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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와도 선생의 수업을 멈출 수 없다."

고등학교 때 수업 중 한 선생님께서 교권을 강조하며 해준 얘기다. 20년도 넘은 일이라 정확하진 않은데 당시 다른 선생님 한 분이 위의 누군가의 수업중 호출로 불려간 것 때문에 격앙하셔서 이런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학생에게 선생님은 모든 것의 본보기가 되는 사람이다. 그런 선생님이 직장 상사에게 호출 당하듯이 불려가는 굴종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선생님의 가르침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질리 없다. 그리고 그 굴종적인 모습은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교권이 무너지면 선생이 무너진다. 선생이 무너지면 학생이 무너진다. 그리고 선생과 학생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가 무너진다. 교권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권위이다. 그래서 우리는 교권이 무너진다는 경고를 우리 사회의 가장 엄중한 경고 중 하나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중요한 교권이 철저히 유린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통령도 들어올 수 없다는 신성한 교실에 선생님이 아닌 사람들이 난입했다. 선생님을 따르려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마지막 보려는 선생님은 강제로 떼어졌다. 선생님을 끌려가다시피하고 아이들은 그 선생님을 볼 수 없도록 밀쳐졌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즐겁게 수업해야할 공간이 이날 아침 아이들과 선생님이 울부짖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교육의 현장이 되어야할 교실이 아이들에게 씼을 수 없는 잔혹한 사건의 현장이 되버렸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가장 큰 상처를 자신들이 수업받는 교실에서 받고말았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들이 본 것은 선생님의 굴종이 아니라 권력의 야비함이었다. 절망에 흐느낄지언정 아이들은 굴종을 배우지 않았다. 당당한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은 야비한 권력에 분노하고 바로 앞에서 벌어진 비열한 현장에 몸서리치는 반면교육이나마 할 수 있었다. 

학생이 감히 선생님에게 대든다고, 학부모가 선생님의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그렇게 통탄하던 이 사회가 오늘 교실을 잔혹한 현장으로 만든 사건에 대해선 별 말이 없다. 우리의 교권은 애들에게만 발톱세운 교권인가? 학부모에게 호통치는 교권인가?

오늘 교실 난입 사건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선생님이 잘못해서 쫓겨났다고 할까? 권력이 선생님을 부당하게 쫓아냈다고 얘기할까? 국가를 비난해야 하나? 선생님을 비난해야 하나? 둘 중 하나는 '아니다'라는 걸 아이들은 어떻게 얘기해야하나?

오늘 대한민국 전체가 아이들에게 위선을 가르쳤다. 그림자도 밟을 수 없다는 선생님이 국가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 말고 권력을 따라야한다고 가르쳐야 할 것 같다. 그게 아이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가르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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