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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표지제목을 '노무현굿바이'라고 올렸다. 신경 쓸 거 없다. 여론이 바뀌면 한겨레21은 곧바로 '왕의 귀환'이라고 바꿔 쓸 것이다. 박연차수사에 대해 의미를 보태고 싶어하지만 미디어들은 실제로는 검찰방송이 내보내는 드라마의 소품 정도로 등장할 뿐이다. 

그렇다. 검찰방송이다. 수사상황이 검찰을 통해서 거의 동시에 언론에 알려진다. 검찰이 수사 상황을 방송하는 이 현상은 이명박정권 들어 심해졌다. 급기야 박연차수사에서 검찰은 검찰방송이란 이름까지 얻게 되었다.

검찰이 수사내용을 이렇게 실시간으로 흘리면 어떻게 될까? 검찰이 무엇을 의도하진 않았을지 모르나 이런 식의 검찰방송은 분명 수사를 당하고 있는 쪽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재판정에 서는 장면은 몰락의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장면이다. 검찰수사내용이 중계될 때마다 수사 당하는 사람은 몰락의 드라마를 덮어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의 신속한 수사 중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겐 몰락의 드라마로 비쳐지지 않는 것 같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연차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보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이런 전개라면 몰락의 드라마가 되어야 하는데 시청자들은 그게 아니라 정치보복드라마로 보고있는 것이다. 언론들이 열심히 노무현게이트라고 이름붙이려하지만 왠지 그 이름이 어색하게 들린다.

국민들이 이 드라마를 정치보복드라마로 보고 있다면 여당 쪽에 역풍이 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4.29 재보선을 치르고 있는 여당 입장에선 노무현전대통령을 향한 이 수사를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한나라당은 박연차수사를 의외로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편이다. 

그러나 박연차수사의 정치적 영향력은 한나라당이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커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 드라마가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것은 아직 행복한 걱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박연차수사에서 노무현 쪽 사람들의 드라마가 눈에 뜨이기 때문이다. 여론이 규정한 이 '정치보복드라마'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드라마'이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진영이 패한 데 여러가지 분석이 있다. 주목한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일부에선 민주진영의 이야기 부재를 거론했다. 대중이 무언가를 이해하는 방식은 이야기인데 한나라당이 삼국지 식의 정치투쟁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반면 민주진영은 그처럼 어필하는 이야기를 생산해내지 못한 것이다. 민주진영의 정치인들은 한나라당 후보들보다 시스템적이었다. 시스템적인 것이 보다 선진적 정치구조이긴 하지만 거기엔 대중이 호응할만한 이야기가 생산되지 못했다.

민주진영에 인물이 없다는 말은 바로 이야기를 가진 정치인이 없다는 말이다. 정동영을 늘 따라다녔던 컨텐츠가 없다는 말도 바로 이야기가 없다는 말이다. 노무현이 추구한 시스템 속에서 민주진영의 정치인은 이야기를 만들 기회를 가지지 못했고 그 이야기의 부재는 지금까지 민주진영을 괴롭히고 있다.

드라마에 주목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검찰방송이 틀어주는 드라마가 노무현과 그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보복이라는 제한적 이슈가 아닌 정치인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이야기가 지금 노무현의 사람들에게 입혀지고 있는 것이다. 

모진 놈 옆에 있다 벼락 맞았다는 노전대통령의 편지로 의리의 남자 강금원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장사꾼 박연차와 비교되면서 강금원 이야기는 더 채워졌다. 연이어 계속 정치적 시련을 겪으면서도 정치판을 지키는 안희정의 이야기도 만들어지고 있다. 항상 노무현이 어려울 때면 나타나는 짱가 문재인의 이야기도 구구절절해지고 있다. 88년부터 집안을 책임진 권양숙여사의 눈물겨운 정치인 아내 이야기도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책사 유시민의 침묵도 대중에겐 이야기 거리다.

대중은 이야기를 통해서 정치를 받아들인다. 이야기가 없는 정치는 인기가 없다. 그동안 이야기의 부재로 인기를 얻기 어려웠던 친노진영 정치인들이 이번 검찰방송의 드라마로 인해 많은 이야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 대중들은 노무현에 대해 할 얘기가 많아졌다. 죽음을 무릎 쓴 강금원의 동지애와 노무현의 사람 안희정의 고난과 관우를 닮은 문재인의 우정과 유시민의 그 다음 정치적 수를 논하며 막걸리 한 잔을 걸칠 것이다. 

노무현드라마가 이 쯤에서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결말은 국민들 맘이다. 드라마공화국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드라마의 반전을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자신들이 보고싶은 반전을 만들 수도 있다. 자신들이 만든 반전에 스스로 도취되기도 한다. 국민들이 끝낼 결말은 어떨까? 이 드라마의 끝은 어디일까? 5월 이후에 시즌2가 기대된다.   

아래는 창신섬유게시판에 올려진 강금원회장을 응원하는 게시물들이다. 하루에 한개의 게시물도 없던 창신섬유게시판에 어제 오늘 수백개의 게시물로 덮이고 있다. 이것도 이야기다. 매일매일 노무현가 그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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