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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탁자를 4번 씩 두드리는 징크스가 있었다. 동양에서 4는 죽을 사(死)를 의미한다 해서 건물 층수에서도 잘 안쓰는데 나는 거꾸로 4가 액운을 물리쳐줄거라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땐 이 버릇이 더 신경이 쓰여 손에 대이는 것마다 네번 쳐댔다. 아마 대학을 졸업하고 이 버릇이 없어진 듯 하다.

무조건 예스만을 대답하는 칼(짐캐리)의 태도는 징크스다. 칼의 징크스는 인생역전프로그램에서 생겼다. 강연자의 위압적인 카리스마와 참석자들의 커다란 구호에 눌려 칼은 예스만을 말하겠다는 서약을 하게되고 그때부터 칼의 징크스는 시작된다. 

처음부터 칼이 서약에 진지한 것 아니었다. 친구가 떠민 노숙자를 마지못해 태워주고 그로인해 연료가 떨어지고 기름을 사기위해 주유소까지 걸어가는 불편을 겪으면서 황당한 서약에 잠시나마 충실했던 자신을 자책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 여자를 만나 자신의 '예스'에 결국  키스의 보상을 받으면서 칼은 강연장의 서약을 징크스로 받아들이게 된다.

'예스' 징크스를 받아들이면서 칼의 인생은 잘 풀려나가게 된다. 아주 사소한 이유로 대출신청하는 사람에게 '예스'를 했더니 회사는 소액대출의 성공사례라며  임원으로 승진시킨다. 주유소에서 만나 키스까지 받은 그 귀여운 여인 리니는 칼의 애인이 된다. 

그러나 리니가 칼의 '예스' 징크스를 알게 되면서 이제 칼의 징크스는 리니와의 사랑을 완성하는데 방해물이 된다.  칼은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강연자를 찾아가 징크스를 벗어나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강연자는 자신의 강의를 삶의 철학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징크스로 받아들인 칼의 무지를 나무란다. 이 꾸지람을 기쁘게 받아들인 칼은 징크스를 벗어난다.



 
사람들은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할 때 그 가르침을 더 고민하기보다 징크스화 해서 기댈려고 한다. 종교가 그런 면이 많다. 창시자의 가르침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징크스화 되어 종교를 징크스의 집합물로 만들어 버린다. 예스맨이 찾아간 강연장의 모습도 종교와 징크스의 관련성을 암시한다. 강연장의 그들은 집단적 일체감으로 예스맨을 아맨처럼 외친다. 

영화팜플렛은 칼을 원래 노맨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칼은 노맨도 예스맨도 아니다. 칼은 스스로 무엇인가 판단하길 두려워하는 판단무섬증이다. 칼이 예스맨의 징크스를 받아들인 것은 그 징크스가 판단을 내린 자신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강연장에서 강제로 당한 서약에 따라 예스만을 외칠 뿐이다. 그래서 할머니와의 오랄섹스도 죄가 되지않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애인 리니와 블라인드 여행을 즐기던 칼은 내브라스카에서 경찰에게 잡힌다. 그는 무조건 예스라고 대답한 몇개의 판단들 때문에 터레리스트의 혐의를 받는다. 이슬람 여인과 몇번 만났고 한국어를 배웠는데 그것이 이슬람조직과 북한의 연계로 의심을 샀다. 거기다 비행기 조종을 배우고 내브라스카행 비행기를 갑자기 탄 행동을 911테러를 떠올리게 했다.

칼이 아무리 설명해도 수사관들은 계속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칼의 변호사 친구가 칼이 예스맨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수사관에게 말해주고나서야 칼과 애인은 풀려나게 된다. 

이런 비유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종교적 시위에 대해선 경찰이 강압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종교적 판단과 행동은 이처럼 사회에서 보호받는다. 칼이 공권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판단이 종교적 판단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관들은 칼의 판단을 스스로 각성한 판단이 아닌 종교적 징크스에 기댄 판단으로 보았다. 

인간은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은 판단이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교적 판단과 달리 정치적 판단은 탄압받는다. 북한을 관광하고 아랍사람들을 만나면 그 판단이 칼(짐캐리)처럼 '혐의'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만약 칼이 인생역전 프로그램을 수강하지 않았다면 관타나모 감옥에 수감되었을지 모른다.

칼을 테러리스트 혐의로 수사하는 장면은 부시정권 조롱이라는 느낌이다. 911 이후 45일만에 만들어진 애국법은 미국시민을 함부로 구금하고 도청할 수 있도록하여 자유의 나라 미국을 고문의 나라로 만들어버렸는데 수갑을 찬 채 체포된 칼과 리니의 모습은 부시정권의 지난 8년간의 악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한국이 많이 등장하고 한국말이 남발되는 게 영 기분이 찝찝하다. 이건 부시의 저주가 한국으로 넘어갔단 암시일까? 

근데 이거 심각한 영화 아니다. 웃기는 영화다. 나만 진지하게 본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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