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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컴플렉스를 가장 멋지게 극복한 스타, 또 있을까?



수많은 가수들이 있지만 싸이처럼 관객의 호응을 스펙터클하게 이끌어내는 가수는 찾기 힘들다. 가수의 공연에 몰입하려면 사실 즐기겠다는 마음의 준비도 해야하고 그의 노래와 분위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싸이는 준비되지도 않고, 또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의 몸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싸이의 노래가 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받는 비결은 뭘까? MBC 스페셜에서 인터뷰한 한 미국 음악전문가는 "싸이가 성공한 이유는 싸이가 원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싸이의 캐릭터를 성공 이유로 본 것인데 우리가 12년 전 싸이에게서 받았던 충격을 미국인들도 지금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캐릭터만으로 싸이의 세계적 열풍을 다 설명할 순 없을 것이다. 가수의 컨텐츠는 음악이 먼저다. 싸이에 대한 세계적 열광은 그의 음악에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싸이만의 캐릭터가 맞아 떨어져 가능한 현상이다. 싸이의 음악엔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몇 가지 요소가 분명히 있다.


첫째, 싸이의 노래는 관객의 호흡에 맞추어져 있다. 딱딱 짤라주는 음절과 절정의 순간 음의 공백 등은 리듬보다 호흡에 맞춘 것이다. 보통은 가수의 유려한 리듬에 관객의 호흡이 멎는데 싸이는 관객의 호흡을 위해 리듬을 짜른다. 리듬은 느끼지만 호흡은 공명한다. 호흡을 맞춰주는 노래에 관객이 호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싸이의 춤은 따라하기 쉽다. 말춤이나 촐랑거리며 옆으로 걷는 싸이의 춤은 굳이 리듬에 맞출 필요도 없어 따라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정교한 동작도 아니라 흉내내도 어색하지 않다. 쉽고 어색하지 않으니 관객이 몸으로 호응할 수 있다.

  

셋째, 싸이의 노래는 길바닥 몸짓과 잘 어울린다. 싸이의 노래가 ‘양스럽다’고 하는데 그건 싸이가 무대에서 길바닥 몸짓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앗싸라비야' 같은 후렴이 들어가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싸이의 쉬운 춤과 호흡의 무대엔 길바닥 몸짓이 잘 섞인다. 길바닥 몸짓은 싸이 음악에 유머와 활기를 넘쳐나게 했고 관객은 호응할 것을 하나 더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면 싸이가 지금과 같은 자리에 올라설 수 없었을 것이다. 대중과 호흡을 맞춘 노래에 재밌는 율동을 하는 가수(예를 들자면 'DJ DOC'나 노라조 같은 가수들)는 많다. 싸이는 이런 부류 중 좀 더 양스런 가수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싸이를 이런 가수들과 차별화 시키는 노래의 중요한 특성이 하나 있다.


싸이를 차별화 한 건 바로 넷째, 노래의 메시지다. 다른 가수처럼 이벤트성 시도가 아니고 싸이는 가수 시작부터 지금까지 노래에 분명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꽉 채우고 있다. 데뷔곡 '새'부터 '연예인', RIGHT NOW' 등의 노래는 얘기하고자 하는 바와 그 대상이 분명한 노래였다. 이런 메시지는 싸이의 노래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강남스타일'이 처음 떴을 때 미국 매체가 주목한 것도 메시지였다. 그들은 강남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했고 거기에 비판적 메시지가 있다는 걸 알고는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강남스타일 노래를 사회 현상과 결부시켜 얘기하기도 했다.


만약 싸이의 노래에 메시지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강남스타일을 소개하는 CNN 앵커의 보도는 다소 밋밋했을 것이다. 강남스타일을 따라 부르는 미국인들의 목소리와 몸짓에도 힘이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고 강남스타일의 열기는 곧 식었을지도 모른다. 미국인들은 뜻은 모르지만 메시지는 공감하기에 강남스타일에 더 애착을 느꼈을 것이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놀이터에서 시작한다. 놀이터에서 나온 싸이는 그 뒤부터 모든 공간을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어버린다.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본 미국의 한 고등학생은 뮤직비디오 공간의 랜덤함이 재밌다고 했는데 그건 일상의 공간을 놀이터로 만든 장면에서 느낀 쾌감일 것이다.



미국 sns 서비스 텀블러에서 인기 있는 싸이의 이미지와 문구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싸이 무대의 정서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싸이는 퍼포먼스와 놀이의 경계가 없다. 싸이에게 무대와 길바닥은 차이가 없다. 다른 가수들이 차별화된 무대에서 '니들 이거 할 수 있어?'하고 뽐낸다면 무대를 길바닥 놀이터로 만들어버리는 싸이는 '니들 이것도 못해?'하며 우리를 자극한다. 그래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패러디가 그렇게 많이 나온 것일 거다. 이건 싸이 노래가 호응받는 다섯번째 요소다

 

미국에서도 싸이를 두고 "강남스타일이 있는데 간지가 무슨 소용이냐?"란 말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한다고 한다. 정말이지 싸이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잘생겨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진정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싸이가 처음이다. 저렇게 잘 놀 수 있다면 잘 생길 이유가 뭐란 말인가? 과연 지금까지 싸이만큼 외모컴플렉스를 극복한 무대를 보여주는 스타가 또 있었을까? 여섯개의 요소 중에 가장 강력한 호응의 요소는 바로 이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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