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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잘려는데 동반자가 갑자기 키득거립니다. 왜 그러냐니까 낮에 본 딸아이 숙제가 너무 웃겼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의 숙제는 '가족이 자주 쓰는 말'이었습니다. 딸의 숙제는 이랬습니다. 먼저 엄마.  

엄마 : 민지야 숙제 있나?

애가 오면 동반자는 일단 가방을 열어보고 숙제를 확인합니다. 애들 공부에 그리 꼼꼼한 성격은 아니지만 선생님에게 애들 숙제 못챙겨주는 엄마란 소리는 안들어야지 싶어 꼭 물어본다고 합니다.

민호 : 엄마 카트라이더 빨리 해라.

둘째 민호는 요즘 카트라이더에 빠졌습니다. 혼자 하면 이해못하는 단어도 있고 또 엄마랑 번갈아가며 시합하는 게 재밌어 자꾸 엄마를 불러 같이 하자고 합니다.  

민지 : 엄마 안방에서 자도 돼?

확실히 딸은 딸인가 봅니다. 동생은 안그러는데 첫째인 딸은 가장 큰 불만이 엄마랑 안방에서 못자는 겁니다. 맨날 '안방안방' 하더니 자기가 생각해도 그 말이 가장 자주 썼다고 생각했는가 봅니다. 

별로 안웃기죠. 내가 했던 말에서 뒤로 자빠지고 말았습니다.

아빠 : 아빠 컴퓨터 좀 하자.

작년만 해도 퇴근해서 집에 오면 문을 열고 뛰쳐나오던 애들이 올해 초 쯤인가부터 안방에서 고개만 삐죽 내밉니다. 그러더니 언젠가부터는 컴퓨터 처다본 채로 '다녀오셨어요.' 하며 입만 인사합니다. 그리고 또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아빠를 보면 눈치를 살살 봅니다. 아빠가 무서워서 그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닙니다. 지들이 쓰던 컴퓨터를 아빠가 뺐을지 몰라 눈치 보는 거였습니다. 아빠가 1년만에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요즘 카트라이더에 빠진 둘째 민호가 제일 불만이 큽니다. 이 녀석과의 대화가 대충 이렇습니다.

"아빠 컴퓨터 좀 하자."

"아빠만 많이 하고" 

"니는 아빠 없는 동안 많이 했잖아." 

"아빠는 이제부터 밤까지 혼자 하잖아."

결국 아들에게 이기기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아빠는 이거 노는 게 아니라 일하는 거다. 일해야 니들 맛있는 거 사주지."

그제서야 둘째는 입을 삐죽거리며 한마디 하고 갑니다.

"그래도."




이거 어떤 분은 상담이 필요하다고 하기까지 하던데...  

저도 딸의 숙제를 한번 해봤습니다. 우리 가족이 자주 쓰는 말이 뭔지 함 떠올려 봤습니다.

먼저 동반자부터.

동반자 : 밥 묵꼬 해라.

컴퓨터 하는 건 좋은데 밥부터 먹고 하란 소리입니다. 뒷말도 이어집니다. "밥상 차려놓고 제사 지내나? 밥 다 식쿤다 다 식카."

둘째 민호 : 아빠만 많이 하고.

다른 말 있나 생각해봤는데 이 녀석과 저 사이엔 이 말이 너무 압도적입니다. 컴퓨터 두고 제일 많이 충돌하는 이 녀석을 말릴 자신이 없습니다. 저 자신도 통제못하는 데 남을 통제한다는 게 가능할 거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컴퓨터를 제대로 쓰게 할 생각으로 블로그를 만들어주었습니다. 포스팅 하나마다 500원의 보상을 해줄 생각입니다.



  

첫째 민지 : 아빠 강아지 좀 사주면 안돼?

한동안 강아지 타령을 했는데 요즘엔 좀 뜸하네요. 결국 병아리를 두마리 샀는데 한달도 못되어 다 죽어버렸습니다. 니가 죽였네라는 말이 튀어나올려다 다시 눌렀습니다. 혹시나 애들에게 상처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 : 야 야 빨리 자라.

애들이 밤에 안자고 얼쩡거리면 하는 말입니다. 왜 이렇게 애들이 밤에 안자고 깨어 있으면 짜증 나는지...

뭐 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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