중산층에게 가족의 의미는 다른 계급보다 더 각별하다. 빈곤층처럼 가진 게 너무 없으면 가족의 구심점이 사라져 가족은 해체된다. 부유층처럼 너무 많이 있으면 가족은 각자 따로 누린다. 가족간의 유대가 형성되기 힘들다. 증산층은 가족이 함께 누리기에 적당한 물질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네빌에게 더 중요한 것은 세계가 아니라 가족이다. 어둠 속에서 샘(개)을 부르는 네빌의 애타는 목소리는 아이를 찾는 아버지의 목소리다. 마지막 가족인 샘이 죽자 네빌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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