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 이 글은 2007년 한국계 조승희의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쓴 글입니다. 



이번 살인사건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살인자의 국적이라는 것은 좀 유감입니다. 이건 국가의 성향 또는 위신 문제가 아니라 미국문제입니다. 미국의 총기문화가 만든 사건입니다. 국적이 달랐다고 해서 달라질 문제는 아닙니다. 그 총을 쏜 사람이 미국에 있어서 총을 쏜거지 한국에 있었다면 길거리에서 칼이나 함 휘두르다 용감한 시민에게 잡혀 뉴스 한 꼭지 간신히 나왔을 겁니다.

 

미국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나라입니다. 온 몸에 탄창을 휘감고 쌍권총을 들고 거리를 휘젓는게 현실입니까 상상입니까. 이건  상상입니다. 어떤 문명국가에서도 이런 모습은 현실이 아닙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꿈같은 장면이죠. 근데 미국에서는 이 장면이 현실입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은 미국이 총이라는 압도적인 살상무기를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총을 개인의 신변보호용 무기로 허락하면서 미국은 자신들의 역사를 들먹입니다. 민병대가 지켜온 미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을 지킬줄 아는 개인이 민주주의 보루라고 까지 말하기도 합니다.

 

그럴듯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총이라는 무기의 성격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총은 민주주의나 자위권의 그런 뿌듯함과 정당성을 싹 매몰시켜 버리는 그런 성격을 가진 무기입니다. 

 

총은 아주 먼거리에 사람을 쏠 수 있습니다. 총에 맞는 사람은 저격자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맞는 순간 자신이 왜 쓰러졌는지 알지도 못합니다. 이유 없이 그냥 죽습니다. 총에 맞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총은 맞기 전과 맞은 후는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이건 폭력이 아닙니다. 그것을 능가하는 그 어떤 것입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알지도 못하는 순간에 그냥 죽을 수도 있다는 것.

 

그렇습니다. 총은 단절입니다. 그리고 단절은 신의 능력입니다. 인간이 감히 인간을 단절해선 안됩니다. 인간을 단절하는 것은 신 또는 자연이어야 합니다. 누군가 날 단절할 수 있다면 그는 나에게 신입니다. 

 

그렇다면 총을 든 사람은 신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갑자기 내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자 그는 의심할 바 없이 신입니다.   

 

버지니아의 그가 썩은 미소를 지었다죠. 아주 침착했다죠. 당연합니다. 총을 든 순간 그는 신인데, 당황할게 뭐 있습니까. 신이 뭘 두려워 한단 말입니까?

 

미국에선 누구나 맘만 먹으면, 1년 정도 뒤에 재판 받아 죽을 각오가 돼 있다면, 신이 될 수 있습니다. 

 

짜릿하지 않습니까? 이정도면 유혹 당할만 합니다. 확, 짱나는데 신이나 되버릴까 할 수 있는 겁니다.

 

한국에서도 기차에서 노숙자에게 이유도 모르고 칼에 찔려 죽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저도 불안합니다. 혹시나 재수 없이 그런 변을 당할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낯선 남자와 둘이 타면 남자인 나도 그런 걱정이 듭니다.

 

그런데 총을 가질 수 있는 미국이라면 어떨까요. 칼은 적을 주시하면 되지만 총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어느 순간 나의 삶을 단절 할 수있는 신들이 여기 저기 깔렸습니다.

 

몇 년 전 파티집을 잘못 찾아 다른 집에 들어갔던 일본인 대학생이 그 집의 주인에게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그 때 일본 열도가 경악했습니다. 미국의 법이 그 집 주인을 무죄로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집을 잘못못 찾은 사람을 죽여도 되는게 미국입니다.

 

오늘 숨진 33명은 바로 이런 미국의 자위문화의 희생자일 수 있습니다. 자위권을 중시하는 그들의 문화가 감히 인간에게 신의 권한을 주었습니다. 신의 권한이라는게 담배처럼 오용하지 않으면 되는겁니까. 그 권한의 오용의 결과가 어떤지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합니까?

 

자위권을 위해선 왠만한 상황에서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것, 이건 문명사회의 규칙이 아닙니다. 약육강식의 짐승세계에나 어울리는 야만적 문화입니다. 살기 위해서 상대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 통용되는 사회가 어찌 오늘날 인간사회입니까.  

 

죽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죽음보다 죽음을 누가 자초했느냐를 따지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이보다 더 야만적일 수 있을까요? 먼저 죽음이 있고 그 다음 이유가 나와야 합니다. 내가 남을 죽일 이유가 있다면 죽여도 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유만 있으면 누군가의 삶을 단절하는 신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두시간 만에 한 사람이 33명을 죽인 것을 보고 미국이 알아야 할 것은 국적이 뭐냐가 아니라 총이 칼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총기 난사 조승희 사건 '5주 년' 추모행사

美영화관서 총기난사…60여명 사상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