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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책을 하나 발견했다. 바랜 상태로 보아 꽤 오래된 책이다. 뒷장을 보니 단기 4286년이라 나온다. 여기서 2333년을 빼면 서기가 나오는데 이럴수가, 1953년이다. 한국전 막바지에 나온 책이다. 순간 책에 대한 호기심이 막 밀려들어왔다. 

대구가 인쇄소로 되있는 걸 보니 전쟁 때 나온 책이 맞는 거같다. 계몽사가 출판사로 되어있다. 

출판년도 당시엔 150환인데 이후 덧붙인 가격이 200환이다. 책값이 30%나 뛰어버렸는데 당시 인플레가 극심했다는 걸 알 수있다.

 

 

책의 앞장으로 가보았다. 머리말보다 앞서 페이지 정 중앙에 사각박스로 딱 박혀있는 것은 우리의 맹세다. 맹세에 전쟁의 냄새가 확 풍겨나온다. 지금이야 우습지만 그땐 얼마나 절박한 각오였을까. 

그런데 '대한민국'과 '백두산'이 띄어쓰기 되어있다. '대한 민국'과 백두 산'이다 태극기도 '휘날리고'가 아니고 '날리고'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 머리말이 있는데 읽어보니 이 책은 역사참고서다. 8번째 줄에 '무난합격'이라는 단어가 재밌다. 요즘 네티즌들 용어인 '대략난감'이 딱 떠오른다.

 

 

보니 이웃나라 역사 책, 즉 동양역사책인데 말이 이웃나라지 완전 중국사다. 책 내용의 95%가 중국역사다. 서론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그 이유가 이렇게 나온다. "중국은 5000여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항상 동양에 있어서 문화의 중심을 이루었었기 때문에 동양역사의 내용은 거의 전부가 중국역사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아직 50년대까지 우리나라가 중국중심의 사관을 극복하지 못했음을 알 수있다. 하기야 일본은 침략국가이고 우리가 제대로 아는 건 중국역사뿐이니 중국사가 동양사인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동양사가 이웃나라 역사면 세계사는 먼나라역사인가?

 

 

정말이었다. 세계사는 '먼나라' 역사였다.

'이웃나라', '먼나라', '우리나라', 이거 참 소박하고 와닿는 표현이다. 그러고 보니 이원복교수의 책 제목도 '먼나라 이웃나라'다. 이원복교수가 조금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그 책의 제목은 '세계와 동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용은 약간 살펴봤다. 특히 일본사를 어떻게 기술했는지 궁금했다. 해방후 몇년이 안된지라 재밌을거 같았다.

 

 

역시 막말이 막 나온다. 일본이 아닌 '왜'다. 거기다. '잡종'까지 나온다. 지금 교과서 저렇게 적었다간 큰 외교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럼 북한은?

 


어럅쇼! 지금은 금기시되어있는 북조선이란 단어가 나온다. 하기야 해방직후까지 조선으로 불렸으니 북조선이란 말은 당연히 별 저항 없이 쓰였을 것이다. 남북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조선은 북한을 지칭하는 말이 되고 한국은 남한을 지칭하게 되었다.

이거 의외로 재밌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옛날 책들을 더 뒤져보고 싶은 맘이 생긴다. 우리의 인식이 시대에 갖힌 아주 빈약한 인식임도 느낀다. 주말에 벼룩시장에 가서 몇 권 더 사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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