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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글에 ‘공익 해할 목적’ 무리한 법적용(경향신문)


검찰이 미네르바를 체포하며 적용한 전기통신사업법 47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검찰이 이 법을 적용하여 미네르바를 체포한 것이 타당한 법집행인지, 이 법의 결정적 판결 근거인 "공익을 해할 목적"을 검찰이 어떻게 입증해낼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 수사를 도전적으로 주시하는 곳도 있다. 블로그 미디어토씨는 검찰이 미네르바를 처벌하려는 근거인 전기통신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죄가 "여권이 제정하려는 사이버모욕죄"와 흡사한 조항으로 이 법의 판결에 의해 사이버모욕죄 법조항의 타당성도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차라리 잘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법원이 ‘미네르바’의 ‘표현’을 헌법상의 기본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면, 그리고 설령 ‘표현’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 하더라도 구속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사이버모욕죄는 치명타를 입는다. 기존 형법상의 모욕죄를 제쳐놓고 굳이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려는 여권의 움직임도 타격을 입는다.('미네르바' 체포,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이 사회적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에 전기통신법의 53조 ① 항 등이 위헌판결을 받으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1999년 6월 나우누리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란 제목으로 올려진 글을 삭제당한 한 대학생이 그해 7월 자신의 글을 삭제했던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53조 등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었고 2002년 6월27일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6:3으로 위헌결하였다. 그로 인해 한국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크게 신장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전기통신사업법(1991.8.10. 법률 제4394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 ①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도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정보통신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위헌판결 받은 53조의 3개 조항)



2002년 당시 헌재가 53조  항 등의 위헌판결 이유로 내세운 것은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이다. 헌재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며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위헌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이런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함은 필연적으로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헌재는 적고있다. 

2002년 헌재가 53조 항 등에 대해 위헌 판결의 이유로 든 근거는 미네르바에게 적용했던 47조 ① 항에 대해서도 대입해볼 여지가 많다. 47조 ① 항에서 가장 결정적인 문구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인데, 이 문구는 53조  항의 '불온통신'처럼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 2002년 판결문처럼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가 어려워 보이는 문구이다. 따라서 명확성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002년 판결문을 좀 더 들여다보면 미네르바에 대한 47조 법적용의 무리함에 대한 우려는 좀 더 커진다. 언론과 사상의 자유에 대해 충고한 헌재의 표현에서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확인"했다는 말이 눈에 띈다. 


대저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집권자에 대한 비판적 표현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쉽게 규제될 소지도 있다. 우리 재판소는,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음을(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39-340) 환기하여 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검찰은 지난 해 촛불이 한창이던 때 단체휴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문제 삼아 전기통신법 47조로 기소한 바 있다. 이 재판의 1심이 지난 해 9월 무죄로 판결 났는데 법원은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개념이 불확정적이고 형벌법규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지나치게 개입해 국민들 간 의사소통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2002년 헌재 판결의 취지가 2008년 판결에서도 그대로 살아있던 것이다.


인터넷 글에 ‘공익 해할 목적’ 무리한 법적용(경향신문)


2002년 헌재의 판결문에서 가장 후련한 부분은 온라인매체를 이용한 표현의 자유에 대해 밝힌 부분이다. 

현재의 불온통신 규제제도는 인터넷을 비롯, 온라인매체를 이용한 표현행위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변화된 시대상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불온통신 규제의 주된 대상이 되는 매체의 하나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공중파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이다. 공중파방송은 전파자원의 희소성, 방송의 침투성, 정보수용자측의 통제능력의 결여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공적 책임과 공익성이 강조되어, 인쇄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강한 규제조치가 정당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위와 같은 방송의 특성이 없으며,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며, 그 이용에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표현매체에 관한 기술의 발달은 표현의 자유의 장을 넓히고 질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의 수단 또한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헌재는 인터넷이 공중파처럼 무거운 공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이유로 낮은 진입장벽과 표현의 쌍방향성 보장을 들고 있다. 의견이 틀리고 비판을 받으면 다른 데 기댈 생각 말고 직접 반론에 나서라는 권유이다. 누구든 접근하고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이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6년 전인 2002년의 헌재 판결이 지금의 이명박정부를 나무라고 있는 듯 하다. 


헌법재판소 2002년 전기통신사업법 53조 항등 위헌 판례(99헌마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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