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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환경 6편 이번엔 대기업 노동자다. 입사한지 몇년 안되신 분인데, 기회가 된다면 회사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 능력있는 인재들이 사원을 부품취급하는 회사에 실망해서 떠나가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한국의 노동환경에 진저리는 치는 것은 대기업 재직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고과점수를 위해 하청업체를 닥달하는 간부가 있다는 얘기는 놀라웠다. 그가 말하는 한국대기업의 속 얘기를 들어보자.

한국의 기업문화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많이 달라 신입사원들이 가치관의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입사한지 몇 년 안되셨다고 했는데, 처음 회식이나 야근 등의 기업문화를 접하고 충격 받은 것은 없었습니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연수 때부터의 독특한 환경입니다. 어느 대기업이나 비슷하다고 들었지만, 저희는 좀 심한 편이었죠. 회사시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연수를 받는데, 문제는 잠을 안재운다는 겁니다. 빨리 끝나면 11시, 뭐 좀 한다 싶으면 새벽 2시까지도 잠을 재우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시켰습니다. 물론 지금 하는 업무와는 전연 상관없는 것들이었죠. 이렇게 힘든 연수를 거치며 어느덧 '야근이 당연한 거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운이 좋았던지 제가 입사한 부서는 필요한 경우 외엔 야근을 하지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옆의 부서나 같이 입사한 동기들 대부분은 기본 9시 퇴근, 야근 좀 한다 싶으면 11시, 거기다 11시 퇴근 후 회식까지 할 때도 있습니다. 한 친구는 이런 에피소드도 들려주더군요. 입사한 뒤 맨날 11시에 퇴근하다 어쩌다 한번 9시에 퇴근하면서 부서장에게 인사를 했더니, "젊은 사람이 밤새서 일해야지 뭐 벌써 퇴근하나?"라고 면박을 주더라는군요. 그 친구 그뒤로 퇴근할 때 인사를 안하고 갔는데, 한 달 뒤에 결국 타부서로 이동을 하게 됐습니다.

동기들 중 그만두었거나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됩니까.

대기업을 떠나 모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결심이기에, 집이 웬만큼 부유하지 않은 이상 대다수의 동기들은 그냥 참으며 남아있는 편을 택합니 다. 그러나 모이면 회사를 빨리 떠나야겠다,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 이런 얘기들뿐입니다. 회사에 남아있는 이상 한 줌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거죠 . 야근과 회식에 지쳐 퇴사한 동기들도 여럿 됩니다.

정말 화가 나는 건, 저희들의 근로환경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데 언론에선 마치 이기적인 대기업 정규직들 때문에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 직원들이 피해를 본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대기업 정규직들도 부당한 야근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런 모든 사태는 무관심한 정치인과 언론, 그리고 이들 뒤에 버티고 있는 재벌들이란 말입니다.

입사연차별로 이직비율이 어느 정도 됩니까. 떠나는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합니까. 

입사 후 2년쯤 되면 70% 정도 남는다고 합니다. 대리를 다는 연한이 되면 50%도 채 남아있지 않고요. 회사에 이야기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유학, 이직같은 뻔한 이유들입니다. 다들 회사의 좋은 기억을 안고 간다 얘기하는데 그건 거짓말이죠. 그렇게 좋은 회사라면 왜 떠나려고 하겠습니까? 야근이 싫고 회식도 싫고 개인생활 찾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둔다 라고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합니다. 그 뒤에 있을지도 모를 보복이 두렵기 때문에 다들 거짓말하고 떠나는 겁니다. 회사가 기껏 뽑아놓은 우수한 인재들을 이런 식으로 놓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제가 본 퇴직한 입사 동기들 중엔 실력이 뛰어난 정말 우수한 인재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다들 유학 가있거나 외국계 기업으로 가려고 준비중이더군요. 두뇌유출이 괜히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전근대적인 기업문화 때문에 우수한 두뇌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겁니다.

야근수당은 제대로 지급됩니까. 부당한 야근사례는 없었습니까. 

사업실적이 좋지않은 부서는 부서장이 아예 야근수당 결재를 올리지 말도록 한다고 들었습니다. 야근을 해도 전자 결재를 못올리는 거죠. 증거가 안남으니 수당도 없습니다. 또 야근 수당이 2시간 단위로 지급되기 때문에, 2시간 미만의 근로에 대해서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거라도 주는게 하청업체들에 비해선 훨씬 나은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당한 건 부당한거죠. 이해가 안가는 건 정부나 그 어느 기관에서도 이런 부당한 수당지급에 대해 공문 한 통 보낸 적이 없다는 겁니다.

어떤 부서는 부서장이 당일 있을 회의시간을 저녁 9시에 잡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부서 사람들은 개인약속을 잡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야근을 시키더라도좀 계획성 있게 시키면 좋은데 야근 결정하는게 무조건 당일이 되니 사생활은 완전 뒤죽박죽 이 됩니다.

현재는 야근이 많지않은 부서라고 하셨는데 만약 야근이 많은 부서로 옮긴다면 회사를 퇴직할 생각도 있으신지요. 회사가 개인 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면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 십니까.

아마 다른 부서였다면 벌써 몇 달 전에 퇴직했을 겁니다. 언제 또 부서이동이 있을지 모르는데 만약 부당한 야근을 강요받는 곳에 배치된다면 미련없이 그만두고 야근 없는 다른 진로를 선택할 생각입니다. 여자친구도 못만나고 게임도 못하고 독서도 못하는, 개인 생활을 완전히 포기해버려야 하는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쩔 수 없는거죠.

상사의 핍진한 삶을 보면서 보면 직장생활의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생긴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상사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너무 고생한 표가 많이 나서 좀 안되보입니다. 저렇게 밤늦게까지 퀭한 눈을 하고 남아 일을 해도 10년을 못채우고 정리해고 당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가족들과 사이가 서먹한 상사들이 많습니다. 친구가 있는 부서의 한 부장은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는데, 딸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더군요 . "아빠, 나 대학 졸업당할때까지 명퇴당하면 안돼".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그날 술자리에서 쓰러지셨다던데, 다음날엔 또 여전히 야근을 하더랍니다. 어찌보면 이분들도 피해자죠. 회사랑 결혼했다는 얘길 들으며 근무를 해도, 50세 이전에 퇴직하는 게 보통입니다. 개인생활이 없었으니 딱히 자기개발할 시간도 없었던 상사들은 그때부터 소위 말하는 '개털'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일과 사생활의 균형 이 무너질까 걱정이 많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눈치를 보더라도 야근에 익숙해지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원청업체의 호출에 새벽에도 달려가야 하는 게 하청업체 직원의 현실이라고 합니다. 지켜보면서 하청업체 직원이 안스러웠던 적은 없었습니까.

휴대폰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얘길 들어보면 하청업체 사장에게 고함을 치는 건 예사고 프레젠테이션 도중 물건까지 집어던지는 일도 보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청업체를 닥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연말에 실적을 매기는데, 직속 부서장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올리는 보고에 자기가 한일을 써야하는데 하청업체가 한 일까지 자기 실적으로 보고하게 됩니다. 똑똑한 부서장이라면 그 사람의 능력과 인품까지 고려해서 자기 스스로 고과점수를 매기겠지만 그렇지 못한 부서장은 보고서만 보고 대충 고과를 매깁니다. 때문에 인품이 곱지 못한 사람은 하청업체를 닥달해서 자기 실적을 올리고자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어느 부서든 그런 사람들이 한둘은 꼭 있다고 합니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동료들 사이에서조차 배척당하는 존재지만, 능력이 없어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부서장 밑에선 그런 사람들이 고과를 높게 받는다고 하더군요.

미래를 어떻게 계획하고 계십니까 . 다른 꿈이 있으십니까.

사실 회사에는 별 애정이 없습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하는 감원을 보면 별로 정이 안갑 니다. 저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친한 동기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구요. 툭하면 감원에 직원들을 부품 대하듯 하는, 회사에 누가 신명을 바쳐 일하겠습니까. 회사 경영진은, 직원들을 부품으로 대하면 직원 들도 회사를 마찬가지로 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건 여담인데, 친구들끼리 모이면 서로 하는 농담중에 여기서 주는 월급 절반만 줘도 차라리 군대를 다시 가겠다고 합니다. 군대도 비합리적인 면이 많은 조직 이긴 하지만, 적어도 회식도 없고 5시 퇴근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저도 여기서 얼마간 경력을 더 쌓고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을 해볼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사를 통해 노대통령님께 할말이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 인권문제 신경쓰시고 무슨 인권위원회다 많이 만드시는데 가장 먼저 열심히 사는 불쌍한 우리 근로자들 인권부터 좀 찾아주십시오. 근로자들은 집에 가서 가족들 친구들과 시간 보낼 권리가 있습니다. 내년이면 대통령도 바뀐다고 하는데 노대통령님 계 실때 좀 바로 잡아주십시오. 엎드려 부탁합니다.

 

한국 노동자 인터뷰 

열심히 일해봤자 배부른 사람 따로 있다 - 건설직 노동자

IT맨, 내가 사직서를 쓴 이유 - 프로그래머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회사를 관뒀습니다" - 휴대폰 생산

"언제까지 제 꿈을 간직할 수 있을까요" - 일식요리사

"프랜차이즈 업체때문에 고전하고 있습니다" - 제빵사

"여보, 좀 가난해도 좋으니 야근 안하면 안돼?" - 노동자 가족

"우리 남편도 힘들어요" - 노동자 가족

'불합리한 초과수당 지급행태를 고발합니다" - 삼성전자 노동자

"한국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 프로그래머(IT맨)

야근을 금지한 회사가 있다 - 사이냅소프트

삼성전자 직원이 들려주는 삼성전자 

생탁, 지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매달 2천만원씩 받아가는 41명의 사장들

한국 보육환경 그 자체가 아동학대다 -17년 경력 보육교사가 본 부산 아동학대 사건

 

재외 노동자 인터뷰

"허락이 떨어져야만 야근을 할 수 있다" - 외국계 IT 회사

"한국으로 돌아가기 두려워요" 아일랜드 웹프로그래머

시급 만원(980엔)에 차비까지 주는 아르바이트" - 일본 교환학생

"중복된 업무지시는 상사의 무능력이다" - 오스트리아 금융계 IT 회사

"상사의 말만 따르는 직원은 무능력한 직원으로 찍힌다" - 독일 자동차 디자이너

"부서장들이 절대 명령하는 일은 없다" - 일본 자동차 회사

"psp 사려고 오버타임 한다" - 미국 연구원

"노동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선진적입니다" - 싱가폴 IT 회사

 

분석

한국 사회에 야근이 많은 이유

한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질서

기획력 없는 간부가 야근을 만든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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