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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경 의원이 잘못한 건 분명하다. 탈북청년인 백요셉 씨에게 '근본도 없는 탈북자 **'라거나 그 자리에 없는 하태경 의원에게 '변절자 **'라고 막말 한 것은 어떤 사정이 있다해도 덮을 수 없는 잘못이다. 그러나 잘못은 가려졌지만 의문은 남는다. 백요셉 씨는 집에 와서 통곡했다는데 그가 페이스북에 쓴 글은 사건의 과정은 알려주지만 정서적으로 납득시켜주진 않는다.
 
의문은 처음부터 시작한다. 백요셉 씨는 정치성향은 다르지만 개인적으론 임수경 의원을 존경해 사진을 찍고싶다고 했다. 그런데 이 말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임수경 의원은 방북해서 김일성과 같이 사진도 찍은 사람이다. 목숨을 각오하고 북한을 탈출하여 정치적 적대감이 몸 속 깊숙이 이 쌓일 수밖에 없는 처지의 백요셉 씨에게 현재의 한국 정치상황에서 임수경은 대표적 '종북 정치인'으로 증오의 대상이 될만 하다.

 
어쨌든 박요셉은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이번엔 임수경 측에서 이상한 장면이 벌어진다. 다정히 사진까지 찍었던 임수경 의원 측에서 삭제할 사진이 있다며 웨이터를 통해 백요셉 씨 핸드폰에서 임수경 의원의 모습이 있는 사진을 모두 지운 것이다.
 
이런 돌변에 백요셉 씨가 항의한 건 당연했다. 백요셉 씨의 항의가 격렬해지자 임수경 의원이 나섰다. 임수경 의원은 보좌관들이 자신에게 피해갈 것을 우려해 한 것이라며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 말에 백요셉 씨도 이해의 표시로 웃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양쪽 통털어 세 번째 이상한 장면이 벌어진다. 임수경 의원의 말을 듣고난 백요셉 씨가 농담이랍시며 "이럴 때 우리 북한에서는 어떻게 하는 지 아시죠? ㅋ 바로 총살입니다. 어디 수령님 명하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합니까?”라고 말한 것이다. 백요셉 씨의 '총살 운운' 농담은 세상 어디에도 통할 수 없는 농담이다. 어떤 문화권에서도 상대에게 총살 운운하는 소리를 농담이라며 같이 웃고 즐거워 하지 않는다.
 
더욱 더 심각한 건 이 농담을 탈북청년이 했고 또 임수경을 향했다는 것이다. 23년 전 방북으로 통일 아이콘이 된 사람에게 북한정권과 김정일 부자에 대한 증오심에 끓어오르는 탈북청년이 "우리 북한"과 "수령님 명령"을 운운한 것인데 이건 누가 봐도 아주 심한 비아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임수경 입장에선 당신 북한 좋아하고 수령님 찬양하는 사람 아니냐, 그런데 이북에서는 총살당할 짓을 하느냐 라는 말을 듣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백요셉 씨 글에서 알 수 없었던 의문을 풀어보는 시도를 해보자. 납득할 수 없는 세 개의 장면은 어떻게 벌어지게 된 걸까? 이렇게 추측해볼 수 있다. 처음에 임수경 측은 보통의 시민으로 알고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같이 찍은 청년이 탈북청년이고 하태경 의원과 함께 활동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임수경 의원 측은 하태경 의원과 함께 운동하는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이 어떻게 이용될지 알 수 없어 조치할 필요를 느겼고 웨이터를 통해서 삭제를 하게 된 것이다.
 
계속 추측해보면 세 번째 장면이 벌어지기 직전에는 서로 이런 사정을 짐작했지만 양쪽이 내심 모른척 했을 것이다. 서로 날을 세우고 있는 상태로 언제든 한 마디로 폭발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세 번째 이상한 농담이 튀어나왔다면 어떨까?
 
백요셉 씨는 자신의 농담 후 임수경의 변화를 실감나게 쓰고 있다. "임수경 씨는 갑자기 얼굴 표정이 굳어지더니 나에게 '너 누구냐???'하는 것이다. 이후 이성을 상실한 임수경 의원의 막말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앞에서 추측한 사건의 정황과 아주 잘 맞아떨아진다.
 
의문은 제쳐두더라도 백요셉 씨의 '총살' 농담도 분명한 잘못이다. 그게 설령 방북한 임수경이 아니라 일반시민이었다 해도 말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로서 막말한 임수경 의원도 잘못이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인 헌법기관 국회의원에게 그런 걸 농담이랍시고 던진 박요셉 씨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잘못을 한 것이다.
 
만약 탈북자가 아닌 사람이 백요셉 씨와 같은 농담을 한 게 알려졌다면 어땠을까? 지금 임수경 의원에게 쏟아지는 '종북' 비판이 쏟아졌을지 모른다. 실제로 북한을 찬양조 농담으로 조롱한 트위플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우리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말을 탈북청년들이 국회의원 앞에서 농담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임수경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했다. 조만간 백요셉 씨도 만난다고 한다. 이걸로 이 사건이 끝난 걸까? 아니다. 백요셉 씨도 '김일성 명령' 운운한 농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탈북청년 백요셉 씨는 북한인권을 거론하기 이전에 먼저 대한민국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 아래는 백요셉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사태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6월 1일 금요일 저녁 개인적으로 친한 지인분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종로구의 모 식당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뜻밖에 테이블 건너에 임수경씨가 2~3명의 남성들과 같이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정치성향은 다르지만 현재 같은 학교 대 선배인데다가 어릴 적 북에 있을 때부터 ‘통일의 꽃’으로 알고 있었고 그의 광팬이었던 나는 언제부터 꼭 한번 임수경씨와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여 지인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임수경씨에게 사진 찍기를 요청하여 통쾌히 승낙을 받았다.


그날, 그 순간만큼은 정말 학교 후배로서 대학교 대 선배이고, 특히 과 선배인 임수경씨를 존경하고 싶었고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추억의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임수경씨는 해맑은 표정으로 본인과 같이 다정하게 사진을 3~4컷 찍었고 나는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라는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나의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런데 얼마 후 웨이터가 나를 찾으며 임수경씨가 나의 잔?을 받고 싶단다.

나는 기쁜 마음에 그의 옆에 앉아 그에게 한잔 따라 주고 있는데 웨이터가 문뜩 내 폰을 보자고 한다, (웨이터가 우리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왜냐고 물으니 잘못된 사진만 삭제하겠단다.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핸드폰의 잠금을 열어줬고 그가 어떤 사진을 지우는지 지켜봤다.


그런데 그가 임수경씨와 찍은 핸드폰속의 모든 사진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나는 “다 지우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하며 급기야 나의 폰을 뺏었지만 이미 모두 지워버린 상태였다. 나는 웨이터에게 나 본인의 동의 없이 사진을 일방적으로 삭제한데 대하여 즉각 항의했고 웨이터는 임수경씨 보좌관들의 요구였다고 한다.


나는 앞에 앉은 2명의 남성들에게 임수경씨 보좌관이 맞는지 확인하고 왜 사진 삭제를 웨이터를 통해 요구 했는지 따졌다. 그리고 임수경씨에게 선배님이 사진 삭제를 직접 말씀 하셨는가고 물어보았다. “아니? 나 그런 적 없어” 가 임수경씨의 말 이었다.


나는 다시 보좌관이라 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불만을 토로했다. ‘...후배로서 학교 대선배와 한 컷 찍는 게 뭐 잘못되었냐고?, 그리고 뭣 모르는 웨이터를 고용해 그것도 “잘 못 나온 사진만 삭제한다.”라는 거짓 회유로 타인의 핸드폰 정보를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엄연한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때 임수경씨가 ‘...이들을 나의 보좌관들이니 나에게 사소한 피해가 갈까봐 신경 쓴 것이라 이해하라...’고 웃으며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알겠습니다.’라고 바로 이해했고 농담으로 “이럴 때 우리 북한에서는 어떻게 하는 지 아시죠? ㅋ 바로 총살입니다. 어디 수령님 명하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합니까?” 라고 조금은 썰렁한 개그를 던졌다.


그런데 이제부터 ...

임수경씨는 갑자기 얼굴 표정이 굳어지더니 나에게 “너 누구냐???”하는 것이다.

나는 당연 나를 알아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줄로 알았다. 우리(임수경씨와 나)는 작년 2011년 말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에 출연하여 서로 다른 입장(국가보안법 폐지 대 존치)에서 논쟁을 했었다. 나는 탈북 대학생 신분으로 나갔었고 임수경씨와 논쟁을 벌였었기에 당연히 임수경씨가 나를 알아봤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선배님 우리 작년에 백지연의 끝장토론에서 직접 이야기 했었잖아요. 전 탈북대학생으로 나왔었는데요?” 라고 말했다.


임수경씨의 말 :

“야 ~ 너 아무것도 모르면서 까불지 마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냐 알아?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새끼들이 굴러?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


??? ~~!!!


임수경 :

“야 ~ 너 그 하태경 하고 북한인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다지? 아~ 하태경 그 변절자 새끼 내 손으로 죽여버릴꺼야. 하태경 그 개새끼, 진짜 변절자 새끼야 ... ”


지인께서는 한마디도 하지 말고 참으라고 그냥 가자고 했다.

나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감히 누굴 보고 변절자라고???

지금 누구의 말을 대신하고 있는 거야 ... !!!


“저기요 선배님, 누가? 누구를? 변절했습니까??

아~ 당신이 아버지라고 부른 그 살인마 김일성을 하태경 의원님이, 그리고 우리 탈북자들이 배반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참 ~ 할 말이 없습니다...”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내말을 자르며 임수경씨는 극도로 흥분해 마구 고함을 쳤다.


“야~ 이 개새끼, 개념 없는 탈북자 새끼들이 어디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는거야?? 대한민국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어 이 변절자 새끼들아 ... 너 몸 조심해 알았어???”


나는 할 말을 찾았지만 진짜 할 말이 없었다.

급기야 한마디 ...


“네~ 선배님~! ‘누구? 대신’ 경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절대로 몸조심해서 살겠습니다.

이 남한 땅에서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겠습니다.

그리고

살아서 끝까지 임수경 선배님 지켜보겠습니다.

한번

끝까지 두고 봅시다. 선배님~!!! 감사했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나는 바로 입 닥쳤다.


... ... ...


임수경씨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 탈북자들이 이 나라 대한민국에 와서까지도 “김일성, 김정일을 반역”했다는, “민족반역자”라는 말을 들어야 하고, 그로 하여 노동당에 대한 죄의식에 살아야 하는가???


수백만 동포들이 굶어죽고, 맞아죽고, 얼어 죽는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보고 허황한 독재주의사상인 김일성주의(주체사상)을 과감히 버린 하태경 의원님을 “변절자”라고 하는 것은 과연 누구의 말, 어느 쪽의 논리인가???


끝까지 참았다.

대한민국 와서 내가 살인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대학교 선배라서, 아직은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서 꾹꾹 참았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그리고 탈북청년으로써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국회의원인 하태경의원님도 임수경 국회의원?의 “내손으로 죽여 버리겠다.”는 신변의 위협을 받았다.


그들?의 손에 북한인권활동 하시는 하태경의원님 같은 분들도 죽고, 그런 활동 중인 탈북자들도 해외로 탈출하거나 암살당하면, 그리고 그것에 목숨 건 “내가” 죽으면 북한의 우리 형제, 우리 부모, 우리 미래는 누가 책임지고 누가 구원하랴???

.........................

임수경씨의 위와 같은 폭언들을 연속 곱씹었다.

나는 바로 녹취했다.

임수경 선배님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


집에 와서

온 밤 소리 내어 통곡했다.

우리 탈북자들이 ‘변절자’라는 소리, ‘개새끼’라는 소리를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부터 들어야 하는 것이, 입술을 깨물며 그것을 참아야 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비통해서 밤새 소리내여 울었다...

아 ~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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