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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의 흥행이 파죽지세다. 국내 개봉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400만을 넘었다. 이제 1000만은 당연시 되는 분위기고 최고 흥행 영화의 기록을 깰 것인가에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화가 흥행하자 논란도 튀어나오고 있다. 흥행에는 논란도 따르게 마련인데 실존했던 정치인을 극화한 변호인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변호인의 경우 일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미화를 의심하기도 한다.  

 

1994년 노무현이 쓴 <여보 나 좀 도와줘> 책에 부림사건이 10페이지에 걸쳐 소개되고 있는데 이 책을 영화와 비교하면 미화 여부와 송우석 변호사와 노무현의 일치 정도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영화 속 송우석과 책 속의 노무현은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 차이는 미화가 아니라 영화의 극적 효과에서 비롯한다. 오히려 극적 효과 때문에 현실의 노무현이 더 손해를 본다. 영화 속에서 송우석은 데모하는 학생들을 향해 공부하기 싫어 데모한다고 내뱉는데 이건 당시 중산충의 평균적 견해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김광일, 이홍록 변호사가 영장도 없이 구금되고 수많은 학생들이 붙잡혀 고문당하고 감옥으로 끌려갔다. 당시 나는 바로 옆에 있는 변호사가 그런 일을 당해도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 넘겼을 뿐 별 관심조차도 가지지 못했다. 모두들 끼여들 여지가 없는 줄 알았고 나도 그런 줄로만 생각했다.(212p)

 

 

송우석은 무조건 돈만 많이 벌 생각을 하는 속물 변호사다. 그가 등기 업무를 맡고 세무변호사로 나선 것도 돈을 쫓다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그러나 노무현에게 등기 업무는 방편이었다. 노무현은 법률사무소를 차리겠다는 다른 꿈이 있었다. 전문 분야로 생각했던 세무변호사도 인권변호사가 되면서 결국 방편이 되었다.

 

 

나의 꿈은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여러 전문 변호사와 함께 법률사무소를 차려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하는 그런 사무실을 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개업을 해 보니 그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날 그날 사건에 쫓겨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몸을 빼내 시간적인 여유를 가져야만 전문 분야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부동산 등기 업무에 손을 댔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 일을 더이상 할 수가 없었다. 변호사나 사법서사 본인이 직접 법원으로 출두해 서류를 접수시켜야 한다는 원칙이 되살아나 버렸기 때문이다.(208p)

 

내가 처음부터 전문 분야로 하고 싶었던 조세 분야는 재야 운동의 와중에도 틈틈이 해 나갔다. 승소율도 높았고 잘한다는 소문이 나자 사건 수임도 많아졌다. 이후 내가 정치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부산에서 꽤 잘 나가는 조세 전문 변호사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212p)

 

 

영화에서 송우석은 정권의 하수인인 판사와 검사에 맞서 공격적으로 변호한다. 검사에게 삿대질은 물론 판사와 논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영화라서 과장했다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건 의외로 사실이다.

 

 

법정에서 변호사에게 핀잔을 잘 주는 판사가 있으면 사전에 소송 절차나 사건의 법리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해 두었다가 행여  판사가 지나치다 싶으면 지체없이 반박을 했다. 그 뒤에 올 불이익이나 어려움은 각오하고 열심히도 싸워댔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변호사는 판사나 검사에게 슬슬 기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때라 나의 이러한 행동은 꽤나 유별난 것이었다.(209p)

 

법정에서도 사사건건 싸웠다. 검사가 조금이라도 피고인을 몰아붙이기라도 하면 즉시 항의를 했고 검사와 삿대질을 해 가며 팽팽하게 맞섰다.(215p)

 

 

용감한 노무현에 대비되어 검사와 경찰은 잔인하고 비열하게 그려진다. 검사와 경찰은 학생들은 물론 변호사인 송우석도 위협한다. 이것도 사실에 가깝다. 영화적 대비효과를 노린 설정이 아니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전두환 장군이 대통령 된 이후 어떻게 권력을 유지해 나가는지 알기나 하시오? 지금 부산에서 변호사 한두 명 죽었다고 해서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이 될줄 아시오?" 검사의 협박은 오히려 나의 투지에 불을 붙여 놓았다.(215p)

 

 

송우석이 국밥집 아들을 접견하고 몸서리 치는 장면도 책에 그대로 나온다. 노무현은 당시 학생들의 몸에 멍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쓰고 있다.

 

 

집으로 연락조차 못했던 그 학생을 내가 처음 접견했을 때 그는 경찰의 치료를 받아 고문으로 인한 상처 흔적을 거의 지운 후라고 했다. 그런데도 온 몸과 다리에는 시퍼런 멍자국이 남아 있었다. 얼마나 고문을 당하고 충격을 받았는지 처음엔 변호사인 나조차 믿으려 하질 않았다. 공포에 질린 눈으로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한창 피어나야 할 한 젊은이의 그 처참한 모습이란...(214p)

 

 

영화에서 관객들을 많이 울린 것 중 하나가 방청석이 울음바다가 되는 장면이다. 당시 검사였던 고성주 변호사는 변호사 노무현이 서열이 안되서 그런 변론을 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고성주 변호사가 <여보 나 좀 도와줘>란 책을 읽고나면 어떻게 얘기할지 궁금하다. 그 장며은 책에 그대로 나온다.

 

 

정말  이것만은 세상에 꼭 폭로해야겠다 마음을 다져 먹고 변론을 시작했다. 통닭구이 등의 고문과 무수한 매질 접견은 커녕 집으로 연락조차 없었던 일 아들을 찾아 나선 그 어머니의 처참했던 심경 등을 낱낱이 적어 법정에서 따져 물었다. 방청석은 울음 바다가 되었다.(214p)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 장면들을 대부분 <여보 나 좀 도와줘>라는 책에서 볼 수 있다. 영화의 임팩트 있는 장면들이 노무현의 책과 일치한다는 것은 영화가 우리에게 노무현과 부림사건을 충분히 체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 송우석은 노무현이 아니지만 변호인을 보고나면 노무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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