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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제대학교 총학생회장님! 인제대학교 88학번 졸업생입니다. 학교에 입학했던 때가 벌써 20년 전입니다. 작년말 쯤 학교에 들렸는데 많이 달라졌더군요. 예전 운동장이 있던 자리에는 도서관이 생기고 못보던 건물들이 산을 깍은 자리에 들어섰더군요. 제가 다닐 땐 학교 주변에 농가 몇 채만 있는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은 근처에 빈 터하나 없이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이었습니다. 아무 학생이나 붙잡고 예전엔 당구장에 봉고차 불러서 다녔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달라진 모습에 감회가 깊었습니다.

가끔씩 기사를 통해서 학교소식을 듣습니다. 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 소식에 엷은 미소를 짓기도 하고 노무현대통령 퇴임 후 강연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보고 나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소속 교수님들도 방송 등에서 활동하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엔 제발 인제대학은 아니길 하면서 읽은 기사가 있습니다. 전국 42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한나라당후보의 지지를 선언한다는 기사였습니다. 설마 하며 명단을 읽어 가는데 얼마 안내려가 인제대학교와 총학생회장님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숨이 쉬어졌습니다. 졸업 후 들은 학교 소식 중에 가장 실망스런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몇몇 대학들의 번복선언이 있었는데 혹시나 그 중에 들어있지 않을까 했지만 찾을 수 없더군요. 현재까지 인제대학교는 총학생회장이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학교 중 하나입니다.

20대 학생이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후보를 공개하는 것은 비판받을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대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학생회장님의 모습은 박수 받을 점 있습니다. 회장님의 행동이 다른 학생들에게 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제가 한숨 쉰 것도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학생회장님의 행동은 단순한 지지선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표성을 가진 42명의 학생회장이 하나 되어 지지선언을 했습니다. 이건 개인적 ‘지지’가 아니라 연대된 행동입니다. 행동은 단순히 내가 좋아서 지지한다 라던가 ‘이 사람이 되면 좋은 거 같다’라는 선호도의 표현이 아닙니다. 각 학교를 대표하는 총학생회장 42명이 하나 되어 공개선언을 하려면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학생회장님들이 공개한 선언문에서는 이명박후보가 130만 청년실업자를 해소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지의 이유라면 이 정도만으로 괜찮습니다. 문제는 이게 정당하고 명분 있는 주장인가 하는 겁니다. 이명박후보를 뽑으면 경제가 살아나고 130만 청년실업자가 해소된다는 게 분명한가요? 이건 지지자의 믿음일뿐이지 명분은 아니잖습니까. 

만약 사회단체나 노조 등이 지지선언을 했다면 이렇게 큰 이슈가 되진 않았을 겁니다. 총학생회장들의 지지선언이 사회적 논란이 되는 것은 그들이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학생도 정치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정치적 선택은 명분이 분명한 선택이어야 합니다. 이 사회가 학생들의 행동에 주목하는 것은 그들의 행동이 사적이익에 빠지지 않고 명분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주목을 받는 학생들이 명분과 정당성이 없는 주장으로 연대된 행동을(후보지지선언)한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학생회장님! 학생의 분노와 행동은 이 사회의 동력입니다. 법과 원칙만 있으면 이 나라가 잘될까요. 아닙니다. 이미 법과 원칙은 기득세력에 유리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그들만의 동맹을 깨고 새로운 생각과 힘을 불어넣으려면 분노와 행동이 필요합니다. 법으로 선거로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은 분노와 행동으로 맞서야 합니다. 그래서 학생은 정치하는 법보다 분노하는 법, 행동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26일 지지선언 장에서 학생회장님들은 줄서는 법, 정치하는 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공개선언 장에서 잘 꾸며진 지지피켓을 차례대로 들고 서있는 학생회장님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꼬락서니’라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분노와 행동으로 사회의 ‘전위’가 되어야 할 학생들이 캠프에서 연출한 장면의 ‘시다바리’ 노릇을 하다니요. 정말이지 꼴사나워 볼 수 없었습니다.

학생회장님 지금 분노하지 않으십니까. 혹독한 취업환경과 사교육현장으로 몰아넣어 줄서는 법과 점수 잘따는 법만 가르쳐 주고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은 기성세대가 행동할줄 모른다고 다그치니 순간 분노가 일어나지 않습니까. 민주주의나 경제발전 등의 모든 영광은 60대부터 40대 자신들에게 돌리고 지금 20대에게 유약하다고 혀를 차는 기성세대에게 분노하지 않습니까. 미치도록 분노스럽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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