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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 희곡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배우는 무엇으로 공연하고 관객은 무엇을 읽어야 할까?

극단 새벽의 삼색배우뎐이 지금 그런 실험을 하고 있다. 3색배우뎐은 창작방향을 설명하면서 "문학적 text(희곡)를 바탕으로 하는 연극의 틀을 깨는 새로운 창작방식을 모색하기 위한 실험극"이라고 썼다.

희곡 대신 배우들에겐 중심 스토리가 던져진다. 던져진다는 표현을 쓴 것은 중심 스토리가 대본 근처에도 갈 수 없는 자료 수준이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극중에서 이 스토리를 토론하고 재해석해서 재판극 공연까지 한다.

중심 스토리와는 관계없는 연출도 하나 끼어든다. 공연 중에 신호음이 울리면 해당 신호음의 연기자는 스스로를 인터뷰 한다.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극 중 각 배우들에겐 두번씩의 신호음이 울린다.

삼색배우뎐에서 배우들은 희곡을 무대화 시키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연기와 답변을 한다. 완결성 있는 연극을 공연하는 게 아니라 배우들이 경연을 펼치는 것이다. 배우들은 이것을 자신들의 미션이라고 했다.

미션에다 극 중 인터뷰까지 있는데 이런 구성은 요즘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삼색배우뎐은 연극판 예능일까? 삼색배우뎐은 이런 의심을 피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기획의도에서 자신들의 실험에 그런 의도가 있음을 드러낸다.

"'부산 배우들, 연기 참 잘한다.'고들 한다. 그리고 실제로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 부산 관객들은 잘 모른다. 스타급으로 잘 알려진 배우들이 아닌 이상, 부산연극을 올곧이 지켜가는 배우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배우전을 펼친다. 올 해 '이현식, 전상미, 박훈영'이라는 배우들을 부산관객들이 응원하고 기억해주길 바란다. 마치 롯데야구단을 응원하듯."

삼색배우뎐과 가장 유사한 예능 프로그램을 꼽아보면 '나는 가수다'가 될 것이다. 아이돌 열풍에 가려 무대를 잃어가던 중견 가수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드라마와 영화 배우는 물론이고 지역적 차별까지 받는 부산의 연극 배우들이 스스로를 알리는 무대를 갖고자 하는 것이다. 삼색배우뎐은 예능식으로 고치면 '나는 부산 배우다'가 될듯싶다. 

예능 형식이라고 했지만 삼색배우뎐의 내용까지 예능은 아니다. 삼색배우뎐은 소극장페스티벌의 기획 중 하나로 이번 페스티벌의 테마도 담아야 한다. 올해 소극장페스티벌의 테마는 지구촌인데 삼색배우뎐은 이 테마를 위해 1991년 3월16일 LA에서 벌어진 재미교포 두순자의 흑인소녀 살해사건을 중심스토리로 잡았다. 마지막에 배우들이 직접 쟁점들을 정리해 만든 두순자의 재판극을 공연하는데 두순자가 살해 의도가 있었느냐를 두고 다투는 치열한 법정공방은 흥미진진하다.  

배우들은 자신들이 수행할 미션이 3 개라고 했는데 관객이 보기에 배우들의 미션은 하나 더 있었다. 연극 첫 부분에 펼쳐지는 모놀로그를 배우들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모놀로그에서 각 배우들은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연기를 올렸는데 안정감 있는 연기를 하는 이현식은 관객을 편안하게 연극으로 인도했고 전상미는 그 짧은 모놀로그에도 호소력있는 연기로 관객을 흔들었고 박훈영은 주유소 알바의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줘 큰 웃음을 자아냈다.

연기를 하다가 자신들의 신호음이 울리면 배우들은 쑥쓰러운듯 무대 옆 의자에 앉아 인터뷰를 했다. 이현식은 극 이제 40에 접어든 연기자로서 불안함을 숨기지 않았다. 전상미는 30대 초반으로 얼마전 집에서 독립했다고 했다. 박훈영은 아직 자신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게 익숙하지 않은듯 말보다 싱긋이 흘려버리는 웃음이 더 많았다.





부산배우들이 준비한 삼색배우뎐은 28일까지 볼 수 있다. 부산사람이라면 연기 참 잘하는 이 배우들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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