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한국영화계가 스크린쿼터에 매달렸던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열악한 배급사의 경쟁력 때문이었습니다. 과거 영세한 한국의 배급업자들은 돈이 되는 헐리우드 영화를 배급받기위해 줄서기에 급급했습니다. 한국영화는 헐리우드 영화를 배급받기위한 쿼터를 채우기 위해 마지못해 한 두편 투자하는 정도였죠.

나중엔 한국영세배급업자들의 수익도 헐리우드에서 직접 회수하겠다며 직배사가 진출했고 정지영 감독은 직배사 진출 저지를 위해 직배사영화 상영관에 뱀을 풀어넣는 테러까지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한 두 편의 흥망에 배급사의 존폐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안정된 투자는 어려웠습니다. 이렇듯 어려운 한국배급시장에서 만약 스크린쿼터가 없었다면 한국영화는 거의 전멸했을것입니다.

영화계엔 영화시장의 열악성을 극복하기위해 한국배급사가 커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투캅스의 강우석감독이 그 선봉에 나서 배급사를 직접 차렸습니다. 주변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가 설립한 시네마서비스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곧이어 영화계에 대기업 등의 투자가 잇달았고 거대한 한국 배급사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대형화된 배급사는 한국영화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원과 배급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집중화된 자본은 한국영화의 기획과 투자 배급 마케팅을 선진화 시켰고 한국은 세계에서 인도 다음으로 높은 자국영화 60%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성과를 올리게되었습니다.

한국의 대형배급사들은 영속적 수익구조까지 만들어낼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영화배급만이 아니라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영화체인까지 운영하면서 영화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cgv는 평단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영화 태풍을 체인과 배급의 힘으로 얼추 손익분기점을 넘기게 함으로서 한국배급사의 막강한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한국배급사의 열악함이 해소되고 오히려 배급사의 강력해진 영향력이 우려되는 오늘날에도 영화계는 여전히 스크린쿼터의 완화 논의를 받아들이려 하지않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스크린쿼터가 전체 상영일수는 40% 정도인 연간146일입니다. 이미 한국영화 점유율 60% 넘어선 상황입니다. 아무리 헐리우드가 막강한 진용의 영화를 배급한다해도 한국배급사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볼 때 현 점유율이 40%대로 하락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스크린쿼터가 전체 상영일수에서는 40%이지만 영화관측에서 한국영화를 주말이 아닌 주중이나 아침시간대 배치한다면 스크린 쿼터가 실제 점유율 10%도 보장하긴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크린쿼터에 한국영화의 보루의 의미는 더 이상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계가 스크린쿼터 논란에 계속 몰두하는 것엔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되기도 합니다.

한국영화산업은 상당히 열악한 업종입니다. 일부 배우들과 스탭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월 100만원도 안되는 불안정한 수입에 의존한다는 조사가 얼마전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럼에도 영화산업은 아직도 영화 스태프들의 처우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가지고있지않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영화계는 어렵다입니다. 파이가 커져서 나눠먹을 때를 기다리지만 그때가 언제인지 기약은 없습니다.

스크린쿼터 논란을 영화계의 순수한 저항으로만 봐줄 수 없는 이유가 그와 같은 논란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영화산업노동자에 대한 영화계 기득권층의 윤리적 권위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쟁력 확보에 별 의미가 없는 스크린쿼터의 약간의 축소만으로도 영화계가 당장 망할것처럼 떠들고 유명 연예인들이 길거리에 나서는 상황에서 맨 아래 착취구조에 속한 영화산업 노동자들은 어떤 권익도 주장할 힘을 잃게됩니다.

영화계의 기득권자들은 파이를 키우기 위해 영화인 모두 다 같이 가자고 하지만 주머니에 천원짜리 만지작거리는 영화계의 약자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습니다. 스크린쿼터 논란이 확대될 수록 영화계의 파이를 독식하는 세력에 대한 비난은 희석됩니다. 영화 자본까지 챙긴 영화계의 강자들이 스크린쿼터 논란을 통해 윤리적 자본까지 챙기는 겁니다.

스크린쿼터 논란, 대다수 약자를 단속하여 영화계의 균열을 방지하기위한 강자들의 이벤트가 아닐까요. 정부가 이 논란에서 이기고 싶다면 영화계 약자에 대한 지원책을 강력히 제시하셔야 할것입니다.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