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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서체를 무료로 배포한다고 한다. 작년에 한겨레가 수십년 고정된 틀을 깬 서체를 처음 무료 배포했는데, 올해는 조선일보가 서체배포에 나섰다. 만드는데 적잖은 비용과 수고가 들었을텐데 무료배포한다니 어쨌든 반갑다. 한 네티즌도 조선일보의 무료배포 소식을 호의적 평가와 함께 반갑게 전하고 있다. 물론 조선일보에 대한 일반네티즌의 감정도 약간 고려하면서.


그런데 댓글에 가벼운 소동이 벌어졌다. 우습게도 게시자가 올린 "조선일보 서체 무료 배포"에서 많은 네티즌들이 '서체'를 '시체'로 오독한 것이다.



오독했음을 밝힌 첫 댓글을 올린 분의 댓글 밑으로 쭈욱 오독 고백댓글 러쉬가 발생했다. 댓글을 올린 22분 중에서 무려 아홉 분이 '오독'의 어려움을 호소하셨다. 그리고 다들 '서체'를 '시체'로 오독한 것에 대해 스스로 놀란 모습이다. 조선일보 "별짓거리 다한다" "갈 때까지 간다"라는 식으로 단단히 벼르고 게시물을 열어봤는데, 오히려 상대가 서프라이즈하며 선물을 안기는 상황이 되버린 거다.


서체와 시체가 비슷하긴 하지만 어떻게 많은 분들이 오독을 하게 된건지 좀 희안한 일이다. 오독한 이유가 궁금하다며 고민(?)까지 내비치는 사람도 있고, 조선일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 아닐까 라며 해석하는 분도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착시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검색해보니 착시는 사물의 일관성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는 사물의 익숙한 모습을 예상하고 보게 되는데 사물이 그 일상성을 벗어나게 되면 착시가 발생하게 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조선일보의 '서체'가 '시체'로 읽혔던 것은 "조선일보에서 서체 무료 배포"라는 제목이 사람들이 예상한 주어 조선일보의 행태에서 벗어났다는 얘기가 된다. 아하 이제 좀 답이 나온다.


보통 인터넷게시물에 '조선일보'라는 회사명이 들어가면 네티즌들은 "또 뭔 일이여" 하며 조선일보에 대한 비난을 예상하며 게시물을 열어본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조선일보라는 주어 뒤엔 항상 부정적 서술이 따라 올것으로 예상하는 거다. 그런데 올라온 제목은 아주 착하다. 조선일보가 무료로 뭘 주겠다는 거다. 순간 '정신'은 조선일보에 대해 축적한 일관성에 혼란을 느낀다. 그 때 '서체'가 눈에 띈거다. '서체'에서 점 하나 빼면 '시체'가 되는 데, 정신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착시 대상으론 딱 좋은 단어이다. '무료'나 '배포'란 단어를 착시할 방법은 없잖은가 말이다.


그래서 제목이 "조선일보 시체 무료 배포"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읽고 들어간 네티즌은 그만 깜짝 '서프라이즈'당해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드는 궁금증이 하나있다. 오독한 사람들은 제목을 "조선일보시체 무료 배포"로 읽었을까? 아니면 "조선일보(가) 시체(를) 무료 배포" 로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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