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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12일 초특급 태풍 매미가 한반도에 상륙했다. 피해는 컸다. 132명의 인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재산피해도 4조원을 넘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에 적대적인 언론들에게 이런 재난은 좋은 비판꺼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당시 기사를 찾아보면 노무현 정부의 재난대처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 어렵다. 트집을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태풍 매미 자체의 피해는 분명 컸다. 그러나 매미는 2003년 지구상에서 만들어진 태풍 중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다. 그 직전 해에 있었던 태풍 루사가 매미에 비해 훨씬 작은 규모의 태풍임에도 246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기록적 강풍까지 불었던 매미의 피해는 적은 편이었던 것이다.

 

태풍 매미의 재난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정부의 재난대처 덕분이다. 그렇게 볼만한 근거가 있다. 이전의 태풍과 달리 낚시꾼이나 등산객 피해가 없었던 점이 바로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태풍 매미 대책본부는 "산간계곡과 해안 등의 행락객 2041명을 피신시키고 선박 7만2781척을 결박하거나 대피시켰으며 1090회에 걸쳐 경보 방송을 했다"고 한다.

 

당시 제주와 부산 등은 정부가 지자체들의 대처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에 이미 자체 대책회의를 열어 해안가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대책본부의 태풍 대응 요령을 제대로 이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 지차체는 대응이 늦어 인명피해가 났다. 태풍 매미가 상륙하기 직전의 긴박했던 대피상황은 현재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오거돈 후보의 책에 잘 나온다.

 

 

공무원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해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면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해안 주변 상가들의 셔터를 내리게 하는 등 여러가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서 왜 대피해야 하느냐며 생떼를 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강제로 대피를 시키고, 견인차를 동원해 차량을 대피시키는 등 무척 애를 먹었다. 이것이 태풍전야에 불과하다는 걸 알지 못해 벌어진 일들이었다. -오거돈, 나는 희망을 노래한다 155p

 

예상했던 대로 큰 해일이 몰아쳤다. 바닷가에 있는 집들이 부서지고 해안 도로가 심하게 패였다. 항만의 거대한 크레인이 넘어지고 방파제에 설치된 육중한 무게의 테트라포트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다시 떨어질 정도였다. 이렇게 강한 태풍이어서 여러가지로 피해가 막심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전대비 조치를 한 덕분에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 마산에서는 태풍이 오는 줄 모르고 있다가 수십 명이 죽임을 당한 애석한 일이 벌어졌다. 그 때문에 부산시의 사전대피 노력이 더욱 돋보이게 돼 연일 언론을 타기도 했다. -오거돈, 나는 희망을 노래한다 156p

 

 

박근혜 대통령이 비판 받는 것 중 하나가 구체적인 대책이나 답변이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박근헤 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으로 표현의 강도만 높일 뿐 유족들이 정작 듣고 싶어하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진 못했다. 이것도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태풍이 소멸한 9월 14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은 태풍 매미로 피해가 컸던 마산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몇가지 질문과 답변이 오갔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확답을 주진 않았지만 상대 질문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대가 어떤 상황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헤아려 답변했다.

 

 

노 대통령은 또 “피해를 입은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특별교부세를 서둘러 내려보내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이는 행정자치부장관 소관”이라고 소개한 뒤 “그러나 지원액도 중요하지만 신속하게 조치하느냐가 더 중요한 만큼 법적 요건이 갖춰질 경우가능한 한 신속하게 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상가와 주택에 대한 지원에 있어 차이가 많다”며 주택에 비해 지원이 쉽지 않은 상가에 대한 지원 형평성 문제를 언급한 뒤 “이 문제 역시 국무회의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盧대통령 "재해지역 국무회의때 판단" - 조선일보 2013년 9월14일자

 

 

사실 세월호 사고나 태풍 재해 현장에서 구체적인 답변은 쉽지 않다. 대통령이 당장 약속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 같은 답변은 곤란하다. 유족들과 피해자들은 정부의 대처에 불안과 의문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의 답변은 구체적이진 못해도 그 의문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박근헤 대통령처럼 '최선을 다해서 어쩌구' 하는 수식어만 늘어놓는 답변은 피해를 입은 사람과 유족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만약 태풍 매미가 박근혜 정부 때 왔었다면 어땠을까? 세워호가 침몰한 후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란 말을 내뱉었다. 과연 이런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바다에서 산에서 생떼를 쓰는 사람들을 구했을까? 유족들을 향해 태풍이 오는데 왜 산과 바다에 있었냐고 질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재난은 어쩔 수 없는 피해가 아니다. 재난을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에 따라 수백명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절규하는 유족을 '미개인'이라거나 '벼슬'했냐는 사람들처럼 공감능력 제로인 자들은 사람을 살리는데 관심이 없다. 이런 생각이 통용되는 정부라면 위험하다.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세월호 사고를 두고 '학살'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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