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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싱가폴인이 타임즈에 기고한 글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을 불쾌하게 하고있다 그는 기고문에서 아시아가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일전쟁에서 서구를 패퇴시킨 일본이란 역할모델이 없었다면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감히 유럽으로부터 독립을 꿈도 꾸지못했을것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아시아에 대한 서구의 개입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베트남전에 대해선 미국에 대한 역사적 판정이 불공평하다 했고 아이엠에프나 세계은행같은 서구가 주도하는 국제기구에 아시아인들이 아주 큰 혜택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아시아가 그동안 세계화에 무임승차했음을 부끄러워하고 이제 책임을 느껴야한다고까지 말했다.

도대체 어떤 얼빠진 아시아인인가 싶어 찾아보니 인도계 이민자 싱가폴인이었다. 그의 족보를 알고나니 의문이 약간 풀렸다. 배경을 알고나니 이런 글이 나온 사정이 짐작된 것이다.

이 이민자의 모국 인도는 영국에 300년간 지배를 받은 인류역사상 최고의 식민지였다. 그가 고백한대로 그들은 일본이 러시아를 이기기 전까지 자신들이 유럽을 이길거란 상상도 하지 못한 민족이다. 인도는 아직도 영국의 여왕에 존경을 표하고 영연방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라다. 독립 직후엔 분리독립과정에서의 혼란으로 오히려 영국의 자비로운 지배를 그리워하기도 했던 민족이 바로 인도인들이다.

어찌보면 서구의 지배에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인도가 무리는 아니다. 현재의 인도는 영국정복당시의 인도왕조보다 더 넒은 땅을 차지하고있다. 영국이 퍼뜨린 영어는 수천개의 언어로 분열된 인도를 하나의 언어로 통합시켰고 독립후 인도는 다른 후진국가와 달리 영국이 이식한 정치 및 사회제도의 틀 내에서 나름대로 안정된 사회정치체제를 유지해오고있다.

한마디로 그의 기고문은 인도계로서 바라본 특수한 관점의 아시아에 대한 이해다. 인도의 입장에서 일본은 인도인의 민족의식을 일깨운 자랑스런 아시아인이고 서구는 300년의 식민지과정을 거치면서 인도에 없는 많은 지식을 전해준 고마운 선구자이다. 그러나 이건 아시아의 보편적 상식이 아니다. 서구에 의한 300년 식민지 역사를 가진 인구대국 인도만의 아주 특수한 관점일뿐이다.

인도같은 아시아의 대국도 고마워 하는 서구를 다른 아시아인이 전혀 존경하지 않는 상황은 인도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마치 유럽축구를 숭배하는 중국이 한국축구의 유럽에 대한 성공적 도전에 엄청난 질시를 보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얼빠진 기고문은 서구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의 도움으로 나라를 유지한 인도의 한계를 다른 아시아 국가도 받아들이라는 강변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식민지 대국 인도의 무너진 자존심을 보상받으려는 것이다.

정신나간 인도인의 바램과 달리 아시아엔 서구를 능가하는 찬란한 문명들이 열강의 식민쟁탈전이 극성을 부리던 19-20세기에 계속 이어져왔다.

타임즈 기고자가 존경해마지않는 일본은 비서구의 오지에서 유일하게 홀로 자라난 나라가 아니다. 일본이 러일전쟁 승리로 아시아인에게 의지를 불러일으킨 것 이전에 아시아의 문명이 일본이란 제국을 탄생시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유럽을 깨운 것이 영국이라고 한다면 수긍하겠는가. 18-9세기 유럽의 일시적 역사 주도권을 잡은 영국은 유럽의 문명 토양에서 자란 국가라는 게 보다 정확한 이해다. 마찬가지로 일본은 아시아의 문명적 토양에서 자란 국가다.

일본 이후에도 아시아엔 계속 위대한 문명이 이어졌다. 장개석의 국민당을 물리치고 중국을 통일한 중국공산당을 보라. 서구의 압도적 지원을 받은 국민당 군을 중국공산당은 마르크스의 방법도 레닌의 방법도 아닌 농민을 중심으로 한 서구가 알지 못했던 창조적 방식으로 물리쳤다. 중국공산당은 또 미국이 인해전술이라 핑계대는 6.25에서 미국을 물리침으로써 중국혁명의 문명이 실체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20세기 중엽이 넘어가면서 세계는 더 놀라운 아시아문명을 경험한다. 미국에게 승리한 베트남 문명이다. 세계최강대국 미국이 사력을 다한 싸움에서 유일하게 승리한 국가가 베트남이다. 온갖 악랄하고 잔인한 방법과 막대한 물량공세를 퍼부었지만 베트남은 미국에게서 자신들의 민족과 땅을 지켜냈다.

문명은 과학이나 기술이 아니다. 그런 것은 반세기면 따라잡을 수 있다. 문명은 저항이나 존엄에 가깝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떠난 청교도와 영국에 맞선 독립운동이 미국문명을 만들었다. 대혁명이 프랑스문명을 만들었고 마그나카르타가 영국문명을 만들었다. 이들 문명들은 근현대 대단한 활약을 보여줬다. 중국의 대장정과 베트남독립운동은 이들 문명에 비해 하등 모자랄 것이 없다. 오히려 더 모진 고난을 견뎌냈다는 점에서 가치높은 문명이랄 수 있다. 20세기 이런 위대한 문명을 탄생시킨 아시아가 21세기에는 과연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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