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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당이 진보정당과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몇차례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등 움직임도 구체적이다.

그런데 왜 참여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정당과 통합하려 할까? 참여당 당직자가 언론에 밝힌 바에 의하면  "4·27 재보선 이후 독자노선은 사실상 어렵게 됐고, 민주당과의 합당 논의는 흡수통합 우려 때문에 당원들의 거부감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여당이 mb정권 하에서 야권연대로 진보정당과 가까워진 것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가 생각된다. 참여당 관계자는 거부감을 이유로 들지만 진보정당과의 사이엔 이질감이라는 게 있다. 거부감은 맘만 바꿔먹으면 되지만 이질감은 섞일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이질감보다는 거부감이 훨씬 더 극복하기 쉬운 것이다.  

국민들이 두 당의 통합을 바라보는 시각도 생각해봐야 한다. 민주당과의 통합엔 대체로 수긍하겠지만 진보정당과의 통합은 마치 연예인들의 가짜 연인관계를 보는 것처럼 불편해할 것이다. 그렇게라도 함께하다보면 정이들고 사랑하게 될 수도 있지만 둘의 관계가 국민의 의심을 극복할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순리대로라면 민주당과의 통합이 맞다. 참여당이 민주당과 통합해야할 이유도 있다. 그 이유 몇가지는 이렇다. 
 

첫째, 진보정당과 이념의 차이가 크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도 이념의 문제로 산고를 겪고 있다. 그보다 이념적 차이가 더 큰 참여당과의 통합의 과정은 더 어려울 것이다. 통합이라는 대의를 위해 양쪽의 차이를 봉합할 수 있겠지만 잠복된 이념의 차이는 북한과 대외 관계 등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민주당과는 생각의 차이지만 진보정당과는 이념의 차이다. 참여당이 진보정당의 이념을 극복하는 건 쉽지않을 것이다.
 
둘째, 진보정당엔 참여당과 결합할 자원이 없다. 민주당에선 참여당보다 더 큰 친노세력이 존재한다. 참여당의 노력에 따라 그들을 우호세력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진보정당엔 우군이 될만한 세력이 없다. 참여당은 진보정당과 합당하는 그 순간부터 물과 기름이 되어 거기서 단 한방울도 확대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몇년을 지내다보면 이념적 배경이 약한 참여당은 다른 세력에게 흡수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 

셋째, 통합진보정당에선 노무현의 가치를 살리기 어렵다. 참여당은 노무현의 적자임을 주장하는 정당이다. 그런데 통합진보정당에서도 노무현의 적자를 주장할 수 있을까. 진보정당과의 통합은 경계를 넘어가는 것이다. 그 경계를 넘어서는 곳에서의 노무현의 가치는 다르다. 진보정당 당원들도 대체적으로는 노무현에 우호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무현을 증오하고 조롱하는 자들이 큰소리 치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어떻게 참여당 세력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세력만 남고 경계를 넘어간 노무현의 가치는 고립되어 결국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네째, 대권의 가능성이 있는 유시민을 위해서 가야한다. 참여당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이점 중에 하나는 대권 여론조사 순위 2-3위를 오르내리는 유시민이다. 그렇다면 통합과정에서 이 유시민을 적극 활용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진보정당과의 통합은 유시민이라는 자원을 배제하다시피한 선택이다. 참여당의 자존심과 독자세력화를 위해선 진보정당이 더 맞을지 모르나 유시민이라는 대권주자를 위해선 민주당이라는 토양이 더 필요하다. 민주당에 간다면 호남의 지지율을 유입시켜 대권 지지율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진보정당에 간다면 유시민은 2012년 총대선에서 통합진보정당과 민주당의 거래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실패의 인정은 진보정당이 아니라 민주당과의 통합이다. 참여당은 당으로서 실패를 선언했다. 지금 다시 독자세력화를 추진하느냐 통합하느냐 기로에 서 있다. 독자세력화가 아니라면 원래 함께 했던 정당인 민주당에 가는 게 맞다. 

여섯째, 참여당의 실험보다 민주주의 회복이 더 중요하다. 독자노선이나 진보정당과의 통합은 지금 상황에서 실험에 가깝다. 이 실험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참여당의 실험보다 더 절박한 것이 있다. 이명박 정권이 파괴한 민주주의의 회복이다. 야당 중에서 야권연대를 가장 높이 든 게 참여당이다. 그건 참여당도 민주주의 회복을 최우선적 가치로 보았기 때문이다. 참여당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결속력 높은 야권연대를 고민했다면 결론은 민주당이 맞다.

일곱째, 참여당의 창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노무현의 뜻을 거스르고 참여당을 만든 것은 그게 그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분의 뜻을 받아들인다면 다시 옛 동지들과 합치는 게 맞다. 옛 동지들은 진보정당이 아닌 민주당에 있다.


고백컨데 나는 참여당 창당에 찬성했던 사람이다. 내가 참여당의 창당을 찬성한 것은 민주당이 노무현의 가치를 지켜줄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07년 대선에서 노무현과의 차별화를 시도했고 그 이후에도 당에서 노무현을 지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대로 민주당에 맡겨두었다간 노무현의 가치가 부정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제어할 장치가 필요함을 느꼈고 그래서 참여당 창당을 지지한 것이다.

참여당은 현재까지 당으로서는 실패했지만 노무현의 가치라는 점에서 대단한 역할을 했다. 민주당을 노무현 계승 경쟁에 끌어들임으로서 민주당의 탈노무현을 제어할 수 있었다. 민주당은 참여당과 경쟁하면서 친노 정치인들을 정치무대에 속속 불러들였다. 만약 참여당이 없었다면 민주당 내 친노가 지금같은 지분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민주당 내 친노 정치인들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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